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받은 꽃

스무살에 받은 꽃

스무살에 받은 꽃

흰색의 포용력, 집을 품은 바스켓, 감사한 마음의 달리아, 축하의 장미 꽃다발

틸테이블 김동민 실장 ‘흰색의 포용력’
<메종>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매거진인 만큼 틸테이블에서 디자인한 새로운 화기에 플라워 어렌지먼트를 진행했습니다. 흰색 화기를 선택해 어떤 내용이든 담아낼 수 있는 <메종>을 상징했고, 회색의 브루니아와 더스티밀러 소재가 더해져 흰색 화기가 더욱 돋보인답니다. 남자 강사진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특성을 살려 에린지움을 사용해 남성다움도 표현해보았죠. 꽃과 가드닝을 겸하고 있는 틸테이블만의 느낌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는 국내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으로 남길 기원합니다.

라마라마기프트앤플라워 정은정 대표 ‘집을 품은 바스켓’
20년간 매달 기다리고, 설레며 받아보던 잡지에 이렇게 축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메종> 하면 떠오르는 햇살 좋은 따뜻한 집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집을 표현한 간결한 디자인의 구조물로 <메종>의 세련된 감성을 전하고 깊이 있는 분홍색 반다와 수국, 검붉은 블랙 뷰티와 보드라운 분홍색 로잘린 장미를 풍성하게 꽂아 시간이 지나도 편안하고 따뜻한 집의 아름다움을 담았어요. <메종>을 통해 꿈꾸고 영감을 얻었던 시간만큼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집과 앞선 트렌드를 소개하는 귀한 공간이 되기를 기원할게요.

엘트라바이 박소희 대표 ‘감사한 마음의 달리아’
아름다운 서촌에서 <메종>의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센스 넘치는 칼럼을 소개해온 <메종>을 위해 특별히 독특한 화기를 준비했어요. 사슴 모양의 세라믹 화기인데 화기에 어떤 꽃을 꽂느냐에 따라 색다른 꽃사슴이 된답니다. 엘트라바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동물 모양의 화기이기도 하지요. 저는 달리아를 좋아하는데요, 달리아의 꽃말이 ‘감사’랍니다. 좋은 연을 맺게 된 <메종>에 감사의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달리아를 가득 꽂아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독자들에게 최고의 매거진으로 항상 기억되길 기원합니다.

키마 김하영 대표 ‘축하의 장미 꽃다발’
<메종>의 창간 20주년 축하를 위해 선택한 꽃은 꽃시장에서도 귀한 코넬리엠이라는 장미예요. 장미와 함께 연둣빛의 헬레보루스와 꽃배추, 초록색 브로니아를 연출해 붉은색의 장미가 더욱 싱싱하고 건강해 보입니다. 꽃 한 송이만 꽂은 꽃병을 시작으로 점점 큰 사이즈의 꽃다발을 만들어서 한걸음씩 성장해온 <메종>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메종>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한 분홍을 떠올리자 가장 먼저 생각난 꽃도 코넬리엠 장미였습니다. 우아하면서도 꽃 중에 제일이라는 장미와 <메종>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코넬 리엠 장미처럼 귀한 기쁨을 주는 매거진이 되길 바랍니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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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와 민은 이렇게 말했다

슬기와 민은 이렇게 말했다

슬기와 민은 이렇게 말했다

과감한 타이포그래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2014 광주비엔날레 포스터를 디자인한 그래픽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 최슬기, 최성민 부부가 의기투합한 슬기와 민은 매 작품마다 그들만의 해석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다.

슬기와 민이 타이포그래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 작업은 직관적이라기보다 개념적인 편입니다. 즉 언어로 표현되는 ‘생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언어를 시각화하는 수단인 타이포그래피를 중요시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곡선의 성질이나 다양한 합자合字, 미묘하게 다른 &(앰퍼샌드) 형태 등 일반적으로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를 매료시키는 측면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타이포그래피의 개념적 측면, 다시 말해 그 체계성이나 언어와 사고 사이의 관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편입니다.

포스터 등 그래픽디자인은 평면으로 된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가슴에 입체감 있는 무언가를 남겨줍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한 장의 포스터가 책이나 영상으로 넘어갈수록 차원은 더욱 늘어나죠. 책은 2차원 평면의 연속이지만 하나의 3차원 물체이고, 영상은 시간이 더해진 4차원 매체이니까요. 그러나 매체의 차원이 복잡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가 저절로 강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2차원 평면 작업도 입체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4차원 영상도 1차원적인 감흥을 전하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메시지와 이미지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소통 효과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디자인한 포스터를 작업실 복도에 걸어 놓았다.

사회적인 양심, 도덕적인 선언을 드러내는 강렬한 폰트 디자인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픽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사회적인 책임이라면 무얼까요?
타이포그래피는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쓰이는 일이 실제로 더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래픽디자이너가 특별히 일반인과 다른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시민으로서 행동하고 실천하기에도 충분히 어렵지만 그 수준을 넘어 직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래픽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은 완성도 있는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디자인을 둘러싼 담론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간 다양한 전시 포스터를 디자인해왔는데, 이번 2014 광주비엔날레 포스터를 디자인할 때는 무엇에 중점을 두었습니까?
전시 주제어인 ‘터전을 불태우라 Burning Down the House’는 1980년대 뉴욕의 펑크록 밴드 ‘토킹 헤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죠. 구호 같은 이 문장을 꾸밈이나 비유 없이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종의 ‘직설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포스터는 여러 매체로 이루어진 아이덴티티 시스템의 일부일 뿐입니다. 전체 아이덴티티를 관통한 개념이 바로 어떤 공간이건 주제어로 표현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인 것이지요. 그래서 주제어 로고도 마치 활자체처럼 3가지 굵기로 디자인했고, 한글과 영어 주제어 글줄을 유연하게 끊어내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포스터 디자인에 대한 특별한 제약이나 요구 사항이 있었나요?
저희에게 작업을 의뢰한 분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아니라 영국 테이트 모던의 큐레이터이자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예술 총감독인 제시카 모건이었습니다. 그분이 원했던 것은 단순하고 강렬한 디자인이었는데, 저희의 이전 작업을 보고 단순하고 대담한 측면이 마음에 들어서 연락한 듯합니다. 재단 측에서 요구한 사항도 적지는 않았습니다만 대부분 기술적이거나 통상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매트릭스> 전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주제로 한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어차피 저희는 고등 수학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사람이 저희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가 아니라, 수능에 초점을 두는 입시용 수학을 마지막으로 수학에 관한 관심을 잃게 된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중 · 고교에 이르는 12년간 그토록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고, 그 결실을 제한된 시간과 문항으로 불사른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상하게 된 것이 바로 수능 수학 문제를 기리는 일종의 기념비 작업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저희 작품은 수능 사상 가장 어려웠다고 악명 높은 1997학년도 수학 영역 문제를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각 문제를 나름의 방법으로 분석해 추상함으로써 일정한 그래픽 형상을 도출했습니다. 그 형상이 바로 저희 나름의 ‘답안지’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픽디자인 그룹이지만 에르메스 미술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꾸준히 전시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시는 저희가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하고 표출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그래픽디자인 작업과는 종류가 다른 제약 때문에 기대감도 생기고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에 재미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굳이 구분해 접근하지 않습니다. 둘 다 다양한 의미에서 ‘예술’이고 또 모든 의미에서 ‘디자인’을 요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브랜드, 작가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일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해온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궁금합니다.
아마 2005년에 한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 작업일 듯합니다. 모다페는 당시 보기 드물게 전위적인 현대무용 페스티벌이었는데, 예술감독인 김성희 선생님께서 저희 웹사이트를 보고 무작정 일을 맡겨주셨습니다.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처음 한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뜻깊지만 이를 계기로 김성희 선생님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관계는 역시 김성희 선생님이 기획한 ‘페스티벌 봄’ 작업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광주 아시아예술극장 관련 일까지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 슬기와 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출판사 스펙터 프레스에서 발간한 책들.

그래픽 작업 외에도 독립 출판사 스펙터 프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보거나 읽고 싶지만 일반적인 출판사에서는 내기 어려운 책을 직접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동기는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저희와 비슷한 생각으로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꽤 많으니까요. 스펙터 프레스를 굳이 운영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굴러가게 놔두는 편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내년이면 귀국한 지 10년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느낀 국내 디자인 시장은 어떤가요?
소규모 스튜디오나 개인 디자이너의 활동이 조금 더 눈에 띄게 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저희를 비롯해 비슷한 상황의 디자이너가 적절한 작업만으로도 최소한 생계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물론 이상적이겠습니다.

미국의 예술대학은 사회적인 디자인을 말할 때 조형성보다는 공공의 합목적성, 콘텐츠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일대학에서 수학 후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국내의 정서 때문에 힘들지 않았나요?
예일대학에서도 감각적 아름다움을 무척 중요시합니다. 합목적성이나 콘텐츠 자체에 기대어 디자인의 조형적 측면을 소홀히 하는 태도를 오히려 경계하는 편입니다. 국내 디자인에 관한 문제는 오히려 감각적 아름다움을 제대로 바라보고 충분히 관찰하고 집요하게 추구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래픽,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 분에게 융합이라는 화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저희는 시대의 화두로 오래전부터 떠오른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융합을 오히려 수상쩍게 여기는 편입니다. 각자 영역에서 할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마당에 융합을 핑계로 도망치려는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최종 목표 따위는 없습니다. 계속 살아남는 것밖에는.

에디터 최고은│포토그래퍼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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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담으니 가치가 보이더라

이야기를 담으니 가치가 보이더라

이야기를 담으니 가치가 보이더라

지난 6월, 런던 메이 페어에 문을 연 갤러리숍
‘더 뉴 크래프트 맨’은 영국의 장인들이 만든 아름다운 물건을 모아 사람들에게 소개하며 단번에 화제 선상에 올랐다.

↑ 고객이 공예가에게 작품을 의뢰할 때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공간.,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한 영국 공예 페어 ‘콜렉트 Collect’는 최근 2년 사이에 더욱 주목받으며 급부상했다. 예술은 난해하고 디자인은 식상해진 지금, 사물의 가치를 공예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9세기, 윌리엄 모리스는 공업화, 기계화 대신 공방으로 돌아가자는 공예 부흥 운동을 벌였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런던에서는 다시 공예 부흥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현상을 목격한 것은 작년 늦가을 무렵이었다.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은 9월이 지난 런던은 비교적 조용했다.

↑ 다른 물건과 함께 셋팅된 오크니 체어

한산해진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베스트 오브 브리티시 Best of British’ 라는 장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오로지 영국의 장인들이 생산한 물건만 진열하는 공간이었는데 그 당시, 한창 공예에 관심이 많아지던 터라 매우 흥미로웠다. 스코틀랜드의 울로 만든 핸드메이드 담요부터 세라믹 그릇, 런던의 작은 워크숍에서 만든 가방, 액세서리 등은 영국의 지역색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높은 품질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은 물론, 만든 사람의 노력이 배어나는 물건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미학이 엿보였다. 더 나아가 영국인들의 삶의 한 단편을 발견한 듯해서 묘한 설렘과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팝업숍이 올해 6월, ‘더 뉴 크래프트 맨 The New Crafts men’이라는 이름으로 런던의 메이 페어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너무나 기뻤다. 더 뉴 크래프트 맨은 영국을 대표하는 슈트 회사인 기브스 앤 호크 Gieves and Hawkes의 회장 마크 헨더슨 Mark Henderson, 아트&비즈니스에서 디렉터로 일하던 나탈리 멜튼 Natalie Melton, 존 루이스 등 영국의 대형 브랜드에서 제품 개발을 맡아온 캐서린 로크 Catherine Lock, 이 세 사람이 합심해 만든 갤러리숍이다. 이들은 더 뉴 크래프트 맨을 통해 숨어 있던 영국 공예가들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고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자 했다. 공예가들이 긴 세월에 걸쳐 터득한 기술로 만든 물건에는 강한 에너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물건을 일상에서 가까이 두고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힘을 전달 받는다. 공예의 가치에 주목한 더 뉴 크래프트 맨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 뉴 크래프트맨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 디렉터인 나탈리 멜튼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1 옻칠로 마감한 윈저 체어. 2 도예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라 칼린의 테이블 램프. 3 해변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쿠션.

공예가들의 장인 정신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하지만 더 뉴 크래프트 맨이 등장한 2012년경부터 그들의 정신은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한 ‘지속 가능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뉴 크래프트 맨’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영국의 공예 기술은 내가 아트&비지니스에서 일할때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그 당시 다양한 예술에 어떻게 자금이 투자되고 후원되는지 살펴봤는데 공예가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2009년에 그들을 후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크래프티드 Crafted’를 마련하고 비즈니스 전문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수공예인들이 문화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기술을 더욱 개발하고, 나아가 전 세계에서 각각의 전통을 보존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더 뉴 크래프트 맨의 숍을 마련하게 되었다.

↑ 자연스러운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도자기들.

더 뉴 크래프트 맨의 웹사이트를 보면 ‘우리는 문화와 장소가 깊이 연관되어 있는 오브젝트를 소개한다’라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와 장소란 무엇인가?
수공예의 가치는 그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의미에 있다. 예를 들어 강철 산업으로 유명한 셰필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어네스트 라이트 앤 선 Ernest Wright and Son의 도금 가위의 경우 5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량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지닌 외국 기업으로 인해 여러 번 파산 위기에 이르렀다. 더 뉴 크래프트 맨이 론칭할 즈음, 캐서린은 이 멋진 도금 가위를 가져와 보석함에 넣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가위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왔는지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떠한 사물을 간직한다는 것, 누군가가 인생을 걸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나의 세련된 물건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물건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더 뉴 크래프트 맨은 팝업숍을 두 번 연 후 드디어 런던 메이 페어 지역에 정착했는데 지금의 갤리리숍을 마련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짧은 시간 안에 물건을 완성하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공예가들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팝업숍이 좋은 성과를 낸 이후 물건을 소개하는 방식이나 숍 운영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제 우리는 제대로 된 숍을 갖게 되었고 공예가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영국의 공예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더 뉴 크래프트 맨 숍 전경.

더 뉴 크래프트 맨에 소속된 70여 명의 공예가 중 당신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3가지 물건을 말해달라.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여기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 전부 애착이 있다. 하지만 가레스 닐의 작품인 하미린 의자를 꼽을 수 있겠다. 가죽 장인인 빌 암버그와 함께 제작했는데, 가죽 특성상 사용하면 할수록 그 사람의 흔적이 가죽에 배어나는 점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다는 지속성에 큰 매력을 느낀다. 에드먼드 변의 유리 제품은 미적인 면에서 봤을 때 분홍과 살굿빛의 유리병이 너무 매력적이다. 공예라고 하면 소박하고 시골의 거친 느낌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섹시함까지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힐러리 번의 바구니는 진한 버드나무 향을 내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지역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힐러리는 영국 데본 지역에서 작업하는데 대농장에서 직접 버드나무를 심고 키워서 수확하는데 나뭇가지를 잘라 말린 후 엮어서 바구니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물건이지만 최고의 기술로 제작한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늘 나를 감동시킨다.

↑ 더 뉴 크래프트 맨의 디렉터 나탈리 멜튼.

우리는 지금 수공예품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지만 당신이 사물을 대할 때의 태도는 디자인, 아트에도 해당한다고 본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사물을 올바르게 감상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공예가가 만든 물건이 디자인 소품 혹은 예술 작품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공예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 이때 중요한 건 각각의 물건이 개개인에게 주는 의미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은 어떠한지, 어떤 재료가 사용하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 내가 선택한 물건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야기 말이다. 이로 인해 그 물건은 더욱 의미 있어지고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곁에 두려고 한다. 즉각적인 감정 행태와 행동이 당연시되고 있는 지금, 최대 6개월간 기다려야 완성되는 공예가의 물건은 현재 우리 삶의 방식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더 뉴 크래프트 맨을 통해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더 뉴 크래프트 맨이 공예가들을 알리는 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영국의 공예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새롭게 소생되고 있는 전 세계의 공예 기술을 발전시키고 후원하는 것은 곧 지속 가능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런던에서 시작된 우리의 아이디어가 점차 퍼져 나간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에디터 최고은│구술과 인터뷰 김명한│사진 레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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