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더 깊숙이 들어왔다. 2030년까지 독점 파트너로 참여하며 주얼리를 넘어 예술과 도시,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과 연결되는 방식까지 브랜드의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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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불가리의 존재감은 유독 선명했다. 불가리가 2030년까지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의 독점 파트너로 참여할 것을 발표하며 예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확장한 것.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자르디니 공원 내 스파치오 에세드라에 별도의 불가리 파빌리온을 마련하고,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 Lotus L. Kang의 신작 설치작업을 공개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터스 강은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사진과 조각, 설치작업을 넘나들며 시간과 기억, 남겨진 흔적을 다룬다. 특히 빛에 반응하는 감광 필름이나 천처럼 형태가 쉽게 변하는 재료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번 작업에서도 얇게 드리워진 막과 빛, 그림자들이 공간 안에서 천천히 겹쳐지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불가리가 이런 프로젝트에 꾸준히 힘을 쏟는 이유도 흥미롭다. 불가리는 오래전부터 단순히 하이 주얼리 브랜드에 머무르기보다 도시와 문화, 예술 유산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베니스 두칼레 궁전의 스칼라 도로 복원, 무라노 성당의 베로네세 회화 복원, 로마 스페인 계단과 카라칼라 욕장의 모자이크 복원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오래된 문화와 장인정신을 지키는 일 역시 브랜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는 셈이다.



비엔날레 기간 중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에서 열린 불가리 재단 전시 역시 같은 흐름 안에 있었다. 불가리 재단이 선보인 첫 번째 공식 병행 행사로, 지식의 보존과 기록의 의미를 다루는 전시다. 라라 파바레토 Lara Favaretto는 산소비노 살론 공간에서 <순간의 기념비–도서관 Momentary Monument–The Library>를 선보였다. 대학과 기관, 개인 컬렉션에서 기증받은 책들을 거대한 서가 형태로 배치하고, 관람객이 직접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작업이다. 희귀본보다 오래된 기록물과 밀도 높은 텍스트에 집중한 점도 흥미롭다. 책 사이에는 작가가 1995년부터 모아온 이미지 아카이브가 함께 놓이며 예상치 못한 연결과 장면을 만들어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모니아 벤 하무다 Monia Ben Hamouda의 <불의 신앙의 파편 Fragments of Fire Worship>이 관람객을 맞았다. 읽을 수 없는 네온 문자 조각 두 점으로 이루어진 작업인데, 이슬람 서예가의 딸인 작가는 실제 언어처럼 보이지만 해독할 수 없는 ‘불가능한 알파벳’을 통해 언어와 기억, 지식의 형태를 질문한다. 오래된 도서관 공간 안에서 네온 빛과 책, 기록물들이 겹쳐지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다.

어떤 문화를 남기고 싶은지도 중요하게 여긴다. 올해 베니스에서 불가리가 보여준 방향 역시 그 흐름 안에 있었다. 불가리는 2024년 설립한 폰다치오네 불가리 Fondazione Bvlgari를 중심으로 휘트니 비엔날레와의 파트너십, 로마 국립 21세기 현대미술관 MAXXI와 함께하는 ‘막시 불가리 프라이즈’ 등을 이어오며 동시대 예술 지원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이번 베니스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이지만 동시에 젊은 작가들과 새로운 전시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문화 후원자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올해 로터스 강의 설치작업으로 시작된 불가리 파빌리온이 2027년에는 또 어떤 작가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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