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고 싶은 날

빨래하고 싶은 날

빨래하고 싶은 날

4월은 겨우내 꼭꼭 닫아두었던 집 안의 창문도, 외투의 지퍼도, 꽃봉오리도 열리는 시간입니다.

↑ 왼쪽 운동화는 벤시몽. 오른쪽 운동화는 라코스테 by 플랫폼 샵.

4월은 겨우내 꼭꼭 닫아두었던 집 안의 창문도, 외투의 지퍼도, 꽃봉오리도 열리는 시간입니다. 옛 아낙네들은 눈이 녹아 시냇물이 불어나기 시작하는 4월이면 겨우내 밀렸던 빨래를 이고 봄볕이 쏟아지는 냇가로 모여들었습니다. 맑고 깨끗한 시냇물에 빨랫감을 담갔다 건져 비비고 문지르고 두들겨 빨았습니다. 검은 때가 가시고 새하얀 모습을 드러내면 마음에 쌓였던 묵은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도 함께 씻겨진 듯 개운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때를 씻어내면 흰색 본연의 아름다움은 새것처럼 살아납니다. 4월, 파란 하늘과 봄 햇살 아래 제 모습을 찾은 하얀 운동화는 유난히도 환하게 빛이 납니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진희석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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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꽃밭에서

꽃밭에서

집 안 곳곳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꽃 모티프 아이템을 모았다.

1 손으로 접은 종이 꽃잎을 연결해 한 송이 꽃처럼 만든 ‘포피 조명’은 케네스 코본푸 제품으로 인다디자인에서 판매. 가격 미정.
2,10 중국 꽃병에서 영감을 얻은 주석 소재의 원형 접시 ‘토바코’와 수선화가 그려진 ‘모리스’는 모두 챕터원에서 판매. 각 2만1천원.
3 하얀색 꽃이 그려진 검은색 컵받침은 토마스 폴 작품으로 엘스토어에서 판매. 1만2천원.
4 강렬한 색감의 꽃이 인상적인 원단은 크리에이티브 바우만 제품으로 유앤어스에서 판매. 가격 미정.
5,17 꽃잎의 입체감과 일러스트를 살린 손잡이는 모두 몰리 해치 작품으로 비블랭크에서 판매. 각 1만6천원.
6,7 흙을 얇게 다듬어 구운 꽃무늬 컵받침과 케이크 스탠드는 이혜미 작가 작품으로 챕터원에서 판매. 컵받침 7천원, 케이크 스탠드 15만원.
8,16 십자수를 놓은 듯한 꽃무늬 손잡이는 초콜렛크리에이티브 제품으로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3만9천원.
9 잔잔한 꽃무늬 해골 오브제는 이윤희 작가 작품으로 엘스토어에서 판매. 9천원.
11 링 부분에 냅킨이나 매트를 끼워서 장식할 수 있는 목련 냅킨링은 더패브에서 판매. 각 1만1천원.
12 두꺼운 종이로 만든 플라워 갈런드는 하우스닥터 제품으로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6만3천6백원.
13,14 꽃이 핀 듯한 카펫을 연출할 수 있는 ‘스피랄’과 ‘돌체’는 나니 마르퀴나 제품으로 웰즈에서 판매. 가격 미정.
15 자연스러운 꽃무늬 핸드 드로잉이 특징인 접시는 몰리 해치 작품으로 비블랭크에서 판매. 2만3천원.
18 들꽃 무늬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세라믹 소재 벽걸이는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가격 미정.
19 인주를 담는 용도의 수납함은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가격 미정.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김우진│어시스턴트 김수지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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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이야기

두 사람 이야기

두 사람 이야기

혼자라서 자유롭다면 혼자이기 때문에 결핍도 존재한다. 서로의 빈 곳을 보완하면서도 적당한 거리와 존중의 황금비율 사이에서 협업의 가능성을 찾은 세 커플을 소개한다. 이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가시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정신적인 결속, 혹은 유대감 아닐까.

두 여자의 숲 속 이야기
감성과 감각이 맞는 도예가 이지은과 일러스트레이터 이경화가 결성한 핸드메이드 프로젝트 그룹 RJ. 특별한 짝을 만나 얻게 된 새로운 디자인.

↑ 도예가 이지은과 일러스트레이터 이경화.

일러스트레이터와 도예가의 만남은 단순한 시너지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기존과 다른 독창성과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 둘의 만남은 우연히 들른 이태원 디자이너 마켓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경화는 도예가와의 협업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터라, 도예가 이지은에게 협업을 꾸준히 제안했고 둘은 결국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 RJ는 100% 수작업으로 접시를 만들어낸다. “저와 10살 차이가 나는 경화 씨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이예요. 그녀의 제안 중에는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 그때마다 ‘노!’라는 대답을 했죠. 경화 씨는 호탕하면서도 시원한 성격인 반면 저는 조용한 편이라 처음엔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가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개성 강한 두 아티스트의 만남이 항상 조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 두 사람에게도 갈등의 골은 있었다. “도예가는 작품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모두 혼자 해내지요. 처음 경화 씨의 제안을 듣고 제가 어떤 부분을 맡아야 할지가 불분명했어요.” 두 사람은 이런 부분을 함께 상의했고 타협점을 찾았다. 누군가에게 항상 의지해서 제품을 만들어왔다는 것이 컴플렉스 였다는 이경화 씨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상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보람된 경험을 하게 됐다. “접시를 꾹꾹 누른 손자국이 바로 제 담당이에요(웃음)”.

초반에는 오브제에 가까운 공예품을 떠올렸지만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자기로 방향을 선회한 그들. 손자국을 살려 공예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다람쥐의 꼬리, 나무 밑동을 표현한 동화적인 ‘포레스트 시리즈’는 1년 만에 선보인 RJ의 작품으로 챕터원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일산에 위치한 도예가 이지은의 작업실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앞으로 포레스트 시리즈에 이어 더 많은 숲 속 이야기가 두 여자의 손에서 태어날 것 같다.

↑ RJ가 만든 포레스트 시리즈.

↑ 동화적인 디자인의 접시.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조용기

존중과 배려의 시선
금속 작가 이상민과 가구 디자이너 신현호가 함께하는 크래프트 브로 컴퍼니. 두 가지 다른 물성을 다루는 두 친구가 합심해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 금속 작가 이상민과 가구 디자이너 신현호.

자신의 능력보다 좋은 결과를 창출해내는 데에는 협동만한 게 없다. 특히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한마음으로 만나게 되면 그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커진다. 금속 작가인 이상민과 나무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 신현호가 처음 안면을 익히게 된 건 작년 초. 타 영역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두 남자가 만나 불꽃이 일듯이 서로를 알아본 건 우연이 아니었다. “도움 받아야 할 일이 있어서 상민 씨한테 먼저 연락했어요. 취향도 비슷해서 얘기가 잘 통했고 디자인을 풀어가는 방식도 잘 맞았어요.”

1979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대학 때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점에서도 일치했다. “내 생각을 고집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라가요. 누가 봐도 현호 씨 아이디어가 좋은 대안이라면 굳이 내 생각을 고집할 이유가 없죠.” 두 번의 작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온전한 협업을 위해 ‘크래프트 브로컴퍼니’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지난해 12월에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였다. 사다리꼴이나 반원 형태의 원목 책상에 금속으로 만든 조명을 일체형으로 제작한 가구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보통 조명과 테이블은 따로 구입하는데, 이 책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명을 세트로 제안하는 게 컨셉트였어요.” 신현호 작가가 설명하자 이상민 작가가 덧붙였다. “어떤 스타일을 정해놓고 만들지는 않아요. 제가 금속을 다루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는데 현호 씨랑 같이하니 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죠. 앞으로는 더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작업도 해볼 거예요.” 전부 금속으로 만들거나 나무로만 만든 아이템도 있겠지만 모든 디자인을 함께 하면서 크래프트 브로 컴퍼니만의 색깔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눈만 마주치면 사랑을 속삭이는 신혼부부마냥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 세밀한 가공을 위한 이상민의 작업대.

↑ 다리 하나를 금속 소재로 만든 나무 스툴.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조용기

영향력 있는 발걸음
작업실을 오픈하며 함께 발걸음을 내딛은 작가 김희원과 디자인 스튜디오 하이파이. 두 사람의 디자인을 향한 포부와 첫 작업인 ‘성냥’을 만났다.

↑ 하이파이 김홍성 대표(왼쪽)와 작가 김희원.

경계의 구분 없이 다방면에서 작업하는 작가 김희원(he1)과 디자인 스튜디오 하이파이(Haifai)가 계동에 작업실을 꾸렸다. 하이파이의 김홍성 실장과 김희원 작가는 지난해 KCDF에서 진행한 책 작업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서로가 맞는 짝임을 알아봤다. 둘 사이에 같은 ‘코드’가 존재함을 알아본 것. 이후 각자 작업을 하면서도 언젠가 함께 작업실을 만들자는 얘기를 해오던 차에 마침내 작업실 문을 열게 됐다. 장소는 유행 1번지 강남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창성동. 이제 막 문을 연 작업실의 반은 사무 공간으로, 반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매스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도 정말 잘하면서 재미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이파이 김홍성 실장이 그렇거든요. 같이 작업실을 사용하게 돼서 든든해요.” 김희원 작가의 말에 김홍성 실장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포부를 밝혔다. “요즘엔 벤처 창업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어요. 시작은 쉽게 할 수 있는데 유종의 미를 거둔 곳은 많지 않죠. 언젠가 ‘아 정말 잘했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 시작이었음 좋겠어요.” 너무 기대했던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것처럼 두 사람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근데 둘이서 얘기하길, 우리 멋에 취해서 하는, 우리만 좋은 일은 하지 말자고 했어요.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요.”

이미 책 작업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작업실을 오픈한 후 두 사람이 처음 함께 작업한 것은 성냥이다. 하이파이와 김희원 작가의 로고가 합쳐진 성냥으로 두 개의 물성이 맞닿아서 불을 만드는 것처럼 두 사람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게다가 성냥이 영어로 ‘Match’라는 사실도 의미 있거니와 요즘은 사라져가는 성냥에 의미를 부여한 위트가 느껴진다. 성냥은 작업실을 방문한 이들에게 답례품처럼 하나씩 증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이 보여줄 영향력 있는 작업에 더욱 기대를 걸고 싶어진다.

↑ 김희원 작가의 창문 작업 사진이 걸려 있는 창성동 작업실.

↑ 두 사람의 로고를 합친 성냥. 작업실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답례품으로 증정할 예정이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조용기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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