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고친 집

내 손으로 고친 집

내 손으로 고친 집

버려진 가구와 소품, 폐목재 등에 약간의 솜씨를 더해 쓸모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조영진 씨.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남부럽지 않게 집을 꾸밀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의 집을 <메종>이 찾아갔다.

거실 “거실이 작고 주방과 바로 붙어 있어서 식탁을 놓을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소파 크기에 맞춰 식탁을 겸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었어요. 철제 프레임에 키엔호에서 구입한 타일을 사용했습니다.”
서재 “피아노 연주자인 아내의 연습실이자 서재로 쓰는 방입니다. 고급 자재이지만 값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문비나무로 가벽을 붙이고 폐목재, MDF로 책장을 만들었는데 자연적으로 습도 조절을 해주기 때문에 늘 쾌적하죠.” CCM 가수인 조영진 씨는 분당에 있는 복층 오피스텔에서 아내와 함께 둘이 살다가 곧 태어날 첫 아이를 위해 용인 처인구에 위치한 작은 빌라로 이사를 했다. 전문가 수준의 목공 실력을 갖춘 그는 66㎡ 의 아담한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 나섰다. 아직 충분히 쓸 만한데도 버려진 가구와 나무, 유리를 재활용해 부엌장을 만들고 방 사이즈에 알맞게 옷장과 책장 등을 짜 넣었다. 또 MDF 합판과 라왕 각재, 망입 유리로 방문을 만들어 아늑한 분위기로 꾸몄다. 실내에는 발림성이 좋은 친환경 페인트 ‘던 에드워드’ 제품을 사용했는데 낡은 벽지 위에는 벨벳광, 나무 몰딩에는 무광 페인트를 칠해 같은 흰색이어도 각 재료가 가진 질감을 살렸다. “처음부터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죠. 생각처럼 안 될 때도 많았지만 집에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직접 만들어서 채워 나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어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방 “밥솥 등 주방 가전과 소품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수납장을 만들었습니다. 이사 오기 전 사람이 놓고 간 아일랜드 바 위에 장을 짜 맞춰 올렸어요. 부엌을 가리기 위한 파티션 역할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안방. 왼쪽 “침대 프레임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 원목을 선택하고 자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간단한 구조로 제작했어요. 헤드보드는 을지로에서 스펀지와 합판, 패브릭을 구입해서 만들었고 비용은 5만원 정도 들었습니다.”안방. 오른쪽 “아내와 아기를 위한 수유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안락한 암체어를 놓았습니다. 천장에는 고래 인형이 있는 조명을 달았고 한쪽 벽에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으로 꾸몄어요.”
에디터 최고은│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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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Minimalism

Modern Minimalism

Modern Minimalism

피로를 유발하는 삶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된 요즘의 미니멀리즘은 기능에 충실했던 과거로, 특히 원초적인 시대로 회귀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예적인 무드를 가미한 미니멀리즘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Crafted Minimalism
형태는 단순하고 간결하되 표면의 질감이나 디테일에서 공예적인 뉘앙스를 띠는 것이 최근 미니멀리즘의 특징이다. 지극히 산업적인 재료인 시멘트를 작가주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는 마치 선비가 먹을 갈아 화선지 위에 수묵화를 그린 듯 담백한 스타일로 나타난다.

8년 동안 자연 건조시킨 붉은 자작나무로 형태를 만들고 일부를 태워 초승달 같은 무늬를 낸 박홍구 작가의 그릇은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시멘트로 만든 스툴 위에 상감 기법을 적용해 수묵화 느낌을 연출한 김정섭 작가의 이머전스 스툴은 지익스비션에서 판매. 자작나무 가지 모양의 티포트와 컵은 모두 폴아브릴에서 판매.

From Earth
대지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고향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에게는 더없이 애틋한 키워드이다. 대지에서 채집한 흙은 자연 소재가 각광받는 요즘 더욱 선호하는 원재료이기도 하다. 자연 소재로 만든 가장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형태.

찬넬 맨 위 선반에 놓인 저그는 전통 옹기의 색에서 영감을 얻은 최정유 작가의 작품으로 옹기토와 백토, 2가지 흙의 배합 비율에 따라 식기류의 색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총 6가지 경우의 수가 있으며 각 선반에 놓인 접시와 크고 작은 볼, 컵 역시 최정유 작가의 작품. 찬넬 두 번째 선반에 놓은 간결한 디자인의 컵과 세 번째 선반의 화이트 저그, 그 아래 선반에 있는 에그 홀더와 접시, 에스프레소잔은 모두 피트 하인 이크의 디자인으로 크로프트에서 판매. 인디언 핑크 컬러의 비슬리 수납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찬넬 맨 아래 선반에 놓은 굽이 있는 그릇과 잔은 모두 폴아브릴에서 판매. 블랙 찬넬 선반은 몬드리안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어 스타일리스트가 제작.

Layers of Time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결과물이 비록 단순하다 할지라도 모양새로 그 가치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이면에 가려진 제작 과정과 시간을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옻칠과 칠보 기법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드는 작품이라면 간결한 형태와 상관 없이 공예적이라 할 수 있다.

옻칠로 마감한 상판의 깊고 절제된 색감이 돋보이는 원형과 타원 형태 사이드 테이블은 허명욱 작가의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판매. 그 외 옻칠을 여러 번 반복해 특유의 불투명하고 차분한 색감을 띠는 트레이와 납작한 접시, 스쿱, 볼 모두 허명욱 작가의 작품. 크림 컬러의 테이블 하단에 놓은 납작한 회색 그릇은 모두 무겐 인터내셔널에서 판매. 그릇 위에 올린 볼은 이노메싸에서 판매. 블랙 테이블 하단에 놓은 민트와 네이비, 적동, 그레이 컬러의 납작한 접시는 금속 판재에 칠보와 법랑 기법으로 색을 입힌 것으로 나머지 다른 면은 사물을 반사하는 금속의 성질을 살린 김윤진 작가의 작품이다. 엘스토어에서 판매. 청록색 테이블 위 모던한 볼은 무겐 인터내셔널에서 판매. 손잡이 부분만 페인팅한 나무 소재 티스푼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Match Play
인위적인 소재가 주는 차가움, 자연 소재에서 오는 따뜻함. 각기 다른 톤과 인상을 지닌 소재를 결합시켜 생경하고 색다른 조화를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의 변주.

러프한 코르크와 매끈한 플라스틱 소재의 대비가 디자인에 위트를 더해주는 크리스탈리아 사의 스툴은 인노바드에서 판매. 적동과 장미목, 화이트 분체 도장한 알루미늄과 아크릴, 실버 알루미늄과 깊은 컬러의 코르크, 황동과 현무암의 대비가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스툴 시리즈는 서정화 작가의 작품. 삼각형 모양의 블랙 모빌은 이노메싸에서 판매.

Primitive Ways
표면의 질감에 집중한 빗살무늬 패턴과 더불어 원시적인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호하는 것이 바로 멀티컬러의 프린지를 사용하거나 위빙 기법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은 장인의 테크닉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나타난다.

정면에 놓인 블랙 라운지 체어 ‘카바레 Cabaret’는 철제 프레임에 굵고 견고한 패브릭을 엮어 만든 케네스 코본푸 제품으로 인다디자인에서 판매. 원통형 프레임에 갈색의 천연 직물로 감싸 만든 푸프는 B&B이탈리아 제품으로 인피니에서 판매. 블랙 컬러의 가죽끈을 위빙 기법으로 엮어 만든 벤치 시리즈와 실내용 가죽 신발은 헨리 베글린에서 판매. 블랙 빗살무늬가 강인한 느낌을 주는 티포트와 납작 접시, 볼, 컵과 받침은 모두 에이티디자인에서 판매. 심플한 원통형에 그레이 컬러가 모던한 느낌을 주는 디퓨저는 모두 이가진 작가의 작품으로 갤러리 LVS에서 판매. 블랙 벤치 위의 아트 팝업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ack to the Past
평온했던 과거, 그것도 원시 시대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무드가 미니멀리즘과 결합해 나타난다. 최초의 공예였던 빗살무늬 토기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들.

거푸집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블랙 페이퍼 펄프 소재의 베이스는 더패브에서 판매. 불규칙적이고 자연스러운 빗살무늬 패턴의 분청 합은 정재호 작가의 작품으로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시키는 윤상혁 작가의 도자 볼은 엘스토어에서 판매. 베이지와 블랙의 페이퍼 펄프 소재 베이스는 더패브에서 판매. 표면의 거친 디테일이 금빛 모래 물결을 연상시키는 윤상혁 작가의 도자 볼은 엘스토어에서 판매.

프리랜스 에디터 정수윤(아날로그 포스트)ㅣ포토그래퍼 임태준ㅣ스타일리스트 민송이·민들레(세븐도어즈)ㅣ어시스턴트 공효선·추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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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흐르는 전통

굽이굽이 흐르는 전통

굽이굽이 흐르는 전통

과거를 반영한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디자인을 탐색하는 덴마크 브랜드 구비를 만났다.

1 2014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마스쿨로 체어’와 ‘TS 테이블’. 2 ‘세미’ 조명과 ‘마스쿨로 체어’가 놓인 구비 본사.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북유럽 브랜드 중 하나인 구비 Gubi는 여타의 북유럽 브랜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풍긴다.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디자인이지만 무겁지 않다. 구비는 각종 가구 박람회장에서도 큰 부스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다.
덴마크 브랜드인 구비는 미드센트리 시대인 1967년에 지금의 구비를 이끌고 있는 제이콥 구비의 부모인 구비 올슨과 리스베트 올슨에 의해 설립됐다. 처음에 올슨 부부는 그들이 디자인한 가구와 원단을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 후 아들인 제이콥과 세바스찬은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컨셉트 스토어를 열었는데 그곳에서 올슨의 아들들은 패션 아이템을 소개했다. 사실 프라다와 헬무트 랭을 덴마크에 처음 소개한 것도 이들이었다. 2001년 올슨은 구비를 가족 사업으로 전환했고, 아이콘적인 북유럽 작가들의 디자인 가구를 소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1 황동 보디의 베스트라이트 조명. 2 ㄹ자 모양의 ‘마테고트 데달’ 선반.

1 상판이 떠 있는 듯한 ‘Y!’ 테이블. 2 올슨 부부의 ‘그랜드피아노’ 소파.

구비는 ‘그랜드피아노 소파 Grand Piano Sofa’, ‘보나파르트 의자 Bonaparte Chair’ 등 설립자인 올슨 부부가 디자인한 가구는 물론 디자이너와 건축가, 조각가들의 가구를 소개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그들 가구의 대부분이 이미 운명을 달리한 디자이너의 가구이거나 혹은 약 50년 전에 만들어진 가구라는 것이다. 현대 공간에 전혀 어색함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가구들이 이미 50년 전에 디자인된 것이라는 사실이 경이롭다. 구비는 이처럼 1930년대부터 70년대의 디자인 가구와 조명을 찾아 다시 소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구비에서 소개하는 가구들은 뉴욕의 모마 Moma와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 런던 디자인 뮤지엄, 스톡홀름의 국립박물관, 핀란드의 자연사 박물관인 악티쿰 등에 전시되기도 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하는 아이콘적인 것들이다. 이처럼 구비의 제품은 과거의 한순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 예로 조명 컬렉션 중 하나인 ‘베스트라이트 Bestlite’는 디자이너 로버트 두들리 베스트에 의해 1930년대에 처음으로 제작된 조명 시리즈다(윈스턴 처칠 역시 베스트라이트의 애호가이기도 했다). 구비는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베스트라이트의 조명을 13개의 컬렉션으로 재조명함으로써 고전적인 아이콘을 계승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콤플로트 디자인 Komplot Design이나 감 프라테 GamFratesi처럼 신진 디자인 그룹과의 컬래버레이션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와의 작업이 다소 위험성을 안고 있긴 하지만 구비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입지를 계속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신진 디자이너와의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그들의 작품이 곧 클래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3D 베니어 의자이자 모마의 영구 소장품이기도 한 ‘구비 체어 The Gubi Chair’와 클래식하지만 현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마스쿨로 Masculo’ 시리즈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테타 M 그로샴과 매튜 마테고트, 자크 아드넷 등 구비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가구를 21세기에 소개해오고 있다. 마치 오랜 시간 감춰져 왔던 다이아몬드를 발굴하듯 구비 역시 앞으로도 클래식한 디자인,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찾아내고 계승하기 위한 길을 걸어갈 것이다.

1 흰색 구비 체어와 아오야마 테이블. 2 ‘세미’ 조명과 ‘마스쿨로 체어’가 놓인 구비 본사.

1 3개의 다리로 지탱하는 ‘그래사퍼’ 조명.

1 곡선 다리가 특징인 ‘구비 5 체어’. 2 회오리 모양의 조명 ‘터보’. 3 컬러 포인트를 준 ‘코트랙’. 4 가죽 끈으로 고정하는 거울 ‘아드넷 서큘러’.

에디터 신진수 | 자료협조 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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