정형화된 스타일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미감에 집중하여 완성한 집. 그래서 더 특별하고 신선했던 가수 브라이언의 싱글 하우스.
↑ 현관에서 바라본 다이닝 겸 카페테리아. 모던클래식 의자와 벤치형 의자는 모두 맞춤 제작했다.
라디오 DJ로, 방송인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브라이언에게 2014년이 밝아옴과 동시에 연달아 좋은 일이 생겼다. 꿈꿔왔던 레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또 하나는 5년 만에 환희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를 재결성하게 된 것. 요즘 신곡 녹음 준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아늑한 집은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더욱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는 올해로 8년째. 당시에도 레노베이션을 거쳐 입주했을 만큼 브라이언은 집에 대한 기준도 취향도 명확했다.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휴식을 취하면서도 제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친구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레노베이션에 들어가기 1년하고도 6개월 전부터 확실히 원하는 스타일이 생길 때까지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노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반년가량 지나자 윤곽이 드러났다. “기존 집은 브라운 색을 주조로 한 어두운 느낌의 농가 같은 컨셉트였어요. 몇 년 살다 보니 집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어두컴컴한 기운이 싫어졌어요. 주로 머무는 차 안이나 집이 온통 어두운 색이다 보니 기분이 다운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밝은 분위기로 공간을 바꾸고 싶었어요.”
↑ 카페테리아에 앉아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브라이언.
인테리어 시공을 맡은 옐로스케치의 정연길 팀장은 브라이언이 가지고 온 자료를 꼼꼼히 검토한 후 시공에 들어갔다. “브라이언 씨는 영민한 클라이언트였어요. 미국 드라마나 잡지에서 영감을 받은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죠. 붉은색 벽돌 마감과 벽난로, 친구들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다이닝 겸 카페, 커다란 아일랜드가 있는 주방 그리고 호텔 분위기를 담은 개성 있는 공간이 되길 원했어요. 한 공간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통일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독립적인 개별 공간을 만들고 벽과 바닥만 통일감을 주었어요.”
165㎡의 아파트 벽면에는 따뜻한 회색빛으로 도장을, 바닥은 밝은 색의 마루를 시공해서 전체적으로 밝고 깨끗한 인상을 준다. 집 구조는 방 2개, 드레스 룸, 욕실 2개, 거실, 카페, 주방으로 구성했다. 큰 구조 변경은 없었지만 거실과 카페의 경계에 벽을 세우고 현관에서 카페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단장한 거실, 침실에는 부피감 있는 미국식 가구를 배치했고 주방과 카페에는 맞춤 가구를 짜 넣고 벽은 이국적인 타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위 부피감 있는 미국식 소파를 배치한 거실.
아래 왼쪽 거실과 카페의 경계에 세운 가벽에는 TV와 벽난로를 설치했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다.
아래 오른쪽 브라이언이 직접 선택한 이국적인 타일로 마감한 주방. 캐리커처 인형과 선물 받은 액자로 한쪽을 장식했다.
“가구를 구입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인터넷으로 온갖 검색어를 넣어 찾아봤죠.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미국 스타일의 커다란 가구를 선호했어요. 국내에는 흔치 않았지만 한참을 검색한 결과 미라지 가구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발견하고 직접 가보고 구입했어요.” 거실과 카페의 경계에 세운 벽에는 에탄올 벽난로를 매입해 카페에서도 거실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붉은 벽돌은 거실과 복도 벽에 포인트로 장식했다.
“친구들을 초대해 하우스 파티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이닝 개념을 확장시킨 카페테리아 공간이 필요했어요. 친구 서너 명이 왔을 때는 주방 바를 활용하고, 여러 명이 왔을 때는 이 공간을 사용해요. 혼자 있을 때는 거실과 카페를 오가며 책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휴식을 취해요.”
위 주방에서 밝게 웃고 있는 브라이언.
아래 쿠킹 스튜디오를 보는 듯한 규모를 갖춘 주방.
브라이언의 싱글 하우스에서 하이라이트는 거실이 아니라 주방이다. 흡사 쿠킹 스튜디오를 보는 듯한 규모에 냉장고 뒤편으로 연결된 공간에는 개수대를 갖춘 또 하나의 조리대가 있다. 주방 한쪽으로는 컴퓨터를 배치해 작은 서재처럼 사용하고 있으며 수납장에는 와인 냉장고와 음료 냉장고를 매입했다.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일이 바빠서 자주 못하지만 일요일 낮에 친구들을 불러 브런치를 만들어 먹곤 해요.”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지만 레노베이션 후 새집으로 이사 온 기분이 든다는 브라이언은 바쁜 스케줄에서도 최대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자신의 명확한 기준으로 완성한 집. 날 선 스타일과 럭셔리를 외치는 가구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언제든 몸을 파묻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브라이언의 싱글 하우스. 집이란 하나의 물리적인 공간일 뿐이지만 그에게 이 집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까지 전하는 소울 메이트 같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페이즐리 문양의 모노톤 침구로 포인트를 준 침실.
– 침대 반대편에는 팬이 그려준 브라이언의 초상화가 오브제처럼 놓여 있다.
– 휴양지 스타일의 데커레이션과 뉴욕을 상징하는 벽 장식이 오버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컬러별로 옷을 깔끔하게 정리한 드레스룸.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시공 및 디자인 옐로스케치 02-322-5220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