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나무

마음으로 보는, 나무

마음으로 보는, 나무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들의 이야기. 이번 달은 열세 번째 이야기로 마음의 눈을 통해 나무를 매만지는 소목장 김상림을 소개한다.

↑ 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만든 테이블.

↑ 삼례문화예술촌에 문을 연 김상림 목공소의 전시장.

1,2 작업장의 내부 모습.

↑ 소목장 김상림.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나무가 되어야 한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전북 삼례문화예술촌의 소목장 김상림을 찾았다. 그가 목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사진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 졸업 작품전을 하고 나서부터다.

졸업 작품전을 앞두고 사진을 끼울 액자를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에 들지 않은 액자에 사진을 끼워 전시를 했다. 20년이 다 되어 지금에도 기억에 남는 건 오랜 아쉬움 때문이리라. 이렇듯 사진가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을 김상림 목수 또한 겪으면서 마음에 드는 액자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인사동에 ‘못과 망치’라는 짜맞춤 원목 액자집을 열어 제대로 된 나무로 본인만의 감성이 담긴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10년간의 활기찬 청춘을 보내고서 시끌시끌해지는 인사동을 빠져나와 강화에서 5년, 지리산 산청에서 또 5년 동안 혼자만의 시간과 수행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보낸 시간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은 결국 ‘감感’이었다. 그는 나무가 가진 물성을 감성으로 표현하면서 숨 쉬는 나무에 감정이입을 한다고 말한다.

“나무가 아무나 받아주나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쉽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그래야 나무가 내게 옵니다. 저에게 나무는 엄마예요. 좋고 나쁨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럽고 항상 내 곁에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것들은 작품이 아닌 생활 가구입니다.”

느티나무의 춤 시리즈를 보면 목수의 소박한 마음과 감흥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혼의 마음으로 나무를 바라보니 어느새 나무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 떠오르는 모습 그대로를 생각하며 선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저 나무가 좋은 사람입니다. 학문적으로 생각해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제 방식대로 감성을 넣어 작업합니다. 이 작업은 저의 분신이자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삼례문화예술촌에 오픈한 김상림 목공소는 조선 목수들의 삶의 철학이 스며 있는 목 가구를 재현하고, 오래전부터 모은 조선시대 연장들과 군더더기 없는 목 가구를 통해 미감과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전통 가구에 스며 있는 간결한 선과 면 분할의 비례감을 재해석해 현대의 주거 공간에 어울리는 목 가구를 만들고 있다. 전통 목 가구는 나이테나 눈매, 나뭇결 등 나무의 외적인 요인과 습도와 온도의 영향을 받는 나무의 성질을 살려서 짜 맞춤 기법으로 완성한다. 나무의 본질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미와 단순미가 돋보이는 가구는 한 가족의 삶이 배어 있는 생활용품으로 적합하다.

가구를 통해서 가족의 역사나 추억을 대물림할 수 있길 소망하며 나무 본래의 물성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는 목수. 유용한 쓰임으로 나무를 되살리는 목수가 되려는 그는 매년 머문 자리에 나무를 심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 않는 우직한 나무를 닮은 사람이었다.

1 나무를 다듬는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들. 2 원목 본연의 형태에 위트를 가미해 제작한 춤 시리즈.

글과 사진 이정민(물나무 스튜디오)ㅣ에디터 박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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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나의 힘

소재는 나의 힘

소재는 나의 힘

작가는 소재 앞에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그만큼 소재는 도전을 불러일으키고 끊임없이 고뇌하게 하는 요소다. 남들보다 독특한 소재를 발견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네 명의 작가를 만났다.

제스모나이트 소재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런던 RCA에서 프로즌 프로젝트 Frozen Project를 시작할 때 제스모나이트를 처음 접했다.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같이 전혀 다른 성질로 변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제스모나이트는 어떤 소재인가?
최근 영국에서 개발된 신소재다. 물을 기반으로 한 액체와 파우더를 섞어서 쓰는데, 굳는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지만 굳으면 아주 딱딱하다.

프로즌 프로젝트는 어떤 작업이었나?
천을 재단한 후 그 위에 제스모나이트를 얇게 펴 바르고 안감으로 덮어서 0.5cm 정도 되는 1장의 천으로 만든 다음 내가 원하는 형태로 종이를 접듯 접는다. 금방 굳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작업을 해야 했다.

소재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했나?
제스모나이트를 섞으면 끈적한 액체 상태가 되는데 천을 이용해 굳히려다 보니 천 사이로 흘러나오기도 하고, 굳는 속도를 맞추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그래서 종이접기라는 방식을 착안했다. 접합체 없이 접는 방식에 따라 구조가 변하니까.

제스모나이트는 실용적인가?
인체에 무해한 제스모나이트는 2장의 천만 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형태의 오브젝트를 만들 수 있다. 아주 매트한 우유 같은 표면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도 마감도 훌륭하다. 또 방수가 되는 재질이라 어떠한 용도로 써도 무방하며 특히 천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천의 재질에 따라 질감이 달라질 수 있어서 그 다양함이 무한하다.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소재는?
작년에 소금호수에 사는 플라밍고를 다룬 BBC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소금을 나만의 레시피로 구워서 캔들 홀더를 만들었다. 다 쓴 후에는 물에 녹이면 되는데,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언젠가 다시 해보고 싶다.

작품의 소재로 비닐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모든 사물은 움직이고 변한다. 때문에 사물의 속성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영원함보다는 찰나의 순간이 더욱 이야깃거리가 많다고 생각했다. 비닐은 주로 일회적으로 사용하는 이미지가 있다. 또 외부의 힘에 의해 쉽게 구겨지고 늘어나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작품의 재료로 적합하다고 느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는가?
비닐을 잘게 잘라서 고온의 열을 가하면 비닐이 반응하면서 서로 당기기도 하고 밀어내면서 엉겨 붙는다. 예상치 못한 주름을 만들어내는데 그 형태가 모두 다르다. 그것을 재료 삼아 의자, 거울 등을 만든다. 비닐로 작품을 빚어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작품이 모두 검정색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파란색은 시원함, 빨간색은 정열, 녹색은 자연을 떠올리는 것처럼 색은 각각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내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색채가 주는 이미지를 피하고 소재가 가진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하고 싶었다. 따라서 무채색인 검정을 선택한 것이다.

이전 작업인 ‘스퀘어링’ 같은 경우는 네모 형태에 집중한 디자인이었다. 소재를 연구하면서부터 작업 방향이 달라진 것인가?
그 작업 역시 내가 말하고 싶은 ‘사물의 변화성’을 표현한 것이다. 스퀘어링이 사각형의 조합을 통해서 변화를 보여줬다면 비닐로 작업한 ‘아니탸 anitya 시리즈’는 그 주제를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소재를 활용했다.

비닐 외에도 관심이 가는 소재가 있는가?
스티로폼과 콘크리트다. 두 소재 모두 건축에서 많이 사용하는 재료인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재료를 재가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같은 형태, 소재여도 낯설고 매력적인 오브제가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할 계획인가?
소재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가구 외에 오브제 작업이나 인테리어, 공간에 적용시켜볼 생각이다.

폴리에스테르 선으로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소재에 대해 알아보던 중 가방의 모서리 부분을 처리하는 폴리에스테르 선을 알게 되었다.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데 열경화성이 높아서 열을 가하면 매우 단단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재미있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재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나?
나무, 금속 등 보편적인 재료로 제작한 기존 작품과 다른 것을 만들고 싶었다. 색다른 소재의 특성에 따른 새로운 가공 방법을 연구해서 완성한 작품은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소재로 형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실험 과정을 거쳤는가?
덩어리로 된 플라스틱은 가공이 어려웠고 열을 쐬었을 때 표면에 타고 남은 재가 있어 코팅 처리를 해야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선으로 된 것은 변형이 잘 되어서 가공이 수월했고 얼기설기 엮이면서 밀도를 만들어내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다양한 쓰임의 가구 중 왜 의자와 테이블, 조명으로 구현했는가?
의자와 조명, 테이블 등 가구는 내부적으로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는 다른 제품군에 비해 표현의 자유가 많은 편이다. 또 폴리에스테르 선은 열을 쐬면 단단해지기 때문에 테이블이나 의자로서 기능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또 다른 소재가 있나?
3D 프린터가 플라스틱 선을 이용해 열로 가공한 후 단단해지는 성질을 이용하는데 이 과정이 내가 하는 작업과 매우 흡사하다. 3D 프린터의 재료는 선뿐만 아니라 접착제와 나일론 가루, 플라스틱 액체, 합성수지 덩어리 등 다양하다. 나는 이러한 재료를 가지고 손으로 가공해서 컴퓨터와는 다른 느낌으로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지금 하는 것을 더욱 연구해볼 생각이다. 지금은 열을 통해 1차 가공만 한 상태이지만 그 다음 다시 평평하게 깎거나 검정이 아닌 다른 색상을 혼합하는 등 더욱 다양한 표현 방식을 찾고 싶다.

풍선에 에폭시를 입힌다는 것이 독특했다. 어떤 발상에서 착안한 것인가?
특별한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풍선에 에폭시를 바르면 광택이 날 것 같아서 해봤는데, 표면 느낌이 좋아 시작하게 됐다.

어떤 제작 과정을 거쳐서 가구를 만들었나?
처음에는 풍선에 에폭시를 발라 조명을 만들었다. 풍선에 에폭시를 바르면 바람이 빠지지 않는다. 조명의 경우 2~3번 정도만 에폭시를 바르면 되지만 스툴이나 소파의 경우는 더 여러 번 작업을 반복해서 만든다.

어떻게 풍선에 에폭시를 바르나?
처음에는 묽은 에폭시를 위에서 붓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밑에 에폭시를 받아서 다시 부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서 붓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 좀더 점도가 있는 에폭시를 사용하게 되면서 손으로 바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풍선을 너무 크게 불어서 터질 때도 있고, 에폭시를 바르는 도중에 터진 적도 있다. 작업실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소리가 크다.

나무나 금속에 에폭시를 바를 수도 있는데 왜 하필 풍선이었나?
처음에 풍선을 선택한 이유는 에폭시가 발린 풍선의 표면 느낌이 좋아서였다. 풍선이 주는 자유로운 볼륨을 에폭시로 굳혀서 모양을 유지하는 재미가 있다. 나무나 금속에 에폭시를 바른다면 단지 표면 마감으로 그쳤을 것이다.

풍선이란 소재가 주는 어려움은 없었나?
아무래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여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앉았을 때 버틸 수 있도록 구조적인 면을 많이 생각했다.

풍선을 이용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가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만들었나?
풍선끼리 닿는 면이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것 같다. 에폭시의 특성상 충격을 주면 깨질 수가 있는데 서로 닿는 면을 많이 만들고 연결하면 연결 부위가 훨씬 더 강해진다. 요즘은 더 두껍게 코팅을 하고 있다.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에폭시를 통한 다른 작업도 구상 중이고 우연히 만들어진 이 작업의 느낌이 좋아 더 해보고 싶다. 소재를 정하고 작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소재를 다양하게 다뤄보고 싶다.

에디터 신진수 · 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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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책

어른들을 위한 책

어른들을 위한 책

나도 모르게 얼굴 벌개지는
19금 책은 아닙니다. 탈색된 동심과 상상력을 되찾아주는 어른들을 위한 책. 올여름 휴가의 파트너로 어떤가요?

루밍 박민지 MD의 추천

1 Oceano
총 10쪽으로 구성된 팝업북. 10가지 테마의 바다를 보여준다. 수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팝업 형식으로 나눠서 볼 수 있으며 유람선이나 정박해 있는 많은 배들,
또 더워진 바다의 모습 등 바다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아이와 함께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보기에 좋은 책. 정교한 팝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진짜 바다를 보고 싶을 정도로 빠져든다.

2 Piero Fornasetti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작업 도중 방향을 잃거나 머릿속이 백지화될 때, 포르나세티의 눈이 달린 주전자가 비밀의 열쇠가 된다고 했다. 보면 볼수록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컬렉션. 이미 몇 십 년도 지난 작품들인데 전혀 촌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작품과 작업 과정, 영감의 원천 등이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포스트포에틱스 정다영의 추천

1 The Granny Alphabet
사진작가 팀 워커의 동화적인 감성이 잘 드러나는 책. 알파벳 A부터 Z까지의 글자를 유머러스한 시구와 함께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소개한다. 노랑 앙고라 니트를 입고 있는 할머니, 우주선을 탄 할머니 등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로렌스 미노의 일러스트와 알파벳의 조화가 즐겁기만 하다. 두 권의 책으로 나눠져 있으며 안쪽에 장미 패턴이 그려진 하늘색 슬립 케이스에 담겨 있어 할머니의 오래된 서재에서 꺼내온 듯 소박하다. 판매 수익금이 복지단체에 기부된다는 점도 의미 있다.

2 Eating with the Chefs
덴마크의 노마, 프랑스의 샤토 브리앙, 미국의 더 프렌치 런드리 등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18곳에서 일하는 셰프와 직원들이 매일 먹는 일반적인 식사 메뉴를 소개한다.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가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셰프들의 식사를 소개해 재미있다. 더 프렌치 런드리의 사과로 만든 조림과 소보로, 노마의 브라우니 등 각 레스토랑의 전통과 특성을 더한 특별한 요리를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2인분, 6인분, 20인분 등 준비할 재료의 양까지 자세하게 곁들였다. 궁금했던 주방 안쪽의 모습을 담은 200여 장의 사진도 흥미롭다.

갤러리아 애술린 부티크 최이정 매니저의 추천

1 The wine questionnaire
와인에 관한 감성적인 질문과 대답, 와인 관련 유명 인사들의 자필 대답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 마지막에는 직접 작성해볼 수 있는 설문지도 있어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공유해도 좋을 듯한 실용적인 책이다. 고전적인 책 디자인 또한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와인에 대한 생각을 자문하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으로 와인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수 서적이다.

2 POLO: the nomadic tribe
스포츠의 이상이라고 불리는 폴로는 마음의 상태, 라이프스타일, 가치, 시스템, 철학이 담겨 있는 지성인을 위한 스포츠다. 저자 아일린 코켈은 5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폴로 게임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영국, 아르헨티나, 인도 등 세계 각국의 폴로 이미지를 통해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의 면모를 보여준다. 귀족 스포츠로 이어져온 폴로 게임의 모든 것을 42×34cm의 큰 판형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유어마인드 이로의 추천

1 Gather Journal
게더 저널은 레시피 위주로 진행되는 잡지로 마실 것, 먹을 것, 요리할 것, 수확한 재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 역시 식사를 하는 전체 순서에 따라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 순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 특징. 이번 5호는 캐러밴을 주제로 무더운 사막과 오아시스, 다육식물, 그 형태에서 힌트를 얻은 레시피로 채워져 있다. 각 호의 주제에 맞춰 강렬한 컨셉트의 요리 화보를 만들어내는데 레시피와 더불어 재료와 요리의 색과 형태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Wrap Magazine
일러스트를 전문으로 다루는 영국 잡지 <랩>. 매호 작가 10명의 일러스트를 담은 5장의 양면 포장지가 들어 있는데 포장지로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 각 작가의 작업을 지면 인쇄로 끝내지 않고 실용적인 인쇄물로 보여준 점이 매력적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의 최신 트렌드나 작업이 궁금한 이들, 그저 예쁜 일러스트 포장지가 필요한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잡지.

더북소사이어티 임경용의 추천

1 Touch
이 사진집의 주인공인 스티진은 23세의 앞이 보이지 않는 청년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그가 사는 아파트.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아파트는 자신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내부에 있는 가구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스티진에게 어둠은 결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신체의 감각에 의지하며 생활하는 한 청년의 모습과 공간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그의 몸짓에서 독자들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Untitled
<무제 9월호>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작가인 폴 엘리먼의 책이다. 590쪽에 달하는 지면에 몸의 움직임이나 제스처, 형태 등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그 모습이 알파벳 같은 글자를 닮아 있거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호 등이 되기도 한다. 실질적인 의미를 전달하지는 않지만 다른 차원의 의사 전달 수단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타이포그래피의 진화를 보는 것 같아 꽤 신선한 접근이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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