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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조금씩 비뚤어진 세상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 맥스 시덴토프는 말한다. 진지하지 않은 태도가 때로는 가장 진지한 접근일 수 있다고.

맥스 시덴토프 Max Siedentopf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이라도, 어디선가 한번쯤 그의 작품을 마주했을 것이다. 영화적 색채의 영상 속 이해하지 못할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들, 바닥에 페인트를 칠하다 모서리에 몰려 오도가도 못 하는 노인, 작가 스스로를 기꺼이 희화화한 조각과 사진 작품들까지. 그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태도는 ‘일상을 흔드는 가장 진지한 유머’다. 사진, 영상, 조각, 설치, 출판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은 도발적이지만 결코 불쾌하지 않고, 해학적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보고 나면 결국 기분 좋은 웃음만 남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 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한국에서 갖는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직접 오진 못했지만,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많은 관객의 반응을 접했을 텐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그 자리에는 있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일은 무척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특히 관객의 반응이 아주 열려 있다는 점, 제 작업을 지나치게 해설하려 들기보다 곧바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해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을 향해 농담을 던졌는데, 그곳에서 웃음소리가 메아리쳐 돌아오는 걸 듣는 기분이랄까.

특히 지난해 하우스 노웨어와의 협업 <More is More> 이 공개되며 국내 관객들에게 조금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인물이 메인이었는데, 브랜드의 어떤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한 건지 궁금해요. 하우스 노웨어와의 작업에서는 그들이 지닌 과잉과 유희의 감각을 한층 더 증폭시키고 싶었어요. 동시에 지금 이 시대와도 맞닿아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고요.<More is More>는 그 아이디어를 말 그대로 끝까지 밀어붙여,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지점까지 끌고 가는 작업이었습니다. 인물은 그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든 것을 현실에 발 딛게 만들고, 스케일을 가늠하게 해주며, 보는 이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진입점을 만들어주니까요.

<Seriously Not Serious>전시 전경.
<Seriously Not Serious> 전시 전경.

<Seriously Not Serious>라는 전시명은 당신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문장이기도 하죠. 작가로서 이러한 작업관을 형성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형성된 태도예요. 저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진지하게 대하는 일이 결코 생산적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실패하거나, 조금 우스워 보이거나, 약간은 민망해지는 데서 훨씬 더 해방감을 느껴요. 제 작업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전시는 총 7개의 방대한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챕터를 포괄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진지하지 않은 태도가 때로는 가장 진지한 접근일 수 있다는 것.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줍은 예술가>를 마주하게 됩니다. 당신은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숨고 싶은 자아 충돌이 느껴지는 듯해 의외였달까요. 네, 분명 그런 긴장은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것을 드러낸다고 해도 결국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통제하고 있으니까요. <수줍은 예술가>는 바로 그 지점을 다루는 작업입니다. 나를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뒷문으로 슬그머니 사라지려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죠. 더 넓게 보면, 오늘날 많은 예술가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실은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내주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유지하는 방식, 그리고 자신이 침묵하기로 한 자리에서는 작업이 대신 말하도록 두는 방식 말이에요.

<After Party>© MAX SIEDENTOPF, GROUNDSEESAW

자신과 가족, 친구, 그리고 노인 등 일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누구나 공감하고 들어올 수 있는, 열려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결점이나 불완전함이 무척 중요합니다. 사람이 지나치게 매끈하고 이상화되면, 어떤 가능성이 닫혀버리거든요. 저는 차라리 누구든 그 안으로 들어설 수 있는 여백을 만들고 싶어요. 그 안에서 저는 고정된 주체라기보다 일종의 자리 표시자 같은 존재에 더 가깝고요.

작품 분위기는 대부분 유머러스했지만, 관객이 함께 퍼즐 조각을 맞추며 당신의 아이 얼굴을 완성하는 ‘It Takes a Villages’ 챕터에 들어서면 그보다도 따뜻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딸이 태어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아이를 갖기 전의 삶은 마치 인생을 입문자 모드로 사는 것과 같다’고요. 꽤 정확한 표현이라고 느꼈습니다. 갑자기 전에는 없던 새로운 층위와 복잡성, 배움이 생겨나고,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되니까요. ‘It Takes a Village’는 좀 더 감정적인 작업이긴 하지만, 그 안에도 여전히 밑바탕에 깔린 도전과 실패의 가능성이 존재해요. 사람들이 과연 이렇게 터무니없이 큰 퍼즐을 실제로 완성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요.

<Democracy>© MAX SIEDENTOPF, GROUNDSEESAW

전시장 한쪽 벽에는 ‘예술은 삶이 이해되지 않으려 할 때 내는 소음’이라는 말이 쓰여 있죠. 이를 보고 당신이 삶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가장 첫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태어난 날이요.

때때로 모순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비결이 있다면요? 저는 유머가 부조리함으로부터 도피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이를 감당하고 다루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유머의 목적은 무언가를 가볍게 만드는 데 있다기보다는, 그 주제에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때로는 진지한 발언보다 농담 한마디가 훨씬 더 무거운 무언가를 효과적으로 실어 나를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유머는 고정된 것도 아니에요. 시대에 따라, 또 제 개인적 관심사의 변화에 따라 계속 적응하고 이동합니다.

당신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건 제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돈 워리, 비 해피’, ‘민주주의’ 등 각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날카롭게 꽂히는 느낌입니다. 대체로 제목은 아주 빠르게 도착하는 편이에요. 마치 작업이 거기까지 따라오기만을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요.

<Only Human>© MAX SIEDENTOPF, GROUNDSEESAW

수년 동안 끊임없이 창의적인 작업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호기심이요. 호기심은 사람을 성가시게 하고, 쿡쿡 찌르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하죠. 마치 진흙 묻은 신발을 신고 깨끗한 방을 거침없이 가로질러 들어오는 질문 같아요.

요즘 당신을 가장 신경 쓰이게 하는 이 세계의 문제나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면요? 요즘은 매일 뉴스를 열어보는 바로 그 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가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요? 이상적으로는, 이 전시가 조금은 오래 남았으면 해요. 신발 안쪽 어딘가에 뭔가 걸려 있는데 정확히 어디인지 찾을 수 없지만, 계속 의식하게 되는 그 감각처럼요.

자료제공: 그라운드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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