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재료 중에서도 슈링클스를 작업의 주요 재료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종이를 활용해 작업하고 싶어서 다양한 재료를 찾아보던 중 슈링클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슈링클스는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수축하고 뒤틀리는데, 그 변화가 마치 어떤 생명체가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유기적이고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이 제가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과 잘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재료의 특성을 컨트롤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따로 있나요? 기본적인 형태나 전체적인 방향성은 비교적 명확하게 설정해두고 작업하는 편이에요. 다만, 슈링클스는 열을 가하는 순간 예상과 다른 움직임이 생기기 때문에, 그 과정까지 완전히 통제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변형이 작업 방향을 벗어나지 않는 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데 집중해요. 때로는 예상 밖의 형태가 결과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기도 해서, 그런 변형을 실패라기보다 작업의 흐름 안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꽃잎이나 이끼, 해조류처럼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형태들이 떠오릅니다. 자연을 관찰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있나요? 주로 식물의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슈링클스라는 재료의 성질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요. 열에 의해 빠르게 수축하고 변형되는 과정이 마치 식물의 성장 과정을 빨리 감아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거든요. 평면 재료가 스스로 말리고 뒤틀리며 입체적 형태를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연을 관찰할 때, 완성된 하나의 형태보다 표면이 말리고 겹쳐지거나 불규칙하게 번져가는 과정을 더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그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리듬감과 생명력을 작업 안으로 가져오고 싶습니다.
얇고 투명한 표면 위에 생기는 주름과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열의 방향이나 온도, 시간 등도 중요할 것 같아요. 슈링클스는 기본적으로 열 받는 방향을 따라 먼저 수축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전개도 형태를 자르거나 성형하는 방식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주로 열풍기를 사용해 열의 방향이나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하지만, 작업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 오븐을 사용하기도 해요. 원하는 움직임과 수축의 밀도를 만들기 위해 작업마다 방식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습니다.작품은 브로치나 이어링 등 장신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장신구와 오브제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장신구와 오브제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기보다는, 몸 위에 놓였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조형이라고 생각해요. 눈으로만 봤을 때와 실제로 착용했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에, 착용자의 움직임이나 신체 곡선에 따라 형태와 인상이 계속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장신구만의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형태 자체가 신체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관심이 있어요. 단순히 몸 위에 얹혀 있는 오브제가 아니라,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고 반응하는 감각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 현대 장신구 분야에서 플라스틱, 레진, 섬유 등 비정형 재료를 활용한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바라보는 장신구 공예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현대 장신구는 전통적인 귀금속 중심의 재료에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실험하면서 장신구의 심미성과 조형성을 확장해가는 방향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 역시 재료 자체의 가치보다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형태와 움직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재료인지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해외 작업은 재료나 형태를 다루는 방식에서 과감한 시도가 많다고 느껴요. 반면 한국 장신구 공예는 굉장히 섬세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형태를 풀어가는 방식에서도 세밀한 감각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색감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색감을 선택할 때는 슈링클스 특유의 반투명한 질감을 어떻게 살릴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원색보다는 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파스텔 계열의 색감을 주로 사용합니다. 또 식물 자체의 색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해파리처럼 빛을 통과시키는 생명체들의 색과 질감을 많이 참고해요. 반투명한 표면 위로 색이 겹쳐지고 흐려지는 느낌이 작업의 유기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외 전시를 모두 경험하며 관객의 반응에서도 차이를 느꼈을 것 같아요. 특히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요? 국내외 반응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느껴요. 한국에서는 아직 현대 장신구가 비교적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착용감이나 실용성에 대한 반응이 많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 작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조형적인 크기감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어요. 최근 미국 전시에서는 슈링클스를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재료로 기억하는 분이 많았는데, 익숙한 소재가 장신구로 확장된 점을 흥미롭게 봐주셨고, 작업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반응이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장신구 형태를 조금 더 확장해 모빌처럼 공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설치작업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몸 위를 넘어 공간 안에서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앞으로는 브랜드와 함께하는 협업 작업에도 관심이 많아요. 식물과 계절감을 다루는 작업인 만큼, 쇼윈도 디스플레이나 공간 연출처럼 장신구의 조형성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에 관심 있습니다. 작품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풍경처럼 경험될 수 있는 작업으로 이어가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