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터키

마법의 터키

마법의 터키

19세기 프랑스 파리 시장이었던 오스만은 도시 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건축법을 제정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거리의 풍경을 바꾸어놓았다. 델핀의 아파트 역시 오스만 시대에 건축된 오래된 건물이지만 터키색의 마법으로 가족을 위한 아늑한 둥지가 완성되었다.

↑ 보다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거실 쪽으로 주방 문을 냈다. 주방 찬장 아래 벽은 에모 드 브리에르 emaux de Briare의 모자이크 타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저녁이 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앤티크한 테이블과 의자는 릴 쉬르 라 소르그 L’Isle-sur-la-Sorgue 시장에서 구입. 카펫은 타이 핑 Tai Ping, 소파는 레 제리티에 Les Héritiers, XXL 전구는 프티트 프리튀르 Petite Friture 제품이다.

오스만 시장은 터키색을 좋아했을까? 거대한 사탕 상자로 변신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델핀 에스투르 Delphine Estour의 아파트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 19세기 남작의 모습이 상상했다. “저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좋아하죠. 특히 클래식한 연출은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압도할 만큼 힘이 있어요.” 델핀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남편, 네 아이들과 함께 2년 전 파리에 정착했다. “저는 파리로 오기 전에 발랑스 Valence에 있는 망사르드식 지붕을 얹은 멋진 아파트에 살았죠. 그런데 파리의 아파트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가 3m 20cm나 되고 커다란 창문이 많아서 공간이 재미있었어요. 단, 거실이 정북향인 만큼 무거워 보이는 요소를 제거하고자 했고 밝고 위트 있게 연출했어요.” 실제로 그녀는 파리 동부 생 마르탱 Saint-Martin 운하의 보헤미안 분위기와 매우 대조적인,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이 공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먼저 200㎡ 넓이의 아파트를 방과 욕실, 문틀, 전선까지 터키색로 칠했다. “저는 터키색을 매우 좋아해요. 유행을 타지 않는데다 이 색상만으로 심플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죠.” 식상해 보이는 부분에는 다양한 꽃무늬 벽지를 활용해 생동감을 더했다. 소재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은 벽뿐만이 아니다. 부드러운 벨벳 소재의 소파 옆에 세련된 가구를 놓았고 클래식한 소품은 현대 작품과 함께 두었다. 그리고 화려한 팝아트 분위기를 자아내는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델핀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과감한 시도가 만나 가족을 위한 반전 있는 공간이 완성된 것이다.

↑ 북향이라 다소 어두운 거실에 활력을 주기 위해 엘리티스 Elitis와 샌더슨 Sanderson의 화려한 꽃무늬 벽지를 선택했다. 터키색와 분홍색 카펫은 마뉴팍튀르 드 코골랭 Manufacture de Cogolin 제품. 오른쪽에 있는 짙은 블루 컬러의 원형 스툴 ‘라디안 Radian’은 세드릭 라고 Cédric Ragot가 디자인한 로쉐 보보아 Roche Bobois 제품. 스툴 위에 있는 조각품은 도예가 이자벨 시카 Isabelle Sicart의 작품이고 맞은편에 있는 두 개의 ‘워터라인 Water line’ 스툴은 로쉐 보보아 제품이다. 나무 소재의 원탁은 프티트 프리튀르 제품이며 위에 있는 새장 모양 램프는 피에르 고날론 Pierre Gonnalon이 디자인한 아세트 Ascete 제품. 벨벳 소재의 소파는 르리에브르 Leliévre에서 구입한 것으로 가족 모두가 앉을 수 있도록 맞춤 제작한 것이다. 벨벳 소파에 놓인 쿠션은 카라반 Caravane과 인디아 마다비 India Mahdavi 제품. 벽난로 위에는 지엘드 Jieldé 테이블 램프와 방돔 Vendôme에서 구입한 반신 조각상, 해비타트 Habitat에서 구입한 촛대를 올려두었다. 초록색 소파는 AM.PM., 분홍색 소파는 디자이너스 길드 Designers Guild 제품. 오른쪽 천장 끝에 매달린 장식품은 셀린느 라이트 Céline Wright 제품.

↑ 창문 옆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작은 책상과 의자를 배치했다. 책상과 의자 모두 가구 디자이너 자크 히티에 Jacque Hitier의 1950년대 작품으로 생 투앙 Saint-Ouen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스탠드 램프는 랑프 그라 Lampe Gras, 선인장 모양의 꽃병은 홈 오튀르 뒤 몽드 Home autour du Monde 제품. 카펫은 에드워드 필드 Edward Fields가 디자인한 타이 핑 제품. 소파는 제르바소니 Gervasoni, 쿠션과 담요는 모두 홈 오튀르 뒤 몽드 제품.

↑ 방과 연결되는 주방 뒤쪽. 기존에 있던 가구들은 카키색으로 칠했다. 카펫은 마뉴팍튀르 드 코골랭. 육각형 접시는 헤이 Hay, 스툴은 홈 오튀르 뒤 몽드 제품. 이와 바틀리에 Ewa Bathelier가 만든 휘장 아래에 LED 자동 센서를 달아 방으로 가는 복도를 밝혀준다. 에디터 카린 케이반 Carine Keyvan | 포토그래퍼 디디에 델마 Didier Del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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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존중

40년의 존중

40년의 존중

나고야 시의 네코가호라 지역에서 찾은 소박한 주택은 시간의 장벽을 초월한 공간의 영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삶은 공간을 기억하고 공간은 삶을 보듬는 것. 안티에이징의 시대에 웰에이징을 선택한 이 레노베이션 사례는 공간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요원한 질문에 명료한 답으로 다가온다.

↑ 홈 파티를 즐기는 집주인의 요구 사항은 부엌을 크게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부엌으로 들어서게끔 설계함으로써 이 집의 부엌은 거실과 부엌의 기능을 겸비하게 되었다.

2 가족들의 사적인 공간은 2층으로 올려서 확실히 구분 지었다. 1,3 홈 파티를 즐기는 집주인의 요구 사항은 부엌을 크게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부엌으로 들어서게끔 설계함으로써 이 집의 부엌은 거실과 부엌의 기능을 겸비하게 되었다.

주택의 수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40년이 넘은 목조 주택이라면 어떨까. 1970년대 지어진 나고야 시의 네코가호라 지역에 위치한 이 집은 1층에 작은 상가 공간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일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집이었다. 보이지 않는 균열, 즉 배관 설비나 전기 시설은 불가피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건축가 케이치 키리야마 Keiichi Kiriyama는 메이크업 전후가 완전히 다른 깜짝쇼 같은 레노베이션이 아니라 이어진 한 폭의 병풍 같은 레노베이션을 완성했다. “집주인은 모임을 자주 갖는 만큼 식당 공간을 크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저는 그 요구에 부응하고자 집의 입구 부분을 주방으로 설계했습니다.” 신축할 정도의 예산이 없는 것도 이유였지만 시간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입은 이 집의 표정을 일부러 바꾸고 싶지 않다는 집주인의 요구가 만나 골조의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공사가 진행되었다. 공사 전후의 외관 사진을 보면 거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 가게 입구 부분만 새롭게 단장하여 동네에서 너무 튀지 않으면서 상 공간다운 신선함을 추가했다. “지붕 등 기울어져 있던 부분이 있어서 기본 골조만 유지한 채 해체하고 기둥과 보의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구조를 계산한 결과,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이용하되 취약한 부분만 재료를 더하거나 철재로 보강하자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원재료 그대로의 철재를 사용해 40년을 지탱해온 골조와 표정의 차이를 줄인 것이 치밀하고도 섬세하다.

1,3 지은 지 40년이 지난 건물의 레노베이션. 모두 새것으로 갈아입히지 않은 영민한 선택이 돋보인다. 시간의 흐름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레노베이션 사례로 다가온다. 2 채광을 끌어들여 어두웠던 집 안 곳곳의 분위기를 밝혔다.

↑ 집과 이어진 건물 1층에 위치한 옷가게는 집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것.

1층은 활짝 열린 공간으로 마련된 반면, 가족의 생활 공간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2층에 마련했다. 아래층, 위층과 완전히 분리되면서도 천장이 열려 있어 1층에서 보면 마치 넓은 다락방 같다. 또한 기존의 벽을 제거하면서 동쪽과 서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끌어들여 어두운 방을 선호하는 전형적인 일본의 관습과는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한 것도 주목할 부분. 오래된 목재에서 유유자적 시간이 흘러온 여유가 느껴지면서도 어둡게 침잠하지 않는 것은 최대한 끌어들인 채광 덕분일 것이다. 거기에 늘 있어왔던 것을 존중함으로써 새로운 요소도 이질감 없이 융화되고 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생긴 촉감과 질감은 신축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공간의 유용성, 구조의 강화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 레노베이션은 인간이 갈망하는 새로움은 때론 시간의 축적 속에 숨어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편집장 노은아 | 포토그래퍼 토시유키 야노 Toshiyuki Y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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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이조

일석이조

일석이조

접이식 가구는 이동성, 공간 효율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사용하기 좋으니 접이식 가구 하나만 있으면 인도어, 아웃도어 가구를 따로 살 필요가 없다.

1 1984년 미국에서 개발된 휴대용 의자 ‘커밋 Kermit 체어’ 오리지널 버전은 홀라인에서 판매. 23만5천원. 2 사이드 테이블을 뒤집은 뒤 토트백을 걸치면 수납함으로도 활용 가능한 ‘세서미 스틱 테이블’은 마헨 제품. 14만5천원. 3 한쪽 면을 올리면 간이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는 트롤리 ‘베티스타’는 카르텔 제품. 1백41만3천원. 4 접이식 야외 의자 ‘멜라뢰’는 이케아 제품. 3만9천9백원. 5 접어서 길이와 각도를 조절하는 철제 플로어 조명 ‘미로볼리트 Mirobolite’는 바퀴가 달려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체&체 제품으로 짐블랑에서 판매. 1백38만원. 6 침대에서 간이용으로 사용하기 좋은 미니 테이블은 빕 제품으로 디자이너이미지에서 판매. 50만원. 7 알루미늄 프레임에 대나무 상판을 결합한 ‘컴포트마스터 뱀부 테이블 65’는 상판과 다리가 동시에 펴지는 원터치라 설치가 간편하다. 콜맨 제품. 19만9천원. 8 아르누보 스타일의 그림을 인쇄한 사이드 테이블은 카레 제품. 7만원. 9 해먹의 구조를 응용한 시트가 편안한 착석감을 선사하는 ‘엘리트 Elite 체어’는 헬리녹스 제품. 14만5천원.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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