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감각

일상 감각

일상 감각

일상 감각

얼마 전 우리나라 국민순자산의 90%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땅, 건물 그리고 집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라이프스타일이나 주거 문화에 대한 흥미도 그만큼일까 생각해보면 ‘집 안 인테리어에 신경 쓰려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곳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정말 사치일까요? 독일 철학자 니체는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구도에 신경을 쓰듯이 우리가 일상 속에서 고민하는 구도는 인테리어 배치다. 용도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일이나 인간관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캔버스 삼아 나만의 감각으로 채워가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런 후에는 비로소 진정한 나의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창한 얘기 같다고요? 마음에 드는 그릇 하나를 사서 예쁘게 음식을 담아보세요. 만일 소소한 기쁨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 | 제품협찬 김석빈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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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즐거워

에코는 즐거워

에코는 즐거워

물건을 만들 때부터 버려지는 순간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친환경적 가치에 즐거움까지 더한 그들을 만나보자.

1 슬로 패션을 추구하는 옥수수 양말, 콘삭스
친환경 양말 브랜드 콘삭스 Cornsox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옥수수 실을 이용해 양말을 만든다. 옥수수 섬유는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땅에 묻히면 1년 이내에 모두 분해되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화석 연료의 사용량도 기존의 합성섬유보다 30% 적다. 게다가 옥수수 섬유는 세균의 증식을 막아주어 민감한 피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환경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가치도 추구하는 이곳은 수익금의 10%를 아프리카의 최빈국에 기부해 그들의 농업 생산력을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

2 배터리를 넣은 보조 배터리, 베터 리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국내에서만도 연간 수천만 개의 중고 배터리가 쏟아지고 있다. 2년간 사용해도 80% 이상의 효율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스마트폰과 함께 버려지거나 서랍 속에 방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스타트업 기업인 인라이튼에서 보조 배터리 파워 팩인 ‘베터 리 Better Re’를 개발했다. 센스 있는 이름이 돋보이는 이 제품은 다양한 크기의 스마트폰 배터리를 체결할 수 있는 멀티 클립이 내장되어 있어 어떤 종류의 배터리라도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확장 팩을 무한하게 연결할 수 있어 상황에 맞게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3 택배 봉투도 재활용하는 리팩
물건을 배송할 때 사용하는 종이 상자나 봉투는 대부분 일회용이다. 이 자원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핀란드의 디자인 그룹 페루스테가 만든 재활용 봉투인 ‘리팩 RePack’이 그 해답을 제시한다. 구입시 ‘리팩’을 신청하고 보증금을 지불하면 재활용 봉투에 담겨 물건이 배송되고 포장지만 다시 평평하게 접어 우체통에 넣으면 보증금을 온라인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4 환경을 생각하는 씨앗 카드, 에코브릿지
국내 친환경 브랜드인 에코브릿지는 천연 펄프에 물망초, 백일홍, 레몬 베르가못, 데이지 등 20여 가지의 씨앗이 심어진 종이 카드를 판매한다. 카드와 봉투는 모두 친환경 용지를 사용했으며, 식물성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다. 카드 앞에 끼워진 씨앗 종이를 물에 담그고 1~2주 동안 싹을 틔운 뒤 흙에 옮겨 심으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난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카드와 함께 씨앗까지 심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5 업사이클링 기방, 프롬빈
국내 기업인 프롬빈은 버려지는 소재로 가방을 만든다. 생산 과정에서 폐기된 타폴린과 사용 후 버려진 트럭 커버, 안전벨트 등을 수거해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업사이클링 가방 브랜드 중 상당수는 프라이탁의 영향을 받은 듯한 디자인이라 아쉬운데 프롬빈은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원재료의 특성상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이라도 저마다 느낌이 다르며 재활용 소재 특유의 구김이나 해짐이 오히려 멋스럽다.

6 수류탄처럼 생긴 씨앗 폭탄, 씨드봄
스코틀랜드의 친환경기업인 카블룸 Kabloom의 씨드봄 Seedbom은 절대로 터지지 않는 폭탄이다. 유기 퇴비, 비료, 야자 껍질을 혼합한 양분과 꽃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담아 만든 씨앗 폭탄으로, ‘Soak It, Throw It’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물을 흠뻑 적신 뒤 꽃을 피우고 싶은 공간에 힘껏 던지기만 하면 된다. 포장지 또한 달걀 상자용 종이를 재활용해 만들고 야채 잉크로 인쇄했다. 자투리 땅에 나만의 정원을 만들고 싶다면 씨앗 폭탄을 던져보길.

7 손수건을 권하는 화장품, 이니스프리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에코손수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캠페인은 ‘지구를 위한 놀이, 에코손수건’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에코손수건을 제작해 배포하고 일상 속에서 손수건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2015년에는 청정섬 제주의 사계절을 담아 총 4가지 디자인의 에코손수건을 선보인다. 또 이니스프리의 베스트셀러인 ‘더 그린티 씨드 세럼’, ‘더 그린티 씨드 크림’, ‘롱웨어 쿠션’, ‘워터글로우 쿠션’, ‘앰플 인텐스 쿠션’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한다. 각 제품의 패키지에는 에코손수건과 동일하게 제주의 사계절을 담았다. 또한 오는 6월 13일 용산가족공원에서 에코손수건이 티켓이 되는 초여름 밤의 무비나잇 ‘행키시네마’를 개최해 손수건 사용이 즐거운 놀이가 되는 체험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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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건축을 찾아서

우리의 건축을 찾아서

우리의 건축을 찾아서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지금, 큰돈 들여 해외까지 나가지 않아도 아이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 지척에 있다. 문화와 역사의 총체인 건축 유산 답사가 그중 하나다. 옥석을 골라내듯 건축가가 엄선한 6개의 건축물이라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종친부를 다시 제자리에 복원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추천합니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미술관을 이어주는 6개의 마당을 꼭 느껴보았으면 해요. 입구에 있는 큰 마당은 파빌리온과 같은 대형 설치 작품이 들어서기도 해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마당으로 이끌어요. 큰 마당 외에도 5개의 마당이 흩어져 있기도 하고 하나로 이어지기도 해 자연스럽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올해 여름 프로젝팀인 ‘문지방’이 현대카드 문화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붕감각 SOA’ 파빌리온을 선보일 예정이니 방학 때 방문하기에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건축농장 최장원 소장 추천

꿈마루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위치한 ‘꿈마루’를 추천합니다. 선유도공원과 이응노기념관을 설계한 조성룡 건축가가 새롭게 설계했어요. 꿈마루는 어린이대공원이 조성되기 몇 년 전에 한국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설계로 완공된 작품입니다. 처음엔 골프장 내 편의 공간으로 쓰이다가 골프장이 어린이대공원으로 바뀌면서 내부 공간을 개조해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전시 공간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철거 위기에 놓여 2011년 조성룡 건축가에 의해 새롭게 탈바꿈했어요. 시간과 기억을 보존한다는 취지 아래 기존의 건물이 가지고 있던 형태와 구조를 유지하고, 내부와 외부 공간을 적절히 변형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쉽게 헐어버리고 새로 짓는 것에 익숙한 요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지키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느끼고 공감했으면 합니다.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16
플레인웍스 권경민 소장 추천

종묘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으로 장엄한 건축물 중 하나이죠. 첫 조상의 신주를 모신 이후 하나씩 증축을 해 지금의 모습이 된 순리에 맞고 기능적인 건축입니다. 또한 ‘일획의 건축’으로 마치 구름 위에 지어진 듯 땅과 하늘을 경험하게 하는 건축입니다. 장중한 검은 지붕은 고요한 하늘을 느끼게 하고, 월대와 앞마당에 깔린 돌들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어 보이지만 고개를 숙여 바닥을 봐야 하는 신하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바닥을 내려보다가 반사된 햇빛에 시력이 상하는 것을 막고자 했던 세심함이 돋보이죠. 또한 그 모양은 돌로 만든 구름을 보는 듯도 합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훈정동 1
이도건축 김개천 소장 추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다양한 곡면이 특징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출신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 Alvaro Siza가 설계했습니다.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사용자를 배려하고 기능을 추구한 건축가로 유명하죠.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다양한 크기의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합니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 공간은 가급적 인공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국내외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내 건축으로도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어 추천합니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499-3
숨비 김수영 소장 추천

덕포진
서울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김포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역사 유적지가 있습니다. 사적 제292호 ‘덕포진’이랍니다. 조선시대 한성으로 통하는 바닷길의 전략적 요충지로 19세기 병인양요, 신미양요 때 격전을 벌였던 장소입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땅속에 묻혀 있는 포대들과 그것을 둘러싼 자연이 너무나 잘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은 자연 속에 있으면서도 인위적으로 자연을 바꾸거나 거스르지 않는 형상을 취하는데, 덕포진 포대는 역사적인 유적지이면서도 현대건축에서 주목하는 ‘경계 없는 건축’, ‘지형과 일체된 건축’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땅과 건축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 속에서 19세기 격변기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길 바랍니다.
주소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 산 105
N.E.E.D 김성우 소장 추천

수풍석 미술관
건축가 이타미 준은 한국과 일본 양 쪽에서 이방인이라는 시선을 받아온 고독한 건축가입니다. 그는 늘 우리의 백자를 곁에 두고,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자연미를 그대로 건축에 담고 싶어했어요. 이타미 준은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수상하면서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른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수풍석 미술관 또한 물, 바람, 돌을 주제로 한 세 개의 미술관이 무심한 듯해도 사색이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벽 틈으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 소리를 꼭 들어봤으면 합니다. 또한 박물관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식물 ‘띠’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또한 아주 매력적인 곳이지요.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62-3
리빙엑시스 최시영 소장 추천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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