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리는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에 역사상 처음으로 라틴아메리카 출신 총감독이 선정됐다. 그 어느 때보다 남미 예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조나 마코 아트페어 전경.
2024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정된 아드리아노 페드로사 Adriano Pedrosa는 현재 상파울로 미술관장이다. 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 푸에르토리코 산 후안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남미 출신 예술가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높다. 자연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남미 관련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로 그는 <도처에 있는 외국인들 Foreigners Everywhere>이란 테마를 제시하며 이민자와 망명자, 특히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를 이동한 예술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어디를 가든 우리는 외국인을 만나게 되고, 또한 어디에 있든 우리 모두는 외국인(이방인)이라는 의미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시에 참여하는 브라질 작가 베아트리즈 밀헤이지즈의 일본 테시마 섬 공공미술 설치. © Yoshikazu Inoue
이러한 기대감의 첫 수혜는 지난 2월 막을 내린 조나 마코 Zona Maco 아트페어의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5일간 8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는데, 지난 키아프, 프리즈 서울 방문객 규모와 비슷하다. 멕시코의 원로 기하추상 작가 에두아르도 테라사스 Eduardo Terrazas, 파라과이 도예작가 훌리아 이시드레스 Julia Isídrez, 패션과 아트의 경계를 오가는 멕시코 작가 바르바라 산체스-카네 Bárbara Sánchez-Kane 등이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 작가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조나 마코는 2003년 컬렉터 셀리카 가르시아 Zélika Garcíia에 의해 창립되어 지난 20여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 현대미술을 장려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브리엘 오로스코의 작품. © Mario Juarez
올해는 20회를 맞아 25개국 212개 업체가 참가했고, 상금 10만 달러를 내건 미술상도 제정했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멕시코시티로 모이며 새로운 지점을 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브리엘 오로스코 Gabriel Orozco를 비롯하여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 Abraham Cruzvillegas 등을 소개하는 쿠리만주토 갤러리, 호세 다빌라 Jose Dávila를 비롯한 멕시코 작가를 소개하는 OMR 갤러리 등이 주목할 만한 로컬 갤러리. 최근에는 시카고와 파리에서 주목받는 갤러리인 마리안 이브라힘도 이곳에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의 작품. © Rob Corder
멕시코시티가 남미의 아트마켓에서 가장 주목받는 데에는 지리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동부는 뉴욕을 중심으로, 서부는 LA를 중심으로 아트페어가 활성되었다면, 멕시코시티는 미국 중부 주요 도시의 컬렉터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적절한 요충지다. 올해 아트페어에서도 주요 참여 갤러리 및 고객층은 미국 및 남미 대륙이 중심이었다. 팝 초현실주의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작가 마크 라이덴 Mark Ryden은 과달루페 성모를 주제로 그린 그림에 멕시코시티(CDMX)라는 제목을 붙여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남미도 한국만큼이나 외부 세력이 쉽게 침투하기 어려운 ‘쎈’ 문화권으로 평가된다. 3월 아시아 홍콩, 6월 스위스 바젤, 12월 미주 마이애미로 세계 아트페어를 석권 중인 아트바젤이 9월 남미를 노리며 호시탐탐 ‘아트바젤 위크’를 상파울로 등지에서 테스트해보았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아트페어가 없는 남미 대륙에서 조나 마코는 당분간 이 지역의 가장 큰 아트페어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신 작가의 기원. © 한원미술관
한편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 중 본 전시에 참여하는 김윤신 작가가 바로 아르헨티나에서 활동 중이다. 1984년 우연히 여행을 떠났다가 아르헨티나에 반해 미술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30여 년째 머무르며 작업을 펼친 작가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세우기도 했다. 87세 이방인 여성 예술가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총감독이 제시한 테마를 제대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