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의 동행…토종잡지로 성공신화를 쓰다. 잡지계 미다스의 손 더북컴퍼니 신소희·이소영 공동발행인.
더북컴퍼니 공동발행인 신소희(왼쪽), 이소영.
‘우리 같이 나가서 일 한번 저질러볼까?’
이십대 초반 수습기자 시절부터 옆자리에서 25년을 동고동락해온 선배가 물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오케이`였다. 그렇게 2004년 3월, `엘르` 편집장을 지낸 신소희(59), `쎄씨` 창간 편집장을 지낸 이소영(56) 두 `잡지의 달인`이 의기투합했다. 또 한 명의 선배와 함께 독립했고, 5개월 만인 8월 첫 잡지 `싱글즈`를 펴냈다. 10년 만에 더북컴퍼니는 `마리끌레르` `메종` `긱` `뷰티쁠` `에비뉴엘` `주부생활` 등 8개 월간지와 12개의 CP매거진, 광고대행사 레드슈즈를 거느린 잡지업계 `빅3`로 성장했다.
함께 승선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이형옥 선배는 다른 잡지사를 만들어 독립했지만, 두 사람의 동행은 여전히 굳건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북컴퍼니에서 만난 신소희, 이소영 공동발행인은 ‘처음엔 은행에서도 동업을 한다니 대출을 꺼렸다’면서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다보니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은 물과 불처럼 다르다. 신 대표는 판단ㆍ분석력이 뛰어나고, 추진력은 이 대표의 장기라 각각 살림과 편집을 책임졌다. 토종잡지 `싱글즈`의 성공은 10년이나 앞서 `골드미스 세상`을 예견한 두 사람의 탁월한 감각에서도 왔다. 기자부터 편집장까지 두루 거쳐 현장에서 발로 뛰고 땀 흘리며 취재한 경험이 기존의 `판을 깨는` 매체를 탄생시켰다.
이 대표는 ’25년을 한 길만 파다 보니까 말하자면 직관과 경험이 만나 시장을 먼저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았다. 광고 패션 뷰티 업계에는 25~35세의 자기 세계를 가진 독신여성들이 마침 많았다. 그들을 위한 잡지를 만들고 3~4년이 지나니 `싱글 라이프`가 사회문화적 이슈가 되더라’고 했다. 둘은 술과 골프를 하지 않는다. 그런 악조건으로 사업을 하려다 보니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 술 대신 광고주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값진 점심 시간을 선물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2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며 명강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더북포럼`을 만든 것. 10년 동안 시장 시절의 이명박 전 대통령, 안철수 의원, 조정래 작가, 하라 겐야 디자이너 등 명사들이 강연을 했고 호응은 뜨거웠다.
`싱글즈`로 겨우 자리 잡은 작은 회사는 `도박`으로 2007년 크게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잡지시장은 `보그` `바자` 등 해외 유명 라이선스지가 장악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게 `마리끌레르`. 골리앗 같은 굴지의 잡지사들에 도전장을 던지고는 `다윗`인 이들이 파리로 무작정 날아갔다. ‘무모했죠. 그런데 `저희 스태프들의 경력을 합치면 100년 이상이니 믿어달라`고 설득했어요. 그렇게 잡지를 따냈고 열심히 키우니 7년 만에 매출이 딱 2배가 됐죠.'(신소희)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2004년 30여 명이던 규모가 150여 명으로 커졌고, 매출도 두 배 이상 뛰었다. 4년 전 업계 최초로 SNS매거진 `뷰티쁠(Beauty+)`을 냈고, 2012년에는 토종 남성패션지 `긱(GEEK)`을 만들어 호평받았다. 모두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시장을 연 실험의 성공이었다. 이제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섰지만 미래에 관한 고민은 많다.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잡지도 그렇고 미디어 환경이 변화가 크죠. 그래도 저희가 믿는 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건 콘텐츠라는 믿음입니다. 사람들에게 여유와 여백, 휴식도 필요하지 않을까요?'(이소영)
앞으로 10년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3위 IT기업 네티즈(Netease)와 모바일 잡지 `싱글즈 차이나`를 발간했다. 올 9월에는 `싱글즈 타일랜드`를 론칭한다. 다음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목표다. ‘바자 등과 당당하게 경쟁해 2015년까지 아시아 5개국에 `싱글즈`를 펴내는 게 목표’라면서 둘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드라마가 너무 잘해줘서, 한국의 뷰티산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에요. 전지현 덕을 좀 봐야죠. 한국이 아시아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에디터 Writer 김슬기 기자 (매일경제)
포토그래퍼 더북컴퍼니
출처 매일경제 http://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