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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통해 건축적 조형성과 공예의 기능을 탐색하는 이명진 작가.

곡선과 직선이 교차하며 구조적인 미감을 보여주는 이명진 작가의 작품.  
졸업작품으로 만든 아파트 세 동.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관심이 많았어요. 모델하우스를 다니며 분양 카탈로그를 모으고, 평면도를 따라 그려보기도 했죠.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건축으로 이어졌지만, 건축 설비나 공법처럼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보다는 건축이 외형을 통해 드러내는 모티프와 질서에 더 끌렸어요.” 이명진 작가는 건축적 시선으로 흙을 다루는 도예가다. 그는 공예와 건축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필요에서 출발한 미적 자산이라는 공통점에 주목하며, 도자의 물성과 기능, 건축적 형상을 일상 속 사물로 풀어낸다. 기둥처럼 곧게 뻗은 형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연상시키는 모듈형 벤치, 곡선 몰딩에서 출발한 벽 선반 등 그의 작업에는 건축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건물의 실루엣과 면, 선의 관계,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비례감은 그의 작업의 핵심이다. 작가는 이런 감각을 자신의 작업 언어로 삼고, 건축적 모티프를 도자의 조형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그는 건축물이 수직으로 축조되는 과정과 도자에서 코일링 기법으로 흙을 층층이 쌓는 방식 사이의 닮은 구조를 발견한다. 흙을 한 줄 한 줄 쌓고 손으로 밀고 덧붙이는 반복 과정을 통해 건물을 세우듯 천천히 자신만의 조형을 축조해간다. 그가 도자를 선택한 이유 역시 흙의 물성 때문이다. 손의 압력과 속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흙은 모든 과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는 이러한 솔직함이 자신의 작업 태도와 닮아 있다고 말한다. 코일링 기법을 고집하는 것도 손의 움직임과 흔적을 감추지 않기 위해서다. 고온에 의해 소성되는 과정에서 형태가 미세하게 변하거나, 유약의 결과가 예측과 달라지는 순간까지, 불확실성도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가마실 밖 마무리 작업을 하는 작업실 데스크.

작업 초기 그는 핸드빌딩 기반의 리빙 오브제 브랜드 떼르에떼르를 운영하며 일상에서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작업을 선보였다. 쓰임에 대한 고민이 작업의 출발점이었다면, 현재는 ml.c (Myungjin Lee Ceramics)라는 이름 아래 조형과 구조에 대한 질문을 좀 더 적극적으로 던지며 작업 스케일을 넓혀왔다. 건축적 모티프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의 작업은 특정 건축가나 건축물을 직접적으로 참조하기보다는, 자신이 경험한 공간의 인상과 감각에서 출발한다. 일상에서 마주한 건축적 장면, 반복되는 구조와 리듬,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그의 작업에서 추상적인 조형 언어로 전환된다. “입체 작업인 만큼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시각적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해요. 한쪽에 직선이 있다면 다른 쪽에는 곡선을, 무거운 조형에는 가볍고 날카로운 요소를 배치하며 균형을 맞춥니다.” 그의 작업은 단일한 시점을 전제하지 않는다.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의 인상이 달라지고, 구조적 대비가 드러나며 조형의 리듬이 완성된다.

창가에 둔 화병. 표면에 글로시한 유약과 부드러운 손자국이 돋보인다.
자신이 만든 모듈형 벤치에 앉은 이명진 작가.

앞으로 그는 작품이 실제 공간 속에서 건축물처럼 존재하는 스케일의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여러 조각을 결합해 하나의 기둥을 이루는 ‘칼럼 Column’ 시리즈는 그 실험의 시작이다. “기둥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건축과 공예의 교집합을 사물로 만들고 있으니, 그 기본 요소에 선반처럼 받치거나 걸 수 있는 기능을 은유적으로 결합해보고 싶었어요.” 기능은 전면에 드러나기보다는,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의 작업은 때로는 쓰임을 가진 사물로, 때로는 이야기를 품은 조형물로 관람자에게 다가간다. 현재 그는 PKM 갤러리에서 3월 21일까지 열리는 기획 단체전 <From Hands>에 참여해 모듈형 블록 선반과 스툴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도자계를 대표하는 이인진, 김시영 장인과 함께 한 명의 젊은 도예인으로서 자신의 작업 세계를 나란히 펼쳐 보인다. 이명진 작가는 작업과 닮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차곡차곡, 거짓 없이 쌓아올리는 태도, 그리고 삶과 작업의 균형을 지켜나가는 것. 건축과 도자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형태를 축조해온 그의 작업처럼, 삶 역시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제각기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기둥 시리즈와 스툴.

SPECIAL GIFT

이명진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의 윤조에센스 6세대는 설화수 독자성분 자음단이 정체되어 있는 피부 장벽을 강화해주며, 피부 흐름을 빠르게 순환시켜주어,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되찾아준다. 90mL 1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