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로 둘러싸인 도시에서는 흙이 보석보다 드물다. 그러나 흙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보살피니 보석보다 귀하고 고맙다. 4월에는 흙과 나무와 풀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초록 생명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도 강렬한 음색의 노래를. <메종>은 너른 마당, 텃밭 없이도 초록의 노래를 변주해온 다양한 사람과 사례를 만났다. 그리고 긴 겨울 굳은 땅을 뚫고 나오는 새순의 에너지를 담았다.
<1> 공간에 숲 들이기
식물을 집 안에 들이는 몇 가지 방법을 따르면 보다 세련되고 싱그러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디자인 알레의 정수연 실장이 제안하는 공간 연출 아이디어에서 그 팁을 얻어본다. 소파 주변에는 너무 과하게 큰 식물보다는 중간 크기의 화분을 배치해 눈높이에서 그린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식물을 배치할 때 두세 개씩 그룹을 짓는 것이 포인트.
한 화분에 식물의 잎 크기가 다른 종류의 식물을 같이 심어도 좋다. 식물의 물 주기가 비슷한 종류를 심어야 관리가 편하다는 점에 주의할 것. 금색 화분은 박쥐란, 흰색 화분은 아글레오네마, 고드세피아, 함소아를 차례대로 배치했다. 뒤로 보이는 얇은 가지의 화분은 밀크부쉬, 천장에 매단 화분은 아이비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박상국
<2> 오브제로 변신한 책장
봄을 알리는 꽃인 크로커스와 무스카리, 튤립 그리고 허브 종류인 라벤더, 로즈마리 등의 작은 화분들을 책장에 들인 아이디어. 식물을 잘 기를 자신이 없다면 다육식물이나 선인장을 추천한다. 화분과 촛대는 모두 알레에서 판매.
<2-1> 티 테이블에 구근식물 심기
무스카리를 작은 티 테이블에 심어 오브제로 활용한 아이디어. 움푹한 테이블 안에 흙은 10cm가량 넣고 무스카리를 빽빽하게 심은 다음 위쪽을 비단이끼로 덮어준다. 물은 스프레이로 이끼 면이 촉촉할 정도로 준다. 이런 방법으로 연출하면 짧게는 2~3주, 길게는 한 달 정도 꽃을 즐길 수 있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박상국
<3> 내 마음은 정원
서울광장의 초대형 플라워 카펫, 무주 반디랜드 식물원 등 굵직한 프로젝트부터 개인 주택 정원 설계, 전시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마실누리의 안상수 소장을 만났다.
가든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04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12년 차네요. 그전에는 요리를 했어요.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산당 임지호 선생이 나의 스승이었는데, 자연 요리를 배우면서 식물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정원 일은 나이가를 먹을수록 장인처럼 인정받을 수 있으니 평생 해도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마음먹는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합니다. 독학을 했어요. 국내에 출간된 조경 책은 전부 섭렵하고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서적을 탐독했어요. 언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니 구성을 많이 봤고요. 그런 다음에 농장에서 불러주면 돈을 안 받고 일을 하면서 작물을 재배하고 심는 것을 배웠습니다.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하고 실내 조경에서부터 점차 야외로 영역을 넓혀 나갔어요.
전과 비교해서 요즘 가든 트렌드는 어떻게 변했나요? 예전에는 비싼 소나무를 명품처럼 생각해서 집 마당에 심어놓고 자랑거리로 삼았죠. 그런데 지금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조경도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식물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풍요로움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커졌어요.
정원 디자인을 할 때 자신만의 철칙이 있다면요? 모든 의뢰를 다 받지 않는다는 것. 정원을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정원을 만들어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뢰인에게 정원을 만든다면 거기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꼭 물어봅니다. 그러면 한번도 생각을 안 해본 사람도 비로소 생각을 하기 시작하죠. 주택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 기본 3년 정도를 잡고 시작합니다.
정원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식물을 가꾸는 기술은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익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식보다는 정원을 감상하는 방법을 전해주려고 합니다. 그걸 알고 나면 사람들 표정이 밝아져요. 계절마다 변하는 세세한 모습을 알아차리는 순간 정원은 비로소 진짜 자기 것이 됩니다. 그러면 내면의 정서도 함께 바뀌기 시작하고 감정이 부드러워지죠. 주변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고 나 자신이 변화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 식물을 가꾸고 정원을 감상하는 목적은 그것입니다.
정원 가꾸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팁을 알려주세요. 꽃이 시드는 것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잠깐뿐이고 아무리 잘 가꿔도 한계가 있습니다. 식물은 오후보다 오전 빛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그늘에 두었다가도 외출할 때 창가에 옮겨두면 잘 삽니다. 만일 그조차도 여의치 않다면 동네에 있는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 있는 정원, 작은 하천에 있는 정원에서 계절의 변화를 즐기면 됩니다. 서울숲이나 올림픽공원은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생겼는데 사람들이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에디터최고은│포토그래퍼 신국범
<4> 푸른 온실이 마중하는 치과
이곳은 아픈 것도 잠시 잊게 만들 만큼 신비로운 온실을 품고 있는 병원이다. 대치동에 위치한 서울동민치과는 부분적으로 유리로 마감된 천장이 있어 외부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다. 틸테이블 오주원, 김미선 대표의 작업으로 빛이 들어오는 천장 아래 작은 온실을 지은 것. 유리 큐브 안의 벽면은 붉은색 벽돌로 일부 마감하고 큰 기둥형 선인장으로 중심을 잡았다. 주변에는 둥근 금호 선인장과 작은 소정이 군락을 이루며, 작은 대봉룡도 키 큰 선인장 아래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야트막한 선인장 언덕 사이사이는 석재를 장식해 마무리했다. 마치 멕시코의 사막을 툭 잘라 옮겨놓은 듯 이국적인 온실은 어느새 치과의 얼굴이 됐다. “선인장의 가시에는 만수무강의 의미가 담겨 있어 병원 인테리어와도 어울리는 식물이에요”라며 오주원 대표가 말한다. 딱딱하고 삭막하게만 보였던 치과가 환골탈태한 좋은 사례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안종환
<5>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조경사 최승원이 추천하는 GARDENING MARKET
하남시 화훼 농장 하남시에 가면 도매 가격에 꽃, 나무 등을 판매하는 농장과 화훼 단지가 많다. 채소 모종, 야생화, 각종 나무 등 다양하지만 장미, 국화, 프리지어 등 화려한 꽃이 많고 좋은 품종의 관엽식물과 서양란을 구입하기 좋다.
주소 경기도 하남시 일대
헌인 화훼 단지 고속도로 나들목이 인접해 있어 전국 도매상이나 조경 업자들이 다량으로 구입해 가는 곳이라 규모가 크다. 여러 종류의 꽃, 나무가 있으며 특히 외국에서 자라는 야생화나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다량 판매를 하다 하나씩 남은 것을 고르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1-701
서오릉 화훼 단지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구파발 화훼 단지가 이전한 곳으로 내부 정리가 잘되어 있다. 선인장, 다육식물, 관엽식물 등 다양하게 취급하며 팬지 같은 일년초와 중국에서 수입한 대나무와 행운목 등이 있어 선물을 구입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