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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과 먹히는 것, 순환과 종결 사이에서 삶의 경계를 다시 묻는 우한나의 기획전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에 참여한 최수진 작가.

죽음이 꼭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우한나 기획전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은 이 불편하고도 원초적인 변환의 감각에서 출발한다. 전시 제목 ‘페장다주 Faisandage’는 사냥한 고기를 깃털째 매달아 숙성시키는 프랑스 전통 조리법이다. 죽음을 정지된 상태가 아닌, 부패와 숙성 사이 미세한 전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담았다. 전시는 이 경계의 흐릿함에 주목한다. 죽음은 종결된 사건이 아닌 생태적 은유이자 순환의 일부로서, 다른 물질과 관계 속에서 계속 작동하는 대사적 시간으로 다시 놓인다.

<밤을 통과하는 레시피>, 최수진, Wool yarn, polypropylene mesh, dyed fabric, thread, embroidery floss, tracing paper, acrylic, 175 × 25 × 7cm, 2026.

<Bag with you_Cook or be cooked>, 우한나, Installation, 2026.
전시를 기획한 우한나 작가. 

전시에는 우한나 외에 최수진, 슈이 차오 작가가 참여했다. 최수진의 회화는 그리기와 요리하기, 잠들기의 반복을 통해 완전히 처리되지 못한 감각의 잔여를 부유시킨다. <밤을 통과하는 레시피> 속 양모와 염색 천, 실과 종이는 꿈과 기억이 반쯤 소화된 채 뒤섞인 장면을 연출한다. 행위의 반복 사이 놓인 풍경은 몸 속에서 곧장 정리되지 않는, 오래 머무는 경험의 감각을 담았다. 우한나는 패브릭과 설치를 통해 요리와 미식의 언어에 잠복한 포식의 구조를 드러낸다. <Bag with you _ Cook or be cooked> 속 먹는 행위는 돌봄과 환대의 제스처인 동시에 대상을 해체하고 자기 안으로 편입하는 폭력이다. 작가는 그 양가성을 통해 포식자와 희생자, 보호하는 것과 보호받는 것,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안정된 구분을 흔든다. 중국 출신 작가 슈이 차오의 작업은 이 소화의 문제를 신체 내부를 넘어 환경적 영역으로 확장한다. 유목, 조개와 굴 껍데기, 생선 뼈 등으로 구성된 <Xenophora I>는 서로 다른 시간의 물질들이 임시적으로 결합한 생태적 신체처럼 보인다. 지의류가 암석을 토양으로 바꾸듯, 그의 조각에서 소화는 내부 기관의 기능을 넘어 세계가 스스로를 분해하고 다시 구성하는 느린 작용이 된다.

<Xenophora I>, 슈이 차오, Driftwood, mussel shells, oyster shells, fish bones, sea glass, rock conglomerates, epoxy clay, acrylic paint, 150 × 61 × 91cm, 2024.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이 바라보는 죽음은 결코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인 것도 아니다.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자리, 소멸 이후에도 계속 작동하는 물질의 시간이며, 다른 존재에게 흡수되어 관계의 구조를 바꾸는 감각의 사건. 세 작가의 작업은 그 사건을 통해 묻는다. 사라진 것은 어디로 가고, 남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바꾸는지에 대해. 전시는 지갤러리에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자료제공: 우한나, 최수진, 슈이 차오, G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