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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고, 브랜드를 경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새롭게 단장한 미래빌딩을 통해 ‘공간 경험 중심의 복합 리테일’을 실현한 로우클래식 이명신 대표와의 인터뷰.

LA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담은 1층 LC 리테일 공간.

미래빌딩을 로우클래식, LC 등을 포함한 브랜드의 거점으로 삼은 때가 2023년 6월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1960년대 총리 관저로 쓰였던 이 건물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셨나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미래빌딩은 오래전부터 눈여겨봐온 건물이었습니다. 브랜드를 창업한 뒤 오랫동안 신당동 일대에서 일해왔는데, 9년 전쯤 우연히 이 건물을 발견하고 한눈에 반했어요. 사무실과 매장이 가까이 있으면 상품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고객들이 이를 어떻게 경험하고 구매로 이어가는지를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객 반응을 바로 확인하고, 직원들과 상품, 공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은 이전부터 꿈꿔온 방식이기도 했고요.

지난해 한 차례 건물 리뉴얼 소식을 접했는데, 약 1년 만에 다시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객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니, 개선해야 할 부분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방문한 분들 중 여성 분은 쇼핑을 즐기고 있지만, 남성 분은 잠시 기다리거나 어색하게 머무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됐어요. 쇼핑 공간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온 사람 모두가 좋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쇼핑 경험을 조금 더 넓게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구매를 위한 공간은 유지하되,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방문한 분들이 머물고 쉬며 대화할 수 있는 요소를 더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이 공간 안에서 좀 더 편안하게 머물며, 브랜드를 더 오래, 더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기 바랐습니다.

로우클래식 이명신 대표. © Low Classic
1960년대 총리 관저로 쓰였던 건물 외관.
1980년대 미국 LA 맨션을 콘셉트로 꾸민 라운지 공간.

이번 리뉴얼을 통해 미래빌딩이 어떤 공간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했나요? 서울에 오래 거주하며, 편하게 머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특히 카페 와일드덕에는 브랜드를 만들거나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그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머물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1층은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라운지로 구성해, 각자의 취향과 생각이 머물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맨션을 메인 콘셉트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미래빌딩 전체를 리뉴얼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LC 스토어 공간을 새롭게 정비하는 과정에서 카페 와일드덕 대표에게 디렉팅 제안을 했고, 그 과정에서 ‘청량한 LA 바이브가 느껴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집 같은 공간’으로 방향이 나왔어요. 그런 콘셉트가 흥미롭게 느껴졌고, 미래빌딩 전체가 같은 분위기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각 공간의 역할이 연결되고 확장되면서 지금의 ‘미래맨션’이라는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각 층과 주요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미래빌딩은 층마다 다른 역할을 두되,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지하 1층은 기존과 동일하게 카페 와일드덕이 자리합니다. 단순한 카페라기보다 사람들이 머물고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어요. 1층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가장 크게 변화한 공간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와 LC 리테일 공간을 함께 구성해, 쇼핑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2층은 로우클래식, LC, 수집미학의 세 브랜드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LC 라인을 1층과 2층에 걸쳐 전개해 고객들이 보다 유연하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3층은 전시와 다양한 콘텐츠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브랜드와 공간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습니다.

구오듀오와 유게 패브릭 팜의 전시가 진행된 3층 공간.
지하의 카페 와일드덕.
카페 와일드덕 팀이 미래빌딩 리뉴얼을 기념하며 작업한 작품.

브랜드별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갖춘 점도 인상적입니다. LC는 브랜드가 지닌 LA 바이브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편하게 머물고 오갈 수 있는 열린 분위기의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로우클래식은 전 컬렉션을 모두 보여주기보다 브랜드의 현재를 보여주는 키 아이템을 중심으로 큐레이션하여, 동시대적인 감각과 시간이 지나도 편안하게 남는 분위기를 담았어요. 수집미학은 베를린 클럽 베르크하인의 코트 체크룸에서 영감을 받아, 향을 보다 밀도 있고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공간 구성과 방문 동선도 새롭게 정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 1층에 있던 LC 스토어를 이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로우클래식 사무실 공간으로 옮기고, 원래의 스토어 공간은 누구나 머물 수 있는 라운지로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익숙하게 사용해온 공간을 고객에게 열어주는 변화였는데, 이를 통해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어요. 지난해 론칭한 프래그런스 브랜드 수집미학의 두 번째 스토어를 2층에 오픈하면서, 미래빌딩 안에서 로우클래식, LC, 수집미학 세 브랜드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프래그런스 브랜드 수집미학은 2층에 위치한다.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
브랜드의 키 아이템을 큐레이션한 2층 로우클래식 매장.

그 밖에 공간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디테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리뉴얼에서는 편안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소품과 컬러를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공간 곳곳에는 체커보드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처음 기획한 대로 LA 무드를 자연스럽게 연출했고요. 지나치게 상업적인 느낌을 주는 오브제보다는 누군가의 취향을 들여다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소품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셀렉하며 공간을 스타일링했습니다.

리뉴얼에 맞춰 3층 전시 공간에선 6월 14일까지 구오듀오와 유게 패브릭 팜 Yuge Fabric Farm의 협업 전시가 진행되었습니다. 구오듀오 작가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이후에는 업사이클링 가구 전시와 주변 스타일리스트들의 애장품을 소개하는 플리마켓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미래빌딩에서 어떤 경험을 하기 바라나요? 또 미래빌딩이 지향하는 ‘공간 경험 중심의 복합 리테일’은 어떤 의미인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 경험 중심의 복합 리테일은 거창한 개념이라기보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조금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쉬며 시간을 보내는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즐기고 관계를 맺으며 다시 찾고 싶어지는 경험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미래빌딩이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르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남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