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집을 고쳤을 때의 경험과 기자 생활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총집합해 레노베이션을 진행한 리빙 콘텐츠 디렉터 신혜원 씨의 두 번째 집을 찾았다.

2011년까지 <메종>의 인테리어 에디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리빙 콘텐츠 디렉터로 활발히 활동 중인 신혜원 씨. 2008년 12월호에 레노베이션한 자신의 집을 <메종>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때 집은 의욕도 앞서고 집을 고쳤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기 위해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댔어요. 그래서 컬러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장식적인 요소도 많았죠.” 아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둘이 살기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집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기니 수납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장식적인 요소도 과하게 느껴지더군요. 단열 문제도 좀 있었고요. 무엇보다 아이가 뛰다 보니 층간 소음에도 부쩍 신경이 쓰였어요. 그래서 다음에 이사를 하게 되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생각해두었죠.”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좀더 편안한 집을 위해 신혜원 씨는 공기도 좋고, 아이를 키우기에도 좋은 환경인 분당 쪽 아파트를 알아보되 무조건 1층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렇게 해서 만난 이 집은 지어진 지 20년째 수리를 한번도 하지 않은 아파트답게 거의 모든 부분에 손을 대야 할만큼 낡아 있었다.

왼쪽 LIVING ROOM
거실 쪽과 맞닿아 있는 방을 트고, 벽이 있던 곳에 격자 유리창을 슬라이딩 도어 형식으로 설치했다. 서재 겸 작업실로 활용할 수 있고, 문을 닫아도 유리창이라 밖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문을 열었을 때 거실과 연결감이 있도록 벽에는 책을 빼곡히 꽂았고 이전에 사용하던 AV장을 벤치로 활용해 아이도 쉽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서 90cm 정도 올라오는 곳에서부터 창문이 있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를 할 수 있고, 아래쪽에는 수납장을 짜 넣어 책이나 CD 등을 수납할 수 있다. 소파에 앉아서 보면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액자 속 그림처럼 보여 운치가 있고 단독주택 같은 느낌도 준다. 벽은 관리가 쉬운 밝은 회색의 실크 벽지를 발랐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기 전까지는 패브릭을 이용한 액자를 걸어두기로 했다. 소파 대신 데이 베드 2개를 제작해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오른쪽 ENTRANCE
현관에서 본 집 안의 모습. 채광이 부족한 1층이라 되도록이면 집의 인상을 환하고 밝게 만들려고 했다. 거실 쪽 서재의 슬라이딩 도어와 같은 프레임으로 중문을 만들었는데 철제 뼈대에 무늬목을 붙여 나무 프레임처럼 따뜻해 보인다. 그림은 벽에 걸지 않고 바닥에 비스듬히 세워두고 키가 큰 식물을 투명한 꽃병에 꽂아 함께 연출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KID’S ROOM
아이가 좀더 커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이다. 지금은 안방에 아이 침대를 두고 함께 자지만 1~2년 후에는 침대가 들어갈 자리도 마련해 두었다. 앞으로 공부방을 겸해야 하기 때문에 베란다를 확장하고, 단을 높여서 수납장과 간이 책상을 만들었다. 이전에 거실에서 사용하던 스트링 시스템을 설치해 다양한 장난감과 책 등을 수납했고 지나치게 유아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모든 마감재를 다른 공간과 똑같이 적용했다. 바닥의 둥글고 큰 쿠션은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숍에서 제작한 것.
처음에는 에디터로 활동했던 경력을 살려 직접 집을 고쳐볼까도 생각했지만 내실을 탄탄하게 다진 집을 만들고 싶었기에 그동안 취재를 하면서 눈여겨봤던 히틀러스플랜잇의 신선주 실장에게 의뢰했다. 그녀가 공사한 집은 대부분 반듯하고 탄탄했고, 건축적인 멋이 더해진 집을 원한 집주인의 취향과도 잘 맞았다. 견적은 예산을 초과했지만 작은 부품 하나도 좋은 품질의 제대로 된 것을 사용하는 신선주 실장의 작업 스타일을 믿고 흔쾌히 일을 진행하게 됐다.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사는 동안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위 BED ROOM
침실은 잠을 자는 데 가장 좋은 환경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아이 침대가 함께 놓인 상황이기 때문에 장식적인 요소를 거두고 최대한 심플하게 연출했다. 대신 잠들기 전 책을 꼭 읽는 아이를 위해 아이 침대 옆에 작은 책장을 두고, 헤드보드 쪽에는 포토그래퍼 박찬우 실장의 작품 ‘스톤’과 무지의 CD플레이어를 걸어서 아늑하게 연출했다. 베딩 역시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리넨으로 아이 것과 함께 제작했고 침대 앞으로 긴 러그를 깔아 두 침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아래 KITCHEN
아주 좁은 부엌이 단점이었던 집. 다행히 내력벽이 아니었던 기둥을 허물고 다용도실 공간을 안쪽으로 밀면서 부엌에 여유공간이 생겼다. 그곳에 키 큰 수납장을 짜 넣어 그릇과 오븐 등을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다. 부엌 가구는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도록 베이지 톤의 회색으로 맞췄고 부엌 가구를 포함한 모든 가구는 무광의 우레탄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기존에 창이 있던 벽을 없애고 아일랜드를 만들어 수납공간도 확보했고 상판을 방수 처리해 음식을 준비하기에도 편리하다. 식탁도 집에 딱 맞는 사이즈로 제작해 공간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엌과 맞닿아 있는 방은 드레스룸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부엌과 동떨어져 보이지 않도록 깔끔하게 슬라이딩 도어로 맞췄다.

CORNER
현관에서 들어오면 정면으로 보이는 코너는 침실의 입구 쪽이기도 하다. 그 폭에 꼭 맞게 서랍장을 짜 넣었고, 자질구레한 잡동사니와 약, 공구, 휴지 등을 수납했다. 서랍장 위쪽은 원단으로 처리한 패널 벽을 만들어 특별한 코너라는 인상을 줬고 가족 사진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했다. 단순히 실용적인 공간이 아니라 포인트가 될 수 있게 블랙 컬러의 모빌과 액자로 세련되게 연출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슬라이딩 도어는 드레스룸의 문이다.
“장식적인 요소를 많이 넣지 말 것, 1층이라 채광이 좋지 않아 밝은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했어요. 또 39평인데 방이 네 개라 집이 좁아 보였거든요. 그래서 거실과 맞닿은 방을 터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죠. 부엌도 너무 좁아서 고민이었어요. 바닥은 헤링본 패턴으로 시공하려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질릴 것 같아서 신선주 실장님이 추천해준 광폭의 애시 소재 원목마루를 보고 마음을 바꿨어요. 오래된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인 수납 공간도 넉넉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고요.” 그렇게 해서 약 한달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다시 태어난 집은 세 식구가 적어도 10년 이상은 충분히 즐기며 살고 싶은 공간으로 완성됐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스타일이든 묵묵하게 포용할 수 있는 담백하고 기본에 충실한 집이다.

위치 │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형태 │ 128㎡
목적 │ 아이가 커서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 방 구성과 거실을 확장해 서재로 활용하는 등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공간의 필요성에 맞는 개조
비용 │ 8천4백만원(전체 창호교체, 전기 • 통신 배관교체, 확장, 구조변경, 조명, 천장교체, 도어교체, 욕실, 붙박이 가구, 이동 가구, 커튼 포함)
장점 │ 방 하나를 과감하게 거실로 이어지도록 확장한 구조 변경과 가변적인 공간을 만들어 공간의 활용도를 높임. 다용도실을 안쪽으로 밀어넣어 주방 공간이 넓어짐
결론 │ 방향이 좋지 않고, 1층이라 낮에도 빛이 잘 들지 않고 다소 어두움. 20년 이상 된 낡은 아파트를 거주자의 특성에 맞춰 공간을 재구성하고 연출함
시공사 │ 히틀러스플랜잇 www.hitlersplanit.com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임태준
출처 〈MAISON〉 2014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