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nda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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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실! 미술관, 비즈니스 호텔의 진화, 헤이의 새 식구

두둥실! 미술관
20여 년 전 예술과 예술가를 위한 민간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한 루이비통 재단은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현대미술과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활성화하고자 노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8년 전, LVMH 그룹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캐나다 출신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미술관 건축을 의뢰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10월 27일 문을 연다. 파리의 불로뉴 숲 북쪽의 복합 놀이공원인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 안착한 미술관은 여러 개의 솜사탕 구름을 뭉쳐놓은 모습이다. 12개의 커다란 커브형 유리 패널을 구조적으로 설치해 프랭크 게리 특유의 미래적인 건축물을 또 한번 재현했다. 유리 패널로 구성된 건축물인 만큼 자연광을 온전하게 품는 동시에 내부에서는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의 아름다운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오프닝 전시로는 10월부터 퐁피두 센터에서 개최되는 프랭크 게리의 첫 번째 유럽 회고전과 맞물려 이번 건축 프로젝트의 과정을 전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샹제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에서도 프랭크 게리의 조각 작품으로 꾸민 쇼윈도를 감상할 수 있다니 다가오는 10월, 파리에 주목해야 될 이유가 생겼다.
문의 루이비통 www.louisvitton.com 에디터 박명주

비즈니스 호텔의 진화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 피에르 리소니와 국내 고급 호텔의 대표 주자인 신라호텔이 협업해 비즈니스 호텔 신라스테이를 오픈했다.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불리는 디자이너인 만큼 내부는 공간의 효용성과 미적 비례감에 무게를 실어 디자인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 속에서 명품 브랜드의 가구와 조명은 호텔을 예술적인 공간으로 승화시킨다. 객실 내부는 최근 레노베이션한 신라호텔의 객실만큼이나 깐깐한 안목으로 채워졌다. 스마터 스테이를 컨셉트로 한 공간으로 여행자를 위한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헝가리산 거위털 침구를 사용했으며 어메니티로는 아베다 제품을 비치했다. 뷔페 레스토랑 카페 프리 파크뷰에서는 신라호텔이 엄선한 메뉴도 맛볼 수 있다.
문의 신라스테이 역삼 02-2230-3000 에디터 박명주

헤이의 새 식구
덴마크와 영국의 감성이 만나면 어떤 가구가 탄생할까? 헤이가 영국의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 이스태블리시드앤선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세바스티안 롱을 영입해 ‘WH Wrong for HAY’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세바스티안 롱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동화적인 색채를 입은 가구를 선보이는 WH는 조명부터 세라믹, 텍스타일, 유리 제품 등 다채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특히 여백으로 가득 찬 담담한 세라믹과 에스닉 무드의 패브릭은 이전의 헤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라 눈길을 끈다. 세라믹 라인은 디자이너 이안 맥인타이어가 맡았고, 텍스타일 디자인은 멤피스 그룹의 창립 멤버인 나탈리 뒤 파스퀴에르와 패션 디자이너 버나드 웰헴이 디자인했다. 막강한 디자이너 군단의 파워로 탄탄한 디자인을 선보일 WH. 기대해도 좋다.
문의 10꼬르소꼬모 02-3018-1010 에디터 박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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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Memory in Space 유타건축 김창균 소장의 기적의 도서관

10년 전 유럽 곳곳을 여행하던 중 네덜란드 델프트 공학 대학교에 교환교수로 재직 중인 은사님을 뵙게 되었다. 캠퍼스 곳곳을 둘러보다가 델프트 공학 대학교 도서관을 지나게 되었는데 잔디가 깔린 넓은 언덕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원뿔 모양의 독특한 건물을 본 순간 시선이 멈추었다.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은 ‘CNN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도서관’에 선정되었기에 익히 알고 있었다. 이 도서관은 델프트 공대 학생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잔디 위에서 학생들이 자유로이 누워 책을 보거나 일광욕을 하는 모습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건물을 매개로 사람과 책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고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용함으로써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곳임을 새삼 깨달았다. 건물 자체보다 이용객을 우선시하는 이 도서관을 다녀온 후, 나는 도서관 설계를 맡을 때마다 여기서 느꼈던 감동을 되새기며 설계를 하곤 한다.

에디터 최고은 │ 사진 김창균 │ 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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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적인 건축가

인류애적인 건축가

인류애적인 건축가

2014년 프리츠커상의 메달은 반 시게루에게 돌아갈 것임이 이미 발표되었다. 그리고 지난 6월 치러진 시상식을 통해 건축과 인류애의 소통을 도모한 그의 노력은 재조명되었다.

↑ 독일 하노버 엑스포 당시 일본관. © Hiroyuki Hirai

건축 또는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도저한 삶의 무게를 거두어낸 후의 고급 취미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러나 건축은 한번도 스스로 예술이기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것은 삶과 인생의 성소였고, 때문에 긴 생명력을 보장받았으며 주변의 조화, 문화적인 배려, 이용자들의 호소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청해왔다. 1979년 제창된 프리츠커상은 이 같은 건축의 시원을 다시금 환기시켜준다. 최첨단, 고효율이라는 수사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과는 거리가 멀다. 한 사람의 세계관, 철학을 건축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인정받은 한 사람에게 루이스 설리반이 디자인한 동메달과 상금 1만 달러가 주어질 뿐. 그 명성에 비해 소박한 부상임에도 프리츠커상은 이미 건축가들에게 가장 의미있는 면류관으로서 그 상징성과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2012년 중국의 왕슈, 2013년 이토 토요에 이어 올해에는 반 시게루 Ban Shigeru가 수상자로 지목됨에 따라 내리 3년째 메달은 아시아의 건축가를 흠모하고 있다.

↑ 콘테이너로 만든 임시 주거 공간. © Hiroyuki Hirai

하얏트 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25년간, 재난 현장을 돌아다니며 자원봉사자 건축가들과 함께 저렴한 소재, 쉬운 공법,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희생자들을 위한 은신처를 만들어온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3일 시상식 후, 반 시게루는 겸손한 소감의 변을 덧붙였다. “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며 나는 이것을 계기로 더욱더 노력할 것입니다. 개인 저택이든, 재난구호 현장이든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입니다. 이 상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계속 정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1 이탈리아 라퀼라에 세운 페이퍼 콘서트 홀. © Hiroyuki Hirai 2 반 시게루의 모습. © Shigery Ban Architects

유년 시절의 반 시게루는 목수였던 아버지의 공방에서는 매일 마술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공방 장인들은 기구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곤 했다. 그들을 따라 옆에서 자투리 나무로 무언가 만들던 반 시게루는 훗날 목수를 꿈꾸었지만 11살, 그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만난다. 소박하고 작은 집을 드로잉한 것이 전교 최우수작으로 뽑히며 건축가라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94년, 건축가 반 시게루는 르완다 내전 현장에 있었다. 종이관을 이용하여 난민들을 위한 쉼터를 지을 것을 UN 난민사무소에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고베 지진, 일본 대지진 현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비영리단체인 VAN을 설립하여 지역의 건축가 자원봉사자들의 네트워크를 조직했고 그들의 활약은 일본뿐 아니라 터키, 인도, 스리랑카, 중국, 뉴질랜드 그리고 최근에는 필리핀까지 재난으로 인한 회복이 필요한 현장에서 빛났다. 프리츠커상의 선정 위원들은 종이, 대나무, 선박 컨테이너 등 평범한 재료들에 혁신적인 발상을 더해 인간에게 필요한 궁극의 공간을 완성하되 건축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은 그의 공적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밝혔다.

11995년 고베 지진 당시 피해 난민을 위해 지은 페이퍼 로그 하우스. © Takanobu Sakuma 2 2011년 일본 대지진 난민을 위해 만든 종이 파티션 시스템. © VAN

21세기 산업의 핵심 화두가 된 ‘지속 가능성’, 이는 반 시게루의 건축 세계를 함축한 단어이기도 하다. 재생, 재활용,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공통분모에 주목하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지속 가능성에 골몰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식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거의 30년 전입니다. 그때는 누구도 환경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죠. 언제나 저비용, 지역적인 재료, 재활용 가능한 소재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작업 방식이 저에겐 굉장히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1987년 겐조 탕게로 시작된 일본 건축가의 수상은 반 시게루까지 여섯 명.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넓게 보고 있는 그의 수상은 지금 건축이 가야 할 방향에 작은 지시등처럼 점멸하고 있다.

↑ 프랑스의 퐁피두 메츠 센터. © Didier Boy de la Tour

↑ 동경의 개인 주택인 커튼 월 하우스. © Hiroyuki Hirai

↑ 뉴질랜드의 카드보드지로 만든 성당. © Stephen Goodenough

편집장 노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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