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부터 열린 메종&오브제 파리를 다녀왔다. 테러와 불황이 겹쳐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파리였지만 박람회장만큼은 20주년을 맞이한 자부심과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1 2013년에 선보인 ‘우메 플레이 ’ 컬렉션. 2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넨도의 오키 사토. 3 넨도에서 선보인 9가지 초콜릿. 4 넨도가 디자인한 초콜릿텍스처 라운지.
1 올해의 디자이너 넨도
2015 메종&오브제가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는 오키 사토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오키 사토는 와세다 대학의 건축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넨도’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도쿄와 밀라노에 스튜디오를 두고 활동하는 넨도는 일본어로 찰흙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가구, 인테리어, 패션,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카펠리니, 모로소, 데살토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일본 디자이너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 넨도만의 위트와 간결한 디자인은 수많은 디자인 마니아를 사로잡았다. 올해의 메종&오브제 디자이너로 선정된 넨도는 관람객을 위한 초콜릿텍스처 라운지를 디자인했다. 갈색 그러데이션 효과를 준 높이가 다른 2000개의 알루미늄 파이프를 라운지 주변에 장식해 초콜릿 물결을 두르고 그동안 브랜드와 협업한 가구를 라운지에 연출했다. 또 일본어로 의성어를 뜻하는 초콜릿을 제작했는데 모두 26㎟ 크기의 큐브 안에 들어가는 사이즈로 메종&오브제 전시 기간에만 400세트를 한정 판매했다. 넨도는 디자인에 따라 초콜릿의 식감과 맛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건축적인 모양의 9가지 초콜릿을 디자인했다. 관람객들은 향긋한 코코아 향이 퍼지는 초콜릿텍스처 라운지에서 넨도의 달콤한 제안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1 제르바소니의 브릭 시리즈. 2 얼콜에서 선보인 네스트 소파.
2 파올라 나보네 세상
올해 메종&오브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여성 디자이너는 파올라 나보네다. 가장 주목을 받은 제품은 영국 브랜드 얼콜과 함께 선보인 소파 ‘네스트’. 네스트는 얼콜의 대표적인 스타일인 등받이가 특징으로 파올라 나보네는 녹색 계열의 쿠션을 소파와 매치해 둥지처럼 안락한 느낌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제르바소니를 통해서는 회색 색감을 강조한 흔들의자를 비롯해 바 체어와 벤치 등의 새로운 ‘브릭’ 시리즈를 선보였다. 또한 꾸준히 협업하고 있는 그릇 브랜드 리첸바흐를 통해서는 접시와 컵 등의 그릇과 오브제로도 활용 가능한 조형적인 디자인의 화병과 케이크 스탠드를 출시했다.
3 그녀의 콘크리트
마탈리 크라세는 2012년에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브랜드 콘크리트 LCDA를 통해 콘크리트 소재의 새로운 응용을 제안했다. 팔각형을 기본 구조로 한 샴페인 바스켓과 꽃병, 캔들 홀더를 제작했는데 내부를 황동으로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초나 샴페인, 꽃병 등 어떤 아이템을 안에 두더라도 황동에 사물이 은은하게 비쳐 거울 효과를 즐길 수 있으며 콘크리트 특유의 투박함과 황동의 고급스러움이 만나 실내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 펌리빙의 콘크리스트 소재 화분.
1 파란색을 강조한 티나 프레이의 ‘어반 가든’. 2 디자인 레터스의 새로운 세라믹 화분. 3 새로운 색상의 박삭 화분.
4 식물 들이기
이번 메종&오브제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식물을 활용하거나 식물을 위한 디스플레이나 제품이 많았다. 디자인 레터스에서는 대문자 P가 그려진 플랜트 컵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벽에 고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벽에 직접 화분을 장식할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든 브랜드 박삭에서도 분홍색과 노란색 원형 화분을 비롯해 가든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동물을 이동할 수 있는 큼직한 가방을 선보이는가 하면, 이번에 처음 나우! 디자인 아 비브르관에 입성한 티나 프레이에서도 아랫부분은 흰색이고 윗부분은 파란색 혹은 회색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화분 어반 가든’을 2015 봄 시즌 제품으로 선보여 부스를 화사하게 밝혔다. 펌리빙은 콘크리트로 만든 크고 작은 화분을 선보여 실제 식물과 함께 연출해 제품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 비트라의 새로운 우든 돌 ‘캐츠 앤 도그’
5 생활 속 비트라
비트라는 이번 시즌 집 안을 구성할 소소한 소품과 작은 가구, 텍스타일 및 오브제에 집중했다. 특히 알렉산더 지라드의 컬렉션을 한층 강화했는데 지라드의 대표작인 우든 돌 시리즈에 ‘캐츠 앤 도그’ 버전이 추가되었고 그 외에도 성냥, 쿠션, 머그, 쟁반, 파우치 등 지라드의 패턴을 입은 생활용품을 출시했다. 작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비트라가 보여준 위용을 생각하면 규모가 많이 축소된 듯하지만 생활 속에서 더욱 가까워질 비트라의 앞날을 예견해볼 수 있었다.
1 양파 모티프의 소파 ‘어니언’. 2 니케토에서 선보인 암체어 ‘블랑쉬’. 3 네리앤휴가 만든 월넛 소재 의자 ‘프레임’.
6 다산의 여왕
나우! 디자인 아 비브르관에서 가장 풍성한 컬렉션을 선보인 브랜드가 있었다면 단연 드 라 에스파다다. 먼저 루카 니케토가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니케토를 드 라 에스파다를 통해 선보였는데 암체어 ‘블랑쉬’를 비롯해 침대, 의자, 소품 등 집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구류를 출시해 개인적인 작품 활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네리&휴도 월넛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식탁과 의자 시리즈 ‘프레임’을 선보였으며 아우토반에서는 겹겹이 포개진 양파의 단면을 떠올리게 하는 프레임의 침대와 소파 ‘어니언’ 시리즈를 소개했다. 실제 집처럼 포근하게 연출한 드 라 에스파다는 4개 브랜드의 부스를 개성 있게 연출해 각기 다른 집에 초대 받은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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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