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의 기준

주방의 기준

주방의 기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급 명품 주방 가구 불탑. 주방 가구의 시초이자 끊임없는 혁신으로 오늘날까지 자신들의 원칙을 이어가고 있는 불탑을 소개한다.

↑ 미니멀한 디자인을 극대화한 b1 주방 가구.

눈으로 보이는 탄탄함과 디테일, 고급스러운 기품이 남다른 불탑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명품 주방 브랜드다. 불탑이라는 이국적인 이름은 설립자의 성에서 따온 것. 마틴 불탑이 1949년 독일 남동부의 아이히에서 제재소를 사들이고 자신의 이름을 건 주방 가구 회사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말이 끄는 카트에 주방에서 사용하는 사이드 보드를 싣고 다니면서 불탑의 품질을 널리 알린 덕분에 사업은 번창했다. 1974년 불탑은 처음으로 현대적인 주방 가구 C12를 선보였다.

↑ 불탑을 대표하는 시스템 b 라인 중 b3. 처음으로 벽을 활용한 주방 가구 시스템을 선보였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실용적인 주방 가구를 처음으로 생산한 것이다. C12로 인해 불탑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주방 가구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됐다. 설립자인 마틴의 사후, 2세들이 불탑의 운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불탑의 시대가 열렸다. 게르드 불탑은 바우하우스 시대의 사상과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겨 주방 가구에 디자인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럴 수 있었던 데는 지금까지도 뛰어난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는 오틀 아이허의 도움이 컸다. 둘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각국의 요리하는 모습과 주방 시스템을 지켜봤고 <주방은 요리를 하기 위한 것>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불탑 주방 가구의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시스템 b’ 라인 역시 이 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1 2014 밀라구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이동식 휴지통. 2 불탑을 대표하는 시스템 b 라인 중 b3. 처음으로 벽을 활용한 주방 가구 시스템을 선보였다.

시스템 b는 사용자가 작업하기에 편안한 높이와 기능성, 도구, 식탁 공간과의 분리 등 현대적인 주방 가구의 초석이 되는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불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라인이다. 벽을 활용해 선반부터 캐비닛 등을 벽에 걸 수 있도록 한 b3와 극도로 미니멀하고 단순화한 시스템 b1 그리고 작업대와 캐비닛으로만 구성된 b2까지 불탑의 시스템 b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1 두 개의 캐비닛과 작업대로 단출하게 구성한 b2 주방 가구. 2 2014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쿠킹 테이블 겸 식탁. 상판을 펼치면 스테인리스 소재의 조리대로 활용할 수 있다.

불탑의 주방 가구는 왜 특별할까? 불탑은 매번 새로운 시스템을 발표할 때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실용성과 단순함 그리고 건축미를 보여주고 있다.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도 남다르다. 업계 최초로 서랍 두께를 18mm로 최소화해 가벼우면서도 견고하게 만들었고,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부분을 남겨두어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뒷받침한다. 요리에 필요한 도구를 정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세밀한 수납함과 고급스러운 마감,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시스템이 사용자를 주방 안으로 유혹한다. 무엇보다 아일랜드형 주방을 처음으로 개발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이를 최대한 배려했다는 점에서 불탑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 사용하는 이를 최대한 배려한 서랍과 선반으로 실용성을 높인 불탑 주방 가구.

불탑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주방이 가족과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대화형 주방을 제안하고 있다. 독일 특유의 깐깐한 품질 관리와 65년간의 오랜 연구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이 곧 지금의 불탑을 존재하게 한 원동력이다. 쇼룸을 오픈할 때마다 위치와 컨셉트, 인테리어를 불탑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완벽하게 맞출 만큼 불탑의 스타일은 확고하다. 불탑은 2010년부터 창립자 마틴의 손자인 마크 에커트가 CEO로서 가족 경영을 이끌고 있으며 올해 초 서울에 불탑 단독 쇼룸을 오픈했다. 3세대째 대를 이어 가족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불탑의 DNA를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휴머니즘을 강조해 촉감과 감성 디자인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는 싱글족을 위한 주방 시스템과 액세서리 라인 ‘불탑 솔리테어’를 선보였다. 이처럼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트렌드를 반영하는 유연한 대응 능력이 불탑의 장수 비결이란 확신이 든다.

에디터 신진수ㅣ자료협조 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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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일본에서의 생활을 접고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현정 씨의 집에는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디자인이 공존한다. 여기에 적당한 긴장감이 더해져 신선하다.

↑ 바닥과 벽은 흰색 계열로 타일을 깔고 도장을 해 깨끗해 보인다. 색깔은 검은색과 흰색뿐이지만 소재가 다양해 깔끔해 보이는 정도다.

현관문을 열자 눈이 동그래졌다. 흔히 보아온 아파트와 다른 인상 때문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가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데 놀랐고,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집주인 이현정 씨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한국에서 머물 생각으로 얼마 전 귀국했다. 그러나 전세 주었던 부모님의 집은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준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였는데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살던 집이라 손볼 곳이 많았어요. 집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결심하고 지인에게 추천도 받고 책도 보면서 여러 업체와 상담을 했죠.”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온 남동생과 함께 살 집으로 이현정 씨가 원했던 것은 ‘집 같지 않은 집’이었다. 숍 같기도 하고 카페 같기도 하고 스튜디오 같기도 한 집이길 바랐던 것. 집은 편해야 한다는 통념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집을 원했다. 다양한 업체를 만나던 중 히틀러스플랜잇의 신선주 실장과 몇 마디를 나누자마자 자신이 그리던 집을 현실화시켜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 24평형 아파트가 달라졌다.

1 높이를 높여 다다미를 깐 휴식 공간. 나무로 제작한 코너의 AV장이 이색적이다. 2 현관에서 바라본 집 안. 정면의 육중한 철제 장은 독일에서 가져온 것. 신선주 실장이 직접 그린 도면 스케치를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이 집에는 총 3개의 방이 있는데 옷방과 서재,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휴식 공간이라고 한 것은 침실이나 AV룸으로 한정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대나 옷장도 없고 높이를 올려 다다미를 깐 평상이 곧 침대이자 TV를 볼 수 있는 좌식형 공간이다. 옆에는 앉아서 책을 보거나 사무를 볼 수 있는 낮은 테이블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조명을 두어 정갈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부엌은 집주인의 취향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나무와 흰색 프레임으로 담백하게 완성한 부엌은 중간에 아일랜드를 두어 수납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깔끔한 성격의 집주인은 부엌 곳곳의 선반과 수납장에 그릇과 커트러리, 티타월 등을 차곡차곡 정리해 카페 못지않은 깔끔한 부엌으로 연출했고 벽에는 독특한 U자 모양의 편자를 달았다. “동생이 독일에서 구입한 것이에요. 독일에서는 말 편자를 U자 모양으로 걸면 행운이 들어와서 나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거든요. 좋은 기운을 가져올 것 같아 나란히 벽에 걸어두었어요.” 스튜디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조명과 함께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부엌이 달라 보였다.

↑ 거실에 놓은 철제장에는 향초를 장식했다.

서재는 방문을 없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벽 전체를 책장으로 만들고 긴 책상을 두어 두 명이 앉아서 작업하기에 편하다. “문을 없애는 대신 참나무 합판 소재의 가벽을 세웠어요. 이 가벽이 현관의 신발장으로 연결돼 공간이 깔끔해 보이는 것 같아요. 벽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책장으로, 현관에서는 신발장으로 활용하고 있죠.” 집 안을 채운 소재도 다양하다. 서재에 설치한 프리츠 한센의 검정 펜던트 조명, 거실에 있는 찰스&레이 임스 체어와 플로스 조명은 모두 이현정 씨와 동생이 직접 고른 것들. 거실과 부엌에 둔 철제 장은 독일에서 온 가구로 빈티지한 디자인과 철 소재에서 느껴지는 육중함이 공간에 균형을 잡아주며 다른 디자인 아이템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유리를 끼운 거실의 철제 장에는 집주인이 모은 다양한 향초를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가구나 소품도 유명세를 믿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사용했던 가구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하나씩 모은 것들이라 더욱 의미 있다. 이 집에는 거실과 부엌, 심지어 화장실 벽에도 액자가 걸려 있다. 휴식 공간에 건 사진 액자와 2개의 화장실에 건 사진 액자는 모두 신선주 실장이 해외에 나갔을 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 디아섹 액자로 만든 것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다.

↑ 나무를 주된 재료로 사용해 제작한 부엌. 일본의 여느 카페처럼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행운을 가져온다는 말 편자를 단 부엌.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1 옷방에 있는 작은 화장실. 세면대와 마주 보는 공간은 책장으로 만들어 그동안 모은 만화책을 꽂아두었다. 2 휴식 공간에 둔 낮은 테이블. 벽에는 나무 서랍과 함께 신선주 실장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코너다.

거실 벽에 건 액자 역시 신선주 실장이 공사 전에 그린 도면이다. “완성될 집의 모습을 신선주 실장님이 대략적으로 도면에 스케치한 것인데 의미가 있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멋스러워 액자로 만들었어요. 새로운 집을 위한 도면이잖아요. 언제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와 소품, 다양한 소재가 어우러져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집 안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일본에 머물 때 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한 휴식처가 되길 바랐던 서울에서의 생활은 이렇듯 집과 함께 시작되었다.

↑ 두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기에도 편안한 서재. 문을 없애고 나무 가벽을 세워 현관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임태준 | 디자인및시공 히틀러스플랜잇 www.hitlersplan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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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이야기

끝나지 않을 이야기

끝나지 않을 이야기

클래식 가구와 컨템포러리 모던 가구가 조화를 이룬 공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집주인의 취향으로 꾸민 이 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빛나는 가치를 품는다.

↑ 가구의 높낮이로 리듬감 있게 연출한 거실. 소파 뒤로 그림처럼 걸려 있는 듯 보이는 서재가 이색적이다.

반포에 위치한 297㎡의 아파트에 들어섰다. 집주인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테리어 감각으로 이미 주변에서 정평이 자자하다. 결혼할 때 구입했다는 클래식 가구와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가 공존하는 첫인상에서 집주인의 감도 높은 스타일링 안목이 느껴진다.

↑ 몰테니&C의 도다 이지 체어 뒤로 남편이 애장하는 그림을 걸어 장식했다.

올해 3월 이곳 반포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집주인은 기존 마감이었던 대리석과 짙은 티크 원목을 없앨 것 그리고 푸른색 페인트 마감과 약간의 구조 변경을 결정했다. 그 결과, 한층 밝아진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구조 변경은 거실과 맞닿아 있는 작은 방을 서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뿐이었다. 작은 방문을 거실과 소통할 수 있는 위치로 옮기면서 거실의 표정이 사뭇 달라진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쪽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자유롭게 개폐가 가능하도록 한 것. 서재의 문 사이로 보이는 클래식한 의자와 폴 헤닝센의 PH5 조명은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진다. 집주인의 안목은 거실 가구 선택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집의 백미인 오래된 B&B 소파를 중심으로 프리츠 한센의 PK80 데이 베드와 폴 키에르홀름의 PK61 테이블, 피트 하인 이크의 의자, 몰테니&C의 도다 이지 체어를 배치했고, 벽면에는 이우환, 오치균, 이대원,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걸어 품격 있는 거실을 연출했다. 오디오 애호가인 남편의 MBL 오디오도 거실의 기품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거실에서 주방을 향하는 작은 복도에는 고재 벤치를 배치해 작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2 남편은 퇴근 후 MBL 오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남편은 미술품과 와인, 오디오 애호가로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을 선호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을 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격에 맞는 가구들로 채워졌어요.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은 없지만 시간이 흘러도 멋스러운 가구와 소품들을 좋아합니다.” 집주인은 가족 구성원의 취향을 고루 안배하여 스타일링에 적용했다. 시간이 흐르면 더 깊은 오라를 내뿜는 가구들 덕분에 반짝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과는 감도가 다른, 깊이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1 베란다를 정원으로 만들어 자연을 더욱 가까이 품고 있는 부부 침실. 작은 정원이지만 집주인에게 삶의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다. 2 원형 타일로 마감해 모던 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게스트 욕실. 벽에는 작은 그림을 걸어 장식했다.

↑ 두 아이들의 방이지만 게스트룸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포근한 느낌의 침실.

부실별 구성으로 보면 거실을 중심으로 앞쪽으로는 부부 침실, 뒤로는 주방이 위치한다. 주방 옆으로 난 작은 복도를 지나면 작은 거실과 아이들이 머무는 두 개의 방이 있다. 주방은 이 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하는데, 투명한 커튼이 직광의 햇살을 부드럽게 여과시켜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이 공간에서도 집주인의 스타일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자칫 무겁고 고전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식탁 밑에 기하학적인 패턴의 카펫을 깔아 클래식한 공간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해법을 보여준 것. 아이들 방은 덕시아나 침대 주변으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작은 소품들로 꾸몄다. 두 아이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기에 때로는 게스트룸으로도 사용되는 공간이다.

1 그림 애호가의 답게 주방에서 아이들의 침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갤러리처럼 꾸몄다. 2 클래식한 가구 고유의 고전적이면서도 무거운 느낌은 그래픽 카펫을 매치함으로서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해결됐다. 카펫은 유앤어스에서 맞춤 제작한 것이다.

베란다를 작은 정원으로 다듬어 자연을 더욱 가까이 품고 있는 부부 침실. 이곳은 집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침실에 초록빛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공기 정화 기능까지 갖춘 공간을 만들었다. 알알이 달린 포도나무와 화분에 매일 아침 물을 주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는 집주인의 아름다운 쉼터. 젊지만 변덕스러운 트렌드의 가벼움보다 안목과 가족의 이야기로 채운 따뜻하고 정겨운 집에서는 오래도록 시들지 않을 생명력이 느껴진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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