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메종>을 위해 마리메꼬에서 특별한 선물을 전해왔다. 마리메꼬의 대표 패턴인 우니꼬 패턴의 포스터를 증정한 것. 어느새 50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싱그러운 우니꼬 패턴의 역사를 돌아보며 현재 마리메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사미 루오차라이넨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헬싱키 키아즈마 현대미술관에 연출한 우니꼬 패턴의 쿠션들.
몇 달 전 우니꼬의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문화적인 충격을 경험했다. 노인분들의 옷 차림새 때문이었다. 무채색이나 짙은 색의 옷을 주로 입는 한국의 노인분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빨간색 모자를 쓴 할아버지부터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 과감하게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자신감 있게 걸어가는 중년의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바다와 숲, 나무가 우거진 핀란드의 자연환경 때문인지 그런 의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분 좋아지게 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즐기며 입는 브랜드가 바로 마리메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과연 한국에는 이렇게 모두가 누릴 만한 패턴이나 브랜드가 있었던가. 이전에도 마리메꼬를 좋아했지만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마리메꼬에 대한 호감이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
마리메꼬는 1949년 라티아 부부가 프린텍스라는 섬유 회사를 매입한 후 여러 디자이너와 함께 패브릭과 의상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핀란드에서 흔한 이름인 ‘마리’와 옷을 뜻하는 ‘메꼬’가 합쳐진 이름에서 섬유에 특화된 브랜드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라티아 부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심적으로 피폐해진 핀란드인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하기 위해 원색의 생동감 넘치는 색깔과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큰 성공을 거뒀다. 옷뿐만 아니라 마리메꼬의 패턴을 입힌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된 패턴이 원단으로 출시되면 이를 반영한 컵부터 접시, 주전자, 가방 등 리빙 제품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색깔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리빙 제품이 옷보다 훨씬 더 인기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마리메꼬의 의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금까지 마리메꼬에서는 약 3000여 가지의 패턴을 출시했고 그중에서도 양귀비꽃을 표현한 우니꼬 Unikko는 마리메꼬의 대표적인 패턴이다.

1 <메종> 20주년을 기념하는 우니꼬 포스터. 2 50주년 기념으로 홍콩 시내를 누빈 빨간색 우니꼬 패턴을 입힌 라운지 트럭.
금지된 꽃
약 50년 전 디자이너 마이야 이솔라 Maija Isola는 자신의 정원에 핀 빨간 양귀비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마리메꼬의 창립자였던 아르미 라티아는 당시 모든 꽃 패턴을 금지했는데 자연 상태의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 패턴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 1950년대에 유행했던 꽃무늬 특유의 여성스러움과 식상함 때문에 모던하고 색다른 패턴을 선호했던 아르미의 꽃 패턴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했다. 하지만 아르미 라티아는 마이야 이솔라의 계속되는 설득과 단순화시킨 양귀비꽃에 붉은색을 입힌 우니꼬 패턴에 결국 마음을 열게 된다. 만약 그때 우니꼬 패턴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지금 마리메꼬를 대표할 만한 패턴을 퍼뜩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화는 이후 마리메꼬 디자이너들에게 소신 있는 디자인 철학의 중요성과 자신의 디자인을 제대로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북유럽 태생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간결하게 표현한 꽃과 밝고 경쾌한 색깔을 즐기는 핀란드인의 성향이 잘 반영된 패턴이 바로 우니꼬다. 1964년 우니꼬가 마리메꼬를 통해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고 가구나 제품 디자이너들도 우니꼬 패턴을 차용했다. 멀리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패턴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우니꼬. 그런 우니꼬 패턴이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핀란드 국민들에게는 축제이자 세계적으로도 이슈화될 만한 것이었다. 브랜드도 아닌 패턴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기에 우니꼬 패턴에 대한 세계인들의 사랑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1,2 서로 다른 우니꼬 패턴을 입힌 머그. 3 50주년 기념 제품 바닥에 새겨진 특별한 로고.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생일 파티
올해로 50살이 된 우니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계 각 도시에서 생일 파티가 열렸다. 고향인 핀란드에서는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패션쇼를 진행하고 모든 매장을 우니꼬 패턴으로 장식한 것은 물론 거리에는 다양한 우니꼬 색깔의 옷을 입거나 액세서리를 걸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또 키아즈마 현대미술관에서 여러 작가들과 함께 우니꼬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회색의 단조로운 미술관 대부를 우니꼬 패턴으로 물들였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우니꼬 50주년 기념 팝업 스토어가 열렸고 중국 베이징에서는 산라툰 광장에 마리메꼬 패턴의 파라솔이 설치됐다. 우니꼬의 색깔은 1964년 출시 이래 15가지 정도로 다양하지만 탄생을 기념하는 이벤트에서는 대부분 우니꼬의 대표적인 색깔인 빨간색을 사용해 어디에서든 단번에 우니꼬를 알아볼 수 있었다. 대형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각국의 마리메꼬 매장에서는 우니꼬의 50주년을 축하하는 크고 작은 파티와 행사가 열려 볼거리를 더했다는 후문이다. 마리메꼬의 웹사이트에는 이런 이벤트를 아카이브 형식으로 저장해서 소개하고 있어 멀리에서도 우니꼬의 생일 파티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남색 우니꼬 패턴을 입힌 핀에어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 마리메꼬의 디자이너인 사미 루오차라이넨 Sami Ruotsalainen이 핀에어와 협업해서 탄생시킨 프로젝트로 핀에어의 색깔인 남색의 우니꼬 패턴을 비행기에 입혔다. 또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에도 핀에어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식기들을 사용해 여행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마리메꼬는 올해 초 발표한 S/S 컬렉션에서 우니꼬 패턴을 변주한 제품을 공개했다. 50주년 기념 우니꼬 패턴은 기존 패턴에 비해 크기가 훨씬 커졌고 오이바 세라믹 테이블웨어에 검은색 우니꼬 패턴을 입힌 50주년 한정 제품도 출시했다. 한정판에는 바닥에 우니꼬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마크가 찍혀 있어 소장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또 핀란드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공개한 실크 드레스, 재킷 등의 의상에도 꽃무늬를 넣어 2014년은 우니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종> 20주년 기념 포스터
<메종>의 국내 창간 20주년을 기념한 포스터 프로젝트는 올해 7월부터 시작되었다. 20주년을 맞이한 잡지를 위해 50주년을 맞이한 패턴, 즉 우니꼬를 포스터로 진행하자는 큰 틀에 양쪽 모두 이견이 없었다. 우니꼬가 첫선을 보일 당시의 색깔이자 <메종>을 상징하는 색 중 하나인 빨간색으로 정해지기까지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리메꼬에게 우니꼬는 브랜드의 얼굴과도 같은 존재여서 로고의 위치와 여백 등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도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협의에 협의를 거칠 만큼 신경을 썼다. 작은 부분까지도 마리메꼬의 스타일대로 표현하기 위해 몇 달에 걸친 작업이 이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매력적인 마리메꼬 포스터는 액자로 만들거나 벽에 그대로 붙이는 것만으로도 방 안의 표정을 순식간에 밝혀준다.

오이바 시리즈를 디자인한 사미 루오차라이넨
현재 마리메꼬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사미 루오차라이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리메꼬에게 우니꼬는 어떤 의미인가?
벌써 50년 동안이나 우리와 함께해왔고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패턴이다. 유행을 타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즐거움을 준다. 즉 마리메꼬가 추구하는 가치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패턴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우니꼬 패턴은?
클래식 레드와 다크 블루 우니꼬. 핀에어 항공기에 입히 패턴으로 매년 나를 놀라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다양한 배경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클래식 패턴이라서 그런 것 같다.
마리메꼬의 디자이너들은 우니꼬를 어떻게 생각하나?
디자이너들에게 우니꼬는 시대를 넘나드는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아주 좋은 예다. 어떤 상황이나 시대, 색깔과 매치해도 항상 ‘우니꼬다움’이 있다. 또 우니꼬의 탄생 일화처럼 디자이너가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1,2,3 사미 루오차라이넨이 디자인한 접시와 티포트로 각기 다른 패턴을 입혔다.
제품과 패턴을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오이바 시리즈처럼 제품 모양을 디자인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에 들어갈 만한 패턴이 있는지 항상 신경 쓰기 때문에 프린트 디자이너들과 친하게 지낸다. 사용하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고 싶고 일상생활이나 특별한 날 모두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
오이바 시리즈를 디자인할 당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오이바 시리즈를 디자인한 일은 굉장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자유로움이었다. 마리메꼬 측의 희망 사항도 있었지만 나의 직관과 자율성도 보장해줬다. 패턴 없이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했다. 그릇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면서 말이다.
핀에어와의 협업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만나 그렇게 아름다운 협업을 완성했다는 것이 행복했다. 놀라운 것은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는 것. 디자이너로서 기내 환경과 외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
앞으로 작업할 디자인 혹은 패턴에 관한 계획은?
디자인하고 싶은 것들에 관한 아이디어는 아주 많으며, 우린 이미 내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 아직 공개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아주 멋진 컬렉션이라는 것만은 말하고 싶다!
에디터 신진수ㅣ사진제공 마리메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