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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만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일. 아이들의 놀이는 원래 그런 것이었다.

하우스 플레이 랩은 그 본래의 시간을 다시 꺼내 보인다.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즐기며 쉬는 공간이자 목공 체험을 통해 작은 집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스튜디오.

경기도 안성 보개면의 약 1만578㎡(3200평) 대지 위에 펼쳐진 ‘하우스 플레이 랩’은 키즈 카페도, 캠핑장도, 체험 공간도 아니다. ‘집’과 ‘건축’, 그리고 ‘놀이’가 겹쳐진 하나의 실험 프로젝트에 가깝다. 주택 전문 건축회사 ‘집을 그리다’의 건축가 이중재, 아트 디렉터 최성미, 그리고 목수 김진석이 오랜 시간 함께 목조주택을 지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공간이다. 가족의 삶을 담던 ‘집’이라는 그릇을 더 크게 확장해, 더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머물고 움직이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장소로 바꿔낸 셈이다. 출발은 부부의 일상에서 왔다. 주말이면 놀이동산 대신 건축 현장으로 향했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일터를 놀이터처럼 받아들였다. 흙더미와 목재, 쌓인 구조물과 거친 길은 어른에게는 고된 현장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거대한 실험실처럼 보인 것이다. 건축가 이중재는 “집을 짓지 않는 사람들은 그런 중간 과정을 볼 기회가 없는데, 그 과정을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미끄럼틀이나 트램펄린 대신 비계 구조의 프레임, 자갈밭, 물길을 낼 수 있는 장치와 집 모양의 구조가 놓여 있다. 그러자 아이들이 그 안을 스스로 채워 넣기 시작했다. 자갈을 쌓고, 물길을 만들고, 나무 조각을 이어 각자의 집을 완성한다. 마치 자신이 꼬마 건축가가 된 듯 말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공사장 놀이터. 비계 구조물과 다양한 건축 재료로 구성된 공사장 콘셉트의 놀이터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타이어 던지기 놀이 등 제약 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다.
© 하우스 플레이 랩

이곳은 애초부터 ‘다른 방식의 키즈 공간’을 전제로 출발했다. 커피와 디저트, 인증 사진으로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가 함께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는 곳. 그래서 하우스 플레이 랩에는 폭신한 매트나 정해진 놀이기구 대신, 콘크리트와 자갈, 금속 파이프, 목재 같은 건축 재료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물성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기도 한다. “기존 키즈 공간과는 다른 질감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낯설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감각으로요.” 최성미 디렉터가 말했다. 건축가 이중재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선 긋듯 공간을 설계했다. 손이 닿는 가구와 구조물, 놀이의 단위가 되는 오브제까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공사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과연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아이들은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냈다.

실내 창문은 모두 개방해 부모가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종일 놀고 나서도 더 있다 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공간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 아이들 옆에서 어른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벤치에 앉아 지켜보던 부모는 어느 순간 같이 구조물을 만들고, 몸을 움직이며 동심으로 돌아가 어릴 적 놀이를 다시 떠올린다. 최성미 실장은 전시와 광고 아트디렉팅 경험을 바탕으로 이 거친 풍경에 섬세함을 한 스푼 더했다. 실내는 나무와 구조의 결을 살려 차분하게 정돈하고, 야외에는 공사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선명한 색을 포인트처럼 얹어 공간에 리듬을 만들었다. 전시에서 가져온 포스터와 사인, 집과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케빈과 캠크닉 존, 바비큐 공간까지 이어지는 구성 덕분에 가족이 하루를 통째로 보내기에도 좋다. 실제로 이들 부부가 떠올린 손님은 ‘미감이 있으면서 아무 데나 가고 싶지는 않은 부모들’, 그리고 붐비는 공간 대신 조금 더 여유로운 아웃도어를 찾는 가족이었다. 거리가 있어도 여러 번 다시 찾는 방문객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접 제작한 원목 교구와 블록, 공구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구조와 공간 일을 이해하는 실내 놀이 공간.

물론 이곳은 아직 확장 가능성을 많이 품고 있다. 점프 수트나 장화 같은 작업복을 더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케빈마다 다른 재료와 브랜드 성격을 입혀 각기 다른 ‘집’으로 확장하는 구상도 있다. 레고, 페인트, 타일처럼 재료의 성격을 살린 방을 만들거나, 작가와 장인, 다양한 브랜드가 이 공간 안에서 워크숍과 팝업을 펼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려면 결국 인력과 운영, 안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요즘은 아이들이 행여 다칠까, 혹은 타인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놀이의 범위를 점점 좁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때 모래를 뒤집어쓰고 놀던 우리 어릴 적을 떠올려보자. 거꾸로 미끄럼틀을 타며 온몸으로 세상을 배웠다. 하우스 플레이 랩은 조금은 거칠고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그래서 더욱 생생한 시간을 선물한다. 그 안에서 아이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간’을 접해본다. 이곳의 슬로건인 ‘We are All Architects’처럼, 하우스 플레이 랩은 누구나 한번쯤 건축가가 되어보는 하루를 만든다.

건축 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놀이 공간, 그린 스튜디오. 계절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지며 여름에는 수영장 스페셜 데이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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