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ension of Lif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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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고 얼굴을 마주보며 지내는 네 팀을 만났다. 하는 일도 다르고 공간에 모인 사람의 수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기에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것만은 분명했다.

↑ 그래픽 액자를 제작해 판매하는 숍 비코.

다섯 사람, 한 가지 생각
연희동 주택가 쪽으로 파고들면 ‘그림 파는 가게’라는 간판을 내건 숍 비코 Vico가 있다. 비코 숍 안쪽으로 계단을 몇 개 더 내려가면 더 재미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가장 바깥쪽 공간은 비코의 숍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안에는 몇 개의 책상과 회의실을 갖춘 프리랜서들의 공간이 나타나는 것. 비코의 윤소담, 이진아 대표를 비롯해 지난가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신선놀음’으로 주목받은 젊은 건축가 프로젝트 그룹 문지방의 박천강 건축가와 프로젝트 디자이너 최진규, 그래픽디자이너 김선화 등 다섯 식구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 맨 뒤부터 김선화 디자이너와 최근 합류한 디자이너 친구 장혜원, 최진규 디자이너와 박천강 소장 그리고 비코의 윤소담, 이진아 대표.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을 찾던 두 대표는 이들과 만났고 그렇게 모인 다섯 사람이 함께 지낸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혼자 하는 일이 대부분인 사람들이지만 가끔 옆에서 누군가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면 덜 외로워요. 프로젝트가 있을 때 서로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바빠서 계속 얼굴을 보지 못하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윤소담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 비코의 뒤쪽은 프리랜스 디자이너들의 공간이다.

촬영 당일에도 서로 앞으로 진행할 일들에 대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들. “여러 명이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모두 자율적인 스타일이라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청소도 하고 관리도 잘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다 같이 친하게 지내면서 각자 일도 잘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건축가 박천강 소장과 최진규 디자이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로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고 김선화 디자이너는 최근 리빙 제품을 처음 선보여 비코와 홈테이블데코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이기에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있었고 일을 할 때 의견을 나누기도 수월했기 때문에 협업의 결과물은 늘 좋았다.

↑ 각자의 사무실에 자신의 일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나이도 제각각이고 하는 일도 저마다 다른 이들의 가장 가까운 계획은 함께하는 연말 파티다. 함께 오랫동안 지금처럼 지내고 싶다는 다섯사람. 이들을 하나로 묶는 틀이 없어서 오히려 더 오랫동안 함께일 것 같은 연희동 5인방은 그렇게 두 번째 겨울나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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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 ·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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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ension of Lif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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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고 얼굴을 마주보며 지내는 네 팀을 만났다. 하는 일도 다르고 공간에 모인 사람의 수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기에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것만은 분명했다.

↑ 핸즈인팩토리 이재헌 작가의 개인 공간.

취향과 개성 사이
한국을 대표하는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 Coolrain을 중심으로 핸즈인팩토리 Hans in factory, 투엘브닷 TwelveDot, 키도 Kido 총 4팀이 함께 ‘쿨레인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함께 작업실을 쓰며 동거동락하는 이들은 서로가 원동력이 되어 척박한 아트 토이 시장에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키도와 핸즈인팩토리가 함께 완성한 ‘러닝 혼즈’ 스페셜 에디션.

처음 결성된 것은 2010년경, 핸즈인팩토리의 이재헌 작가가 당시 집에서 작업하고 있던 쿨레인 이찬우 작가에게 함께 작업실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였다. “피규어를 제작하다 보면 몸에 해로운 화학약품을 써야 하는데, 아이가 있는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죠. 또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필요한 도구도 나눠 쓸 수 있으니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찬우 작가가 말했다. 초창기는 다른 피규어 작가와 같이 신사동에서 작업실을 사용하다가 2012년에 마포구 성산동으로 이사를 오며 지금의 멤버로 구성되었다.

↑ 왼쪽부터 투엘브닷 임현승, 쿨레인 이찬우, 키도 강병헌, 핸즈인팩토리 이재헌.

피규어는 다양한 재료로 만들지만 주로 스컬피라고 하는 특수 점토를 사용한다. 열로 구워내면 단단해지는 재료로 이를 이용해 조형을 만들고 실리콘으로 뜬 다음 우레탄 레진을 부어서 모형을 만들어낸다. 그 위에 에어브러시나 스프레이 도료, 물감 등으로 채색을 해 완성한다. 쿨레인스튜디오 작업실에도 각자 작업을 할 수 있는 개인용 책상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색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작업 과정을 보고 조언해 주게 되었다. 핸즈인팩토리의 작품 ‘러닝 혼즈’에 키도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성이 더해진 스페셜 에디션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작업 환경 덕이다.

↑ 키도 강병헌 작가가 사용하는 책상.

“키도 강병헌 작가가 피규어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인데도 실력이 상당했어요. 그 재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같이 만들어보자고 했죠”라며 이재헌 작가가 그들의 시작을 들려주었다. 그 후 강병헌 작가가 점차 인정받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고. 얼마 전 청량리 롯데갤러리에서 쿨레인스튜디오 그룹전 <노 라이프 위드아웃 토이 No Life without Toy>를 마무리한 그들은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서로 합심한 전시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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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 ·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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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성에서 현대인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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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규칙은 지우고 창의력을 끌어왔다. 프랑스 북부 벡생 시에 위치한 19세기의 어두웠던 건물은 그렇게 경쾌함을 입고 세련된 저택으로 변모했다.

↑ 조르주 넬슨 George Nelson이 디자인한 벽시계가 계단 위에 걸려 있다. 그 옆에는 옛 마부가 사용했던 랜턴이 달려 있다. 반 계단 위에 올라가 있는 의자 ‘나폴레옹 3세 Napoleon Ⅲ’와 바닥에 있는 연두색 의자 ‘프로스트 Frost’는 메종 엠 Maison M 제품. 의자 위에 올려져 있는 쿠션은 카사망스Casamance 제품이며, 벽지 ‘크리산템 chrysanthemes’은 윌리암 모리스가 디자인한 것으로 상데르송Sanderson에서 판매. 계단 아래에 있는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돌은 오래 전부터 있던 것으로 아트 아티피크 Art atypique에서 제작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나무 마루, 수십 개의 창문, 오랜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조각품과 누각은 중세 시대의 잔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엘리자 드 바르티야는 레 Ré 섬에 있는 자신의 사제식 정원과 빌라를 두고 벡생 Vexin에 위치한 19세기의 엄격한 양식을 갖춘 성의 주인이 되면서 공주가 되는 꿈을 현실로 이루었다. 이 저택은 100년도 더 된 너도밤나무들로 둘러싸인 600㎡의 4층짜리 대건축물이었다. “벽 안에 숨겨진 문들, 깊은 밤에 우는 올빼미, 나무숲에서 나는 바람 소리 등의 분위기가 계속 떠올랐어요.” 10살, 14살, 17살배기의 세 자녀들이 벡생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이 거대한 공간에 완전히 적응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벽에는 더 내셔널 갤러리에서 구입한 멜라민 접시들을 진열했고 고딕 양식으로 조각한 ↑ 벽체 장식은 전 주인이 루앙 법원에서 가져온 것이다. 양쪽 문에 달아놓은 스테인드글라스는 원래 창문에 있었다. 놀 Knoll의 대리석 식탁 한쪽에는 나무를 둥글게 깎아 만든 긴 의자와 폴-베르 Paul-Bert 시장의 골동품 상점에서 구입한 중고 의자를 놓았다. 식탁의 양쪽 끝에 있는 가죽 의자는 놀에서 구입한 것. 식탁 위에는 키키 반 에이크가 디자인한 흰색 화병과 세렌디피티 Serendipity에서 구입한 티나 프레이 Tina Frey의 레진 소재 컵이 있다. 주름진 천으로 마감한 펜던트 조명은 로케트 상 조르주 Rockett St-George에서 판매. 왼쪽에 있는 원형 탁자는 더 콘란 숍 The Conran Shop에서 판매한다.

엘리자는 실내 건축가인 엘로디 시르가 운영하고 있는 건축회사 데-므쥐르와 만나면서 즉각 공사에 착수했다. “창문에 부착된 스테인드글라스, 천연 재료를 사용해 호두색으로 염색한 벽, 중세의 태피스트리로 채워진 이곳에는 엄격한 규칙이 없었어요”라며 엘리자는 미소 짓는다. 이 저택의 전 주인은 루앙 법원에서 조각된 벽체 장식물을 가져와 1층 내벽에 모두 입혔는데 그녀는 이것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스테인드글라스를 부엌과 분리되는 문으로 옮겼다. “마루판이나 돌 등 기존의 것을 사용하고 오래된 물품을 잘 간직하고 있었던 점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장소가 가지고 있는 영혼을 간직하고 있었죠. 그렇게 오래도록 스며들어 있던 것을 없애면 안 될 것 같았어요.”

↑ 지붕 아래쪽은 단열재가 보이도록 노출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펜던트 조명은 D. 므쥐르 D. Mesure에서 판매. 앞쪽에 있는 라운지 소파는 복자 Bokja의 패브릭을 이용한 것으로 메르시 Merci에서 판매한다. 빨간 쿠션이 있는 긴 의자 위에는 놓은 테이블 램프는 카르텔 제품. 뒤쪽에 있는 플로어 램프 ‘아나나스 Ananas’는 세르페트 Serpette 시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흰색 원형 탁자는 놀 제품. 회색 긴 소파 위에 있는 쿠션은 소사이어티 Society, 니키 존스 Niki Jones, 리완 Liwan, 마리카 지아상티 Marika Giacinti에서 구입했다. 회색 소파 왼쪽에 있는 양모 소재의 공은 슈발리에-마송 Chevalier-Masson에서 판매하며 별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한 러그는 코디마트 Codimat에서 제작.

엘리자는 저택에 마련된 수많은 공간을 포근하게 만들기 위해서 따뜻한 색을 사용했다.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오고 싶은 집이랍니다. 보통 이렇게 벽이 큰 성은 난방이 잘되지 않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집은 큰 벽과 벽난로 덕분에 따뜻합니다.” 엘리자는 아무래도 가족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우리 가족은 제가 하자는 대로 놔두네요. 계속 되는 공사에 싫증이 날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죠.” 그녀의 다음 목표는 1층은 고딕 양식, 방이 많은 2층은 로맨틱한 분위기로 변모시키는 것으로, 현재 이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진행 중이다.

↑ 서재에 있는 벽 장식 조각은 거실에 있는 고딕 양식의 조각 내벽과 같은 것으로 자연스러운 나무색을 유지했다. 톡톡 튀는 색깔이 돋보이는 ‘팝업’ 스툴은 피어슨 로이드 Pearson Loyd가 디자인한 것이며, 워너 프라트너 Wener Platner가 디자인한 철제 와이어 의자는 놀에서 판매한다. 유리 테이블은 세르페트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것. 테이블 램프 ‘몹 벨벳 Mob Velvet’은 스왑 디자인 Swab Design에서 제작했고 세렌디피티에서 판매한다. 원형 쟁반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가 디자인한 것으로 카르텔 제품.

에디터 비르지니 뒤보스트 Virginir Duboscq│ 아델린 쉬아드 Adeline Suard│포토그래퍼 스테판 클레멘 Stephan Clé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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