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버리지 못하고 붙들고 있던 깨진 그릇들이 있다.

1 수업에 가지고 갔던 깨진 컵. 2,3 합성 옻과 단차를 줄일 때 사용하는 흙. 4 은으로 장식해 마무리한 컵.
고가의 것은 아니지만, 손에 쥐었을 때나 입에 닿았을 때 혹은 음식이 담겼을 때의 모양새까지 마음에 쏙 들었더랬다. 새로운 그릇을 산다고 그와 같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두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마음이 무거워져 칸이 킨츠키를 배우러 다녀왔다. 버리지 못할 바에는 고쳐서라도 써야겠다 싶었다. “킨은 일본어로 금, 츠키는 이어 붙인다는 뜻이에요. 크게 전통 방식을 사용하는 혼 킨츠키와 합성 옻을 사용해 간단하게 수리하는 칸이 킨츠키로 나뉩니다.” 도예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킨츠키를 공부했다는 선생은 초보자들이 따라오기 쉽도록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킨츠키는 깨지거나 금이 간 그릇을 옻으로 다시 붙인 뒤 금이나 은 같은 것으로 장식하는 일본의 수리 기법을 말한다. 나카무라 구니오가 쓴 <킨츠키 수첩>에 의하면 모모야마 시대의 다인들은 그릇에 생긴 금에도 산수화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고 여기며, 상상력을 발휘해 그릇을 고쳤다고 한다. 즉 킨츠키는 그릇을 수리하는 기능성을 넘어 그것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새로운 예술 장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그릇을 고치는 것만 생각했는데, 상처가 아름다움이 된다는 개념은 새로운 미학의 발견이었다. 조용히 앉아 그릇 수리를 시작했다. 깨진 부분을 정성껏 닦아내고, 마스킹테이프로 그릇을 임시 고정했다. 합성접착제를 사용해 깨진 그릇을 재빨리 붙였다. 퍼티를 사용해 단차가 생긴 부분을 메우고, 사포로 표면을 깨끗이 정리했다. 붓에 합성 옻을 묻혀 그림을 그리듯 그려 넣은 뒤 금가루를 뿌렸다. 그렇게 천천히 과정을 밟아가며 깨진 그릇을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킨츠키란 그릇을 고치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인 연결을 복구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릇을 고치고 나오는 길, 마음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러한 연유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