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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와 비엔날레, 미술관의 대규모 개인전부터 프리즈 위크에 맞춰 열리는 특별한 전시까지. 올가을 미술계를 분주하게 오갈 주요 전시 소식.

<서도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8.27 ~ 2027.2.9

<자화상>, 2026 © 서도호, STPI, 리만머핀, 빅토리아 미로 제공

집과 공간, 기억과 정체성을 탐구해온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학생 시절의 초기작부터 작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 현재 진행 중인 최신 프로젝트까지 한자리에서 아우르며 그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3, 4, 5 전시실과 MMCA스튜디오, 서울박스까지 미술관 곳곳으로 전시가 확장되어 공간 자체를 작업의 중요한 매개로 삼아온 서도호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키아프 서울 2026

코엑스 9.2 ~ 9.6

Xevi Solà <TONIGHT>, 2026
임현정 <Bryce Point> © 임현정

올해 25주년을 맞는 키아프 서울에는 전 세계 18개국 1백7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갤러리가 한자리에 모인다. 신진 작가와 갤러리를 소개하는 ‘Kiaf PLUS’와 단일 작가에 집중하는 솔로 부스도 운영한다. 올해 처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된 정구호가 공간 디자인과 특별전 기획을 총괄하며, ‘공존(Coexistence)’을 주제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탐색한다. 특별전 <HUMAL>에서는 오형근, 이동욱, 이환권 등 7명의 작가가 인간의 본능과 신체, 생명력을 조명하고, 이를 증강현실로 확장한 <VIRTUAL VITAL>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 지원 프로그램 ‘Kiaf HIGHLIGHTS’는 세미파이널리스트 10명을 부스 내 별도 전시로 소개한다. 또한 비엔날레와 AI, 컬렉팅 등을 다루는 토크와 9월 4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하는 ‘Kiaf Classic’이 이어진다.

프리즈 서울 2026

코엑스 9.2 ~ 9.5

문경원, 전준호 <모바일 아고라> © CJYART Studio
© Wecap Studio, Frieze
<Raw Proof>, 2024  © CYagwang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프리즈 서울에는 전 세계 30개국 1백25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하우저 앤 워스, 페이스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를 비롯해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PKM 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가 한자리에 모인다. 올해 특히 눈여겨볼 변화는 큐레이티드 섹션의 확장이다. 기존 ‘프리즈 마스터즈’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머티리얼 프랙티스’와 ‘스포트라이트’ 등 새로운 큐레이티드 섹션이 채운다. ‘머티리얼 프랙티스’는 한국의 수작업 전통과 장인정신에서 출발해 재료와 물성을 새롭게 해석하는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고, 프리즈 서울에 처음 도입되는 ‘스포트라이트’는 기존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20세기 작가들을 재조명한다. 신진 갤러리를 소개하는 ‘포커스’ 역시 유럽과 미주까지 참여 범위를 넓혀 16개 갤러리의 단일 작가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프리즈 위크에는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에서 차례로 ‘네이버후드 나잇’이 열리고, 프리즈 라이브와 필름, 뮤직, 토크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올해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야광은 페어 부스의 가벽을 해체해 목재 골조로 재구성하고, 한국 불화의 의복과 장식에서 착안한 라텍스, 금속 조각과 빛을 결합한 장소 특정적 신작 <Facade Zone>을 최초 공개한다.

<다나베 치쿤사이 4세: 비가시의 숲> & <숲 · 대지 · 초원>

프리즈 하우스 서울 8.27 ~ 9.19

다나베 치쿤사이 <IV, STAND>, 2021 © Yumekoubou Gallery, Pedro M. Shimura
세실리 브라운  <Temptation of the Lapin>, 2023 © Cecily Brown, Paula Cooper Gallery, Genevieve Hanson

프리즈 위크를 맞아 프리즈 하우스 서울에서 자연과 인간, 기억과 장소의 관계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두 전시가 열린다. 유메코보 갤러리는 일본 전통 대나무 공예를 동시대 설치미술로 확장해온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비가시의 숲>을 선보인다. 약 7천 개의 대나무 조각이 공간을 유기적으로 가로지르는 대규모 신작으로, 숲의 지하 생태 네트워크에서 착안해 관람객이 거대한 연결망 사이를 직접 거닐도록 구성했다. 함께 열리는 폴라 쿠퍼 갤러리의 <숲 · 대지 · 초원>에는 솔 르윗, 세실리 브라운, 한스 하케, 토바 아우어바흐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회화와 조각, 사진, 콜라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연과 도시의 풍경이 기억과 언어, 물질을 거쳐 어떻게 새롭게 해석 및 재구성되는지 살펴본다.

디자인마이애미 서울 2026

DDP 디자인랩 1층 9.1 ~ 9.6

잔 워터스톤  <Primitive Excavations (Striations)>, 2024 © Caoimhe Rogan and Charles Burnand Gallery
유키 나라 <Bone Flower>, 2026 © Yuki Nara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디자인마이애미 인 시추’가 올해는 ‘디자인마이애미 서울’로 규모를 확장한다. 단일 기획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갤러리와 디자이너, 브랜드, 문화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컬렉터블 디자인 행사로 거듭난 것. ‘함께, 울림(Resonance: Design in Dialogue)’을 주제로 런던의 찰스 버넌드 갤러리, 뉴욕의 바구헤이 등 해외 갤러리와 천우선, 이규홍, 권중모, 양태오를 비롯한 국내외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갤러리 프로그램과 ‘인 시추’ 기획전, 브랜드 협업 전시를 비롯해, 9월 3일에는 국내외 전문가가 컬렉터블 디자인의 흐름과 글로벌 디자인 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디자인 세미나도 열린다. 프리즈 서울과 같은 기간 개최되는 만큼, 미술과 디자인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이번 서울 아트위크의 또 다른 주요 무대다.

<중력을 잊은 형상들>

지갤러리 8.19 ~ 9.30 / 피코 8.27 ~ 10.4

김병섭 <Narrative 001>, 2023 © Byungsub Kim
중력을 잊은 형상들 전시 전경. © 최윤희, G Gallery

최윤희 작가의 개인전이 지갤러리와 피코, 두 공간에서 이원화되어 열린다. 수채 드로잉부터 대형 회화까지 40여 점의 신작을 통해 작가가 개척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볼 수 있다. 작가는 최근 작업에서 반복 등장하는 ‘구멍’과 물감의 번짐을 통로 삼아, 감각의 단편들을 유기적 흐름으로 연결했다. 얇은 선과 막, 중첩된 층위를 형성하는 반복적 행위는 화면 위에 내외부 경계를 흐리는 깊이감과 밀도를 만든다. 두 전시 공간은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지갤러리는 층층이 쌓인 견고한 회화 표면을 통해 시간의 축적과 감각의 지형을 제시한다. 피코는 수채 드로잉과 벽화형 대형 회화를 중심으로 물감이 자유롭게 스며드는 실험적 시도를 다룬다. 관람객은 두 공간을 오가며 보이지 않는 시간과 내면의 지형이 회화로 구현되는 입체적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카데르 아티아 개인전>

리만머핀 서울 8.28 ~ 10.17

<Untitiled>, 2026 © Kader Attia,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Andrea Rossetti
<Untitiled>, 2025 © Kader Attia, Lehmann Maupin, New York, Seoul, and London, Studio Kukla 

지난 20여 년간 ‘상처와 복원’을 화두로 식민주의의 역사와 개인적 트라우마, 집단 기억을 탐구해온 카데르 아티아가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볼록거울을 절개해 표면에 인위적인 상처를 남긴 신작 <상흔의 거울> 세 점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Whispers of Traces>의 연장선에 있는 거울 로프 조각 신작을 공개한다. 관람객의 모습이 상처 난 거울 위에서 왜곡되고 분절되며,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남긴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쉽게 버려지는 비닐봉지의 형태를 연약한 유리로 포착한 조각도 함께 선보이며 일시적인 사물에 새로운 의미와 영속성을 부여한다. 또한 리만머핀은 프리즈 서울에서 서도호의 솔로 부스를 마련해 초기 대표작 <Who Am We?>와 실 드로잉, <Family Cuddle>, <ScaledBehaviour> 연작 등을 소개한다.

<다시 도착한 집>

운경고택 9.2 ~ 10.31

<뒤집힌 다락>, 2026
<흰 계단1>, 2026

공간의 구조를 바꾸면 익숙한 장소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공간의 조건과 구조에 개입해 관람객의 동선과 시선을 재구성해온 김동희가 2년 만에 전시 공간으로 문을 여는 운경고택을 무대로 개인전을 연다. 앞마당의 땅을 파낸 <육분원을 위한 굴토>, 안채에서 뒷마당까지 이어지는 <흰 계단 1, 2>, 사랑채의 다락을 뒤집어 마당으로 옮긴 <뒤집힌 다락> 등 신작을 통해 한옥의 높낮이와 안팎, 축적된 시간의 층위를 새롭게 드러낸다. 전시 기간에는 안은미의 개막 퍼포먼스를 비롯해 작가와의 대화, 건축가 황두진의 한옥 강연, 건축가 조정구와 함께하는 <서촌야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무중력> & <시스카티아>

파운드리 서울 8. 22 ~ 10.3 / 코엑스 9.2 ~ 9.5

오묘초 <Inside a Day We Never Entered>, 2025-2026 © 오묘초, FOUNDRY SEOUL, Seoul, 고정균
율리아 아이오실존 <The Story of Medusas and their Companion>, 2026 © Yulia Iosilzon, FOUNDRY SEOUL, Seoul, Deniz Güzel

파운드리 서울은 두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율리아 아이오실존의 개인전 <무중력>은 대지, 바다, 하늘의 경계가 허물어진 생태적 풍경을 반투명 회화와 세라믹 모자이크, 처음 선보이는 패브릭 조각으로 구현한다.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인공이 서로 연결되고 변화하는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을 그려낸다. 한편 파운드리 서울은 올해 처음 프리즈 서울에 참여해 포커스 섹션에서 조각가 오묘초의 솔로 프레젠테이션 <시스카티아>를 선보인다. 여러 조각이 하나의 생태적 풍경을 이루는 몰입형 설치를 통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명이 서로 적응하고 관계 맺으며 지속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관 <‘보임’의 이중성: ‘거짓말’ 혹은 ‘좋아요’(The Look is A Li(k)e)>

동곡뮤지엄 9.5 ~ 2027. 2.14

듀 킴 <Detail of Legion, Nowhere Whole>, 2026 © Dew Kim
라파엘라 날디 로사노 <On Becoming Partenope>, 2026 © Maurizio Esposito

보정된 사진과 실제 얼굴, 온라인에서 연출한 이미지와 현실의 나. 그 경계가 희미해진 시대에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관은 ‘우리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질문한다. 이레네 캄폴미가 큐레이팅하고 이탈리아와 한국 작가 5명이 참여해, 디지털 공간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기 이미지와 서로의 옷차림, 소비, 일상까지 닮아가는 오늘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낯선 사람과 나란히 누워 소개팅하는 방, 오를수록 거울에서 멀어지는 사다리, 개가 되기 위해 네 발로 기고 짖는 남자의 영상 등 유머와 기묘함을 오가는 작품을 통해 외모와 자기 표현, 평판을 둘러싼 문제를 정치적 질문으로 확장한다.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

박서보미술관 8. 21~ 2027.1.3

박서보 <묘법 No.230127, No.230128, No.230129>, 2023 © 박서보미술관 제공, 사진 전병철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의 삶과 예술이 깃든 연희동에 박서보미술관이 문을 연다. 박서보가 생전 생활하고 작업했던 작업실 바로 옆에 자리한 미술관은 건축가 최문규가 설계했는데, 세 개의 전시실과 커뮤니티 공간, 야외 정원 등을 갖췄다. 개관전은 박서보와 베트남 출신 프랑스 작가 흐엉 도딘의 2인전으로, 두 작가의 회화 42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한지 위에 선을 긋고 밀어내는 행위를 반복한 박서보의 ‘묘법’과, 광물 안료를 수십 겹 쌓아 빛을 드러내는 흐엉 도딘의 회화를 통해 서로 다른 방식의 반복과 축적, 절제가 ‘비움’과 ‘충만’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전시는 두 작가의 1990년대 작품에서 박서보의 흑색과 색채 한지묘법, 백색 계열 작품으로 이어지며, 흐엉 도딘이 2023년 박서보와의 만남을 기억하며 제작한 <X.K.N.31>도 공개한다. 9월부터는 박서보의 일기와 편지를 따라 글을 쓰는 워크숍과 명상, 음악, 차와 그림을 결합한 드로잉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

PKM 갤러리 8.26 ~ 10.3

<Umber-Blue>, 1978 © Yun Seong-ryeol, Courtesy of PKM Gallery

작가의 거주, 작업 공간을 보존한 ‘윤형근의 집’ 개관을 기념하며 기획된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친 대형 유화와 한지 작업 등 대표작 30여 점을 갤러리 전관에서 조명한다. 전시는 다색(Umber)과 청색(Blue)의 융합으로 탄생한 특유의 ‘천지문(天地門)’ 연작을 축으로 전개된다. 서정적 색감이 돋보이는 초기작부터 정제된 조형미가 강화된 후기작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시기별 조형 언어의 변주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작가의 생전 작업실과 일상 기록이 담긴 아카이브를 함께 공개해 삶과 예술의 일치를 추구했던 윤형근의 신념을 다각도로 되짚는다.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및 테이트 모던 소장 등 세계 미술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의 울림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A Full Moon Is a Half Moon>

프란시스 갤러리, 애가헌 9.2 ~ 9.5.

한옥 갤러리, 애가헌 © Francis Gallery
애쉬 로버츠 신작 © Francis Gallery, Ash Roberts

영국 배스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란시스 갤러리가 프리즈 서울 기간 서울에서 첫 전시를 연다. 설립자이자 큐레이터 로사 박이 기획한 이번 2인전은 애쉬 로버츠와 나디아 야론의 한국 첫 전시다. 100년 된 한옥 애가헌을 무대로 장소에 맞춰 제작한 신작을 선보인다. 사랑채와 안채로 나뉘는 한옥의 전통적인 공간 구조에서 출발해 남성과 여성,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아름다움과 기괴함처럼 서로 대립한다고 여겨온 경계와 그 사이를 들여다본다. 자연의 순간적인 감각을 몽환적인 색채로 포착하는 로버츠의 회화와 나무, 돌, 금속을 거칠게 깎아 만든 야론의 유기적인 조각이 한옥 곳곳에 놓이며,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면을 이야기한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카사 와비 파빌리온 <황금비>

이장우 가옥 9.5 ~ 11.15

<Gold Rain>, 2026 © Bosco Sodi, Casa Wabi Pavillion 제공

광주광역시 민속문화유산 제1호 ‘이장우 가옥’에서 멕시코 출신 세계적 현대미술가 보스코 소디 Bosco Sodi의 개인전 <황금비(Gold Rain)>가 열린다. 작가는 22캐럿 금을 입혀 고온에 구워낸 화산석 4백여 점을 가옥 내부와 정원에 배치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각기 다른 형태와 무게를 지닌 화산석 4백여 점을 엄선한 뒤, 22캐럿 금을 입혀 690℃ 고온에서 구워냈다. 돌 본연의 수수한 형태 위에 더해진 금빛 층위는 가옥 내부와 정원, 안뜰 곳곳에 배치되어 공간 전체에 독특한 신성함을 부여한다. 관람객은 시간과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금 빛깔을 따라 고택을 거닐며, 마치 황금비가 한 차례 지나간 직후의 고즈넉한 풍경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감각적 변화와 깊은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2026 타이틀 매치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8.13~10.25

<칼군무>, 2026 © 오인환,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인공지능과 최첨단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불완전한 ‘휴먼 에러’를 인간 고유의 창작 원천으로 제시하는 2인전이 펼쳐진다. 오인환 작가의 11년 만의 대규모 전시이자, 장서영 작가가 국공립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급 전시로 두 거장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기술만능주의 속에서 인간만이 가능한 예술적 상상력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 오인환은 ‘하나가 아닌 우리, 하나가 아닌 나’라는 화두 아래 경직된 사회 시스템에 의도적 오류를 일으키는 주체로서의 인간을 조명하며, 신작을 포함한 1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반면 장서영은 반도체 재료와 생명의 유한함을 결합한 ‘실리콘 바니타스’를 주제로, 노화와 질병 등 신체 내부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오류를 다룬 신작 포함 11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경직된 규범을 교란하는 사회적 실천인 ‘살갗’의 작업과, 몸속 이질적인 감각을 파고드는 ‘내장’의 작업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완벽함을 강요하는 문명 속에서 인간 존재의 조건과 창작의 본질을 깊이 있게 반추하게 만든다.

<그대로 As it is>

조현화랑 8. 26.~11. 8.

<Ice blossom 26-53>, 2026 © 김택상, 조현화랑 제공

물과 물감의 자율적인 흐름을 포착해온 김택상 작가가 신작 <Ice Blossom> 연작을 포함한 50여 점의 작품으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작가는 물감이 계절의 흐름에 따라 캔버스 위에 스며들고 마르는 과정을 통해, 인위적 통제를 내려놓고 자연을 공존의 주체로 수용하는 탈인간중심적 미학을 실천해왔다. 30여 년간 이어온 작가의 시각적 탐구는 이번 전시에서 비로소 완성에 이른다. 기존의 ‘Breathing’, ‘Flows’, ‘Resonance’ 연작이 각각 봄, 여름, 가을의 시간성을 담았다면, 최초로 공개되는 ‘Ice Blossom’은 영하의 기온 속에서 물감과 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맺힌 결정의 궤적을 조명한다. ‘겨울’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끌어들임으로써 비로소 순환하는 사계절의 시간성을 캔버스 위에 완전히 안착시킨 셈이다. 아울러 회화 표면을 초미세 현미경으로 촬영해 입자의 움직임을 살려낸 영상 작업 ‘There’, 유기적인 흰색 결정의 선을 강조한 ‘Non-linearity’, 그리고 10m가 넘는 압도적인 대형 회화까지 함께 소개된다.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Emergence and Dissolution)>

롯데뮤지엄 8.21~11.1

<The Wind Blows-250713>, 2025  © 이강소, 롯데뮤지엄 제공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의 이번 개인전은 1970년대 실험미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가 넘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오늘날의 시선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다.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채로운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1백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1970년대 신체제 및 AG 그룹 등 실험미술 운동을 이끌어온 작가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행위와 시간, 공간이 얽히며 발생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해왔다. 1980년대 이후 사유의 폭을 넓히며 선보인 회화 속 오리와 배, 사슴, 역동적인 붓질 등은 대상을 단순 재현하는 것을 넘어, 만물을 관통하는 기운과 찰나의 흐름을 담아내는 매개로 기능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50여 점의 조각 작업을 집중 조명하고, 미디어 연출을 더해 실재와 이미지가 교차하는 입체적 공간을 구성한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기보다 관객 저마다의 경험과 감각으로 작품을 완성하도록 여백을 열어둔다. 관람객은 서로 다른 시기의 작업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현장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적인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Eternal Spring: 영원한 봄>

예화랑 8.22 ~ 9.23

<Eternal Spring VII (Moonlight Sonata)>, 2026 © 김원숙, 예화랑 제공
<Evening Tree>, 2021 © 김원숙, 예화랑 제공

김원숙 작가가 50년 화업을 아우르는 개인전을 선보인다. 미국 이주자로서 세파 속에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켜온 작가는 일상과 기억 속 진솔한 감정을 담아낸 신작 및 대표작 80여 점을 펼쳐 보일 예정. 전시의 핵심 주제인 ‘장춘(長春)’은 “영원한 봄이 어떠냐”며 작가의 그림을 응원한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쇠하지 않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담은 이 단어는 작가의 삶을 향한 아버지의 축원이자, 50년 창작 여정을 오롯이 관통하는 상징이다. 계절의 순환 속에서도 늘 봄을 품어낸 작가의 화면은 인생의 쓸쓸함과 세찬 비바람을 견뎌내는 단단한 씨앗처럼 빛난다.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화가가 가꾸어온 영원한 봄의 세계를 거닐며, 관람객 각자가 간직해온 삶의 봄을 되돌아보는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