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세는 밤

양 세는 밤

양 세는 밤

양의 해를 맞아 양모펠트로 양 인형을 만들어보자. 바늘로 양모를 찔러가며 만드는 니들펠트는 털의 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훨씬 포근한 인상을 준다.

양모는 열이나 습기, 마찰이 가해지면 서로 엉겨 붙으면서 단단하게 변하는 성질을 지녔다. 양모펠트 공예는 이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물펠트와 니들펠트 두 가지 기법이 있다. 물펠트는 말 그대로 물을 적셔 압축하는 것이고 니들펠트는 갈고리가 달린 특수 바늘로 찔러가며 모양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 니들펠트는 만드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물펠트보다 다양한 부피감과 질감 등 더욱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에는 니들펠트를 이용해 양 모양의 손가락 인형을 만들었다. 창작 집단 프로판다스가 제작한 손가락 인형은 입체감이 있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오브제로 사용해도 좋다. 양모펠트용 재료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가늘고 촉감이 부드러운 메리노 양모와 결이 거친 코리데일 양모가 있으며 이 중 니들펠트용으로는 코리데일 양모가 적당하다. 니들펠트는 시판되는 양모 외에도 엉기는 성질이 있는 동물 털이면 모두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만일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섞고 싶다면 원사를 혼합하는 도구인 카드기를 이용해 빗어주면 된다.

준비물

1,2,3 양모 원사. 4 야크 털. 5 가위. 6 작업대용 스펀지. 7 니들펠트 바늘

만드는 법

1 흰색 양모를 손가락에 감아 사용할 만큼 길이를 정한다.
2 니들펠트 바늘로 찔렀을 때 서로 잘 엉길 수 있도록 양모를 잘게 뜯어서 겹쳐 놓는다. 이때 손목을 비틀면서 잡아당기면 양모를 쉽게 뜯어낼 수 있다.
3 니들펠트 바늘로 양모를 군데군데 찔러가며 크게 모양을 잡아준다.
4 앞쪽에 양모를 덧대어가며 주둥이 부분을 도톰하게 만든다.
5 다른 색 털을 덧대어 바늘로 찔러가며 머리 윗부분과 뒷부분의 모양을 잡는다.
6 바늘을 여러 번 반복해 찌르면 양모가 단단해지면서 모양이 변한다. 이 성질을 이용해 바늘로 양의 얼굴을 묘사한다.
7 가위로 귀를 붙일 자리를 만들고 양모로 만든 귀를 붙여준다. 이때 바늘로 꿰맬 필요 없이 찌르기만 해도 서로 엉기면서 붙는다.
8 눈과 코, 머리 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후 마무리하면 완성.

만든 이 프로판다스
왕상건, 심소희 두 사람으로 구성된 창작 집단 프로판다스 Propandas는 양모로 만든 인형을 통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표현한다. ‘프로판다스의 작은 방’, ‘아름다운 동물들’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한 바 있으며 팀블룸을 통해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로판다스의 작품과 자세한 활동 소식은 홈페이지 www.propandas.net와 블로그 www.blog.naver.com/dalcom69에서 접할 수 있다.

에디터 최고은│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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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희망

고요한 희망

고요한 희망

간단한 송년회부터 성대한 크리스마스까지 12월의 밤은 분주하다.

↑ 고서를 핸드메이드로 엮고 리넨 갓을 씌워 만든 이탈리아 브랜드 보르고 델 토바글리 조명은 메종드파리에서 판매. 형광 핑크빛 비너스 캔들은 챕터원에서 판매. 깃털이 달린 펜은 푸에부코 제품으로 팀블룸에서 판매. 심플한 밤색 캔들 홀더 ‘키비’는 이딸라에서 판매.

간단한 송년회부터 성대한 크리스마스까지 12월의 밤은 분주하다. 잠시나마 시끌벅적한 무리에서 벗어나 이른 아침 책상 앞으로 몸을 당겨 앉는다. 동쪽 하늘에서 해가 떠오르고 서쪽 하늘로 해가 지는 평범한 일상의 순환 속에서 위대함을 깨닫는 순간,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지만 면포를 뚫고 나오는 아스라한 불빛 속에서 2015년의 희망을 찾아본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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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에 취하리

취리히에 취하리

취리히에 취하리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취리히는 부유한 소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호수 주변을 한가롭게 거닐며 알프스의 자연을 감상하거나 다양한 인종이 머무는 대도시다운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곳은
50여 개가 넘는 미술관과 문화센터 그리고 예술가의 개성 넘치는 부티크가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 라퍼스빌 호수의 물가에 가면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과거 하일리히 후슬리 Heilig Hüsli 성당으로 가는 역사 깊은 이 순례 길은 총 길이가 840m나 된다. 방문객들이 멋진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도록 목재를 사용한 재정비 공사를 시작해 2001년에 완공되었다.

취리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보험 회사와 은행이 밀집한 도심을 바삐 오가는 양복 입은 직장인들의 모습? 혹은 깨끗하게 정돈된 길거리와 강렬한 디자인의 멋진 자가용들 그리고 눈길을 끄는 화려한 쇼윈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취리히는 출발과 도착 시간이 정확하고 완벽한 이동 시스템을 자랑하는 대중교통과 구글의 유럽 지사가 위치한 첨단 도시이다. 또 멀리 보이는 알프스 산맥과 호수가 어우러진 장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취리히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평균 일조량이 비교적 높고 날씨가 온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이런 날씨 덕분에 길거리 곳곳에는 풀과 나무들이 잘 자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주말이면 풀이 난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며 색다른 도시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 맥주병으로 만든 샹들리에와 수천 권의 책으로 장식된 B2 호텔의 와인 라이브러리에는 과거 맥주를 만들었던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주류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그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오래된 철교는 취리히 서쪽 지역을 나타내는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이 철교 밑에는 패션 브랜드 부티크와 디자인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유행에 민감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쇼핑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트램이 개통되어 훨씬 더 편리해졌다. 이곳은 과거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구역이었지만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 옛날 공업 지대였던 곳에는 현재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이 들어서 있다. 자연미를 강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식당에서는 뢰스티 Rösti(스위스식 감자전) 요리를 맛볼 수 있고 호텔에서는 로비에 마련된 두 대의 탁구대에서 친구와 내기를 할 수도 있다. 전위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트럭의 화물 덮개나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브랜드 프라이탁의 본점도 이곳 취리히에 있는데 총 4층으로 된 매장은 컨테이너 박스가 쌓인 듯한 구조물로 지어져 강렬한 개성을 뽐낸다.

1 오래된 철교는 보수공사 후 세련된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2 라퍼스빌 Rapperswil의 변두리에 자리한 쿤스트 하우스와 그 부속 건물인 도서관은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3 취리히 서쪽에 위치한 옛 조선소 부지에 들어선 문화센터 ‘쉬프바우 Schiffbau’. 4 부티크 스파 B2 호텔의 복도. 5 그룰리히 호텔 Greulich Hotel에 있는 일본풍 자작나무 정원. 6 뢰벤브로이 Löwenbrau에 있는 이 맥줏집은 취리히의 명소로 손꼽힌다. 7 비아둑트 Viadukt 식당의 테라스의 모습. 오래된 철교의 흔적이 남아 있는 다리 밑에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

취리히에서 서쪽 지역으로 가면 예술 갤러리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골목을 만날 수 있다. 멋진 스케이트보드 전문 부티크, 몸에 문신을 한 미용사들이 운영하는 미용실 등 개성 넘치는 숍이 즐비해 있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로 치장한 멋쟁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또 노인들은 자기의 손재주를 젊은 괴짜들에게 전수해주기도 한다. 이는 디자인 컨셉트 스토어에서 세대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덕분이다.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 이곳에 오면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연극 무대, 재즈 클럽, 테크노 파티, 즉흥 프로그램이 마련된 미술관 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이곳 취리히는 동네 구석구석마다 예술이 살아 숨 쉰다. 때문에 취리히에서 권태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곳을 찾는다.

1 길거리 야경을 보면 스위스가 그래픽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레이탈 레스토랑은 과거에 마구간이었다. 3 컨테이너 박스를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구조의 건물은 프라이탁의 본점이다. 4 오래된 가구로 가득한 부티크 티슈 운트 스툴 Tisch und Stühl. 5 도자기와 가구를 전시하고 있는 웨스트풀르겔 Westflügel 스페이스. 6 길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푸른 초목이 우리를 반긴다. 7 옛날에 제련소로 사용했던 공간을 개조한 식당. 8 남성복 부티크 르 마조르돔 Le Majordome. 9 빈티지 스타일로 연출한 미용실. 10 항구도시였던 취리히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자 세운 30m 높이의 항구용 기중기.

에디터 다니엘 로젠스트로쉬 Daniel Rozensztroch│ 앙-세실 상세 Anne-Cécile Sanchez│포토그래퍼 제롬 갈랑 Jérome Gal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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