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집을 꿈꾸기 마련. 아낌없이 주는 마음으로 정성껏 지은 소풍 셰어하우스에는 청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 2층에서 내려다본 거실은 빈백으로 안락하게 연출했다.
종로구 계동 골목에 있는 작은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풍’을 운영하는 배국진 대표는 얼마 전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소풍 게스트하우스는 생긴 지 2년 만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를 체인화하지 않고 불광동에 소풍 셰어하우스를 마련한 것. 서른 초반의 젊은 나이인 그가 패기 하나로 벌인 일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할 때도 무언가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어요. 집에서 8년 정도 호스팅을 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투어,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 너무 즐거웠죠.”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북촌에 있는 부동산 40여 곳을 돌아다니며 어렵게 구한 곳이 지금의 소풍 게스트하우스다. 본채, 별채 두 곳의 관리를 하고 모든 투숙객과 직접 연락하고 안내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서까지 규모를 늘릴 계획은 아직 없다. “소풍 셰어하우스도 마찬가지예요. 설계부터 시공, 가구와 소품 등 아주 작은 부분까지 제가 계획하고 골랐어요. ‘내가 살고 싶은 집’이 모토였기 때문에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쓸 수밖에 없었죠.” 소풍 셰어하우스의 터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40년간 사시던 자리다.
↑ 넓직한 8인용 식탁과 스메그 냉장고가 있는 주방.
↑ 1 소풍 셰어하우스의 배국진 대표. 2 10m 높이의 책장은 이곳의 자랑거리다.
↑ 소풍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이곳 264㎡의 부지에 6층 규모의 건물을 올렸고 그중 4층부터 6층까지를 셰어하우스로 계획했다. 때문에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 셰어하우스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셰어하우스 1층에는 넓은 거실과 주방, 1인실 2개를 마련했다. 2층은 1인실 4개와 2인실 1개, 3층은 여성 전용 층으로 1인실 2개와 2인실 1개가 있으며 옥상으로 연결되는 곳에는 세탁실을 두었다. 이 집의 포인트는 10m 높이의 기다란 책장. 3층까지 오르는 계단과 맞닿아 있는 책장에는 배국진 대표가 여행을 다니면서 모은 소품과 책, LP 플레이어, 보드 게임판 등을 빼곡히 채워 넣었고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용 공간인 거실과 주방도 돋보인다. 거실에는 추후 마련할 문화 행사나 이벤트를 위해 계단식으로 디자인했으며 엠비언트 라운지의 빈백을 놓고 그 옆에는 노르웨이산 주물 벽난로를 두어 안락한 분위기로 꾸몄다. 한쪽 벽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미니 영화관이나 워크숍 등을 진행할 때 사용할 예정으로 가변성을 두었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맞은편에 있는 주방은 8인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긴 식탁을 두었고 스메그 냉장고, 스테인리스스틸 가전을 구비하는 등 고급 제품으로 갖춰놓았다. 혹여 냉장고가 부족할까 싶어 한쪽 면에 빌트인 냉장고를 마련하고 싱크대 아래 등 틈새에도 수납장을 만드는 등 입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배려했다. 공용 공간도 곳곳에 있다. 1층 계단 아래에 있는 틈새는 문을 달아 은밀하고 조용한 공간으로 만들었고 2층에는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볼 수 있도록 층계참에 작은 공간을 내었다. 또 바깥에는 테라스도 마련했다. 공용 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었다면 개인 공간은 알차게 구성했다. 1인실의 경우 싱글 침대와 책상, 옷장이 들어가며 방 앞에 조그만 전실을 만들어 소음을 한 번 더 차단한 것. 11~12명이 살 게 될 방은 10개이지만 화장실 8개, 샤워실 7개를 배치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외로운 청춘들이 이곳에 모여 생활하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가길 바란다는 배국진 대표. 젊은이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픈 그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