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디자이너 마리오 트리마르키를 만났다. 정갈한 외모에 느릿느릿한 말투로 자신의 소신을 전하는 그는 철학가의 면모를 지녔다.
서울을 찾은 이유는?
디자인하우스가 주관하는 2013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마리오 트리마르키’ 부스가 마련되었는데 그동안 내가 작업한 제품들과 스케치 등을 두루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알레시와의 작업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연을 맺었나?
알레시는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을 끌어내기로 유명한 브랜드다. 알레시를 만나게 된 것은 내가 디자인을 시작하고 10년 이상이 지난 후의 일이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그렇듯 나 역시 알레시로부터 제의를 받은 후 지금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알레시와 작업하면서 어떤 점이 즐거웠나?
요즘 대부분의 브랜드는 상업적이다. 브랜드와 디자인을 돈과 별개로 생각할 수는 없긴 하지만 나는 디자이너가 상업성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알레시는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최대한 존중한다. 강요나 제약은 없다.
개인적으로 알레시의 제품은 위트 있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당신의 작품이 알레시에 소개됐을 때 낯설기도 했다.
그런가? 알레시에도 미니멀하고 모던한 작품이 많다. 내 작품이 유난히 기하학적이라 더 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컬러를 별로 사용하지 않고 형태에 집중하는 편이다.
작업 과정은 어떤가?
작업하기 전 스케치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전에 많은 시간을 리서치 과정에 투자한다. 베이스와 바스켓 시리즈 역시 리서치 끝에 탄생되었다. 나는 디자이너지만 건축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이 일상이다. 찍은 사진을 참고해 제품에 가깝게 스케치를 해나간다.
↑ 구리 소재로 만든 섬의 모양을 본뜬 마리오 쿠킹 몰드 ‘구겔호프’.
당신의 집 또한 미니멀한 스타일인가?
내겐 세 명의 자녀가 있다. 물론 두 명은 독립을 했지만 아이 셋을 키우면서 집을 미니멀하게 가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보통의 가정집처럼 가족들이 머물기에 편안한 집이다.
이번에 선보인 쿠킹틀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건축가인 아내와 함께 많은 섬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뻔하지 않은 색다른 쿠킹틀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섬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쿠킹틀을 디자인하게 됐다. 소재도 다양하다. 내용물을 차곡차곡 넣고 뒤집어서 빼내면 섬 모양의 음식이 만들어진다.
제품이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물론이다. 예를 들어 테이블에 ‘시로코’ 바스켓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그 안에 뭘 넣을 건지 고민할 것이다. 과일을 넣거나 때론 빵이나 꽃을 둘 수도 있다. 그리고 시로코가 테이블 중앙에 있을 때, 사이드에 있을 때에 따라 공간이 달리 보일 것이다. 서서 내려다보거나 앉아서 바라볼 수도 있다. 제품 하나가 일상에 들어왔을 때의 효과는 그만큼 크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대해 듣고 싶다.
프래자일(Fragile)이란 이름의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열 명 남짓. 전반적인 디자인에 관한 작업을 한다. 최근에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디자인이 일회용품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조급해하지 말 것. 나 역시도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견뎌왔다. 자신만의 철학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라.
1,2 직사각형 스테인리스를 이어 붙인 시로코 목걸이와 시로코 ‘트레이’.
3 말랑말랑한 실리콘 소재로 만든 베이킹용 몰드.
4 꽃을 꽂으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인칸토 꽃병
5 바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시로코 라인의 ‘루트 홀더’.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조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