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조각과 한국 민속품, 장인의 공예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 만나는 곳. 성수동의 산업적 풍경 속 익숙하고도 낯선 사물들을 통해 문화와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 튠드.


요즘 만나는 작가들에게 최근 주목하는 공간을 물으면 ‘튠드’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동시대 창작자들 사이 자연스럽게 회자되는 이러한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튠드는 아프리카와 한국 빈티지 오브제,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공간입니다. 이름은 ‘조율된’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Tuned’에서 차용했는데, 그 의미처럼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조율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동시에 방문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로고는 페르마타 기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리빙 디자인을 전공한 덕에 소품을 만들거나 가구 디자인을 할 때 여러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곤 했는데, 당시 아프리카와 한국 민속품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하던 경험이 지금의 공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튠드는 아프리카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지식과 이해가 기반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야인데, 이에 대한 지식은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게 됐나요? 처음 아프리카 문화를 접하게 된 건 5년 전이었어요. 가봉의 팡족 가면을 구입한 것이 첫 시작이었는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그 습작 <두 손을 모은 여인> 또한 아프리카 조각과 가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죠.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된 관심이 점점 깊은 탐구로 이어져 아프리카 조각을 연구하는 경상대 박재현 교수님까지 찾아뵙게 됐어요. 요즘에도 거의 매일 카카오톡을 통해 질문 드리고, 2~3주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두세 시간 정도 앉아 이야기를 듣곤 해요. 지난 4월엔 튠드에 교수님을 초청해 아프리카 조각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해외 서적을 찾아 읽고, 남아공에 갈 때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실제로 그 문화를 가까이에서 경험해보기도 합니다.

책가도에서 영감받은 장을 포함해, 곳곳에 한국 골동품과 한국 작가들의 작품, 통영 등 지역 장인들의 공예품까지 함께 배치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정 국가나 시대를 정해두고 물건을 수집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건 스토리가 담긴 작품이에요. 한국 민속품 중, 특히 1960년대에서 1980년대쯤 실제로 사용되던 물건 중에는 처음 봤을 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어요. 2주에 한 번씩 진주, 충주, 통영, 전주 등 전국을 돌며 끌리는 오브제가 보이면 우선 구매하고, 그 이후에 배치를 생각하죠. 아무래도 리빙 디자인을 전공했다 보니 장준하, 왕은지 작가 등 눈여겨봐온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두며 이질적인 것과 익숙한 것 사이, 대비의 조화를 연출했습니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섞었을 때 조화로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목재 골동품과 차가운 스틸 사이 간 대비도 눈에 띕니다. 공간을 이루는 대부분의 스틸 기물은 왕은지 작가의 작품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목재로 된 작업물인데, 이와 가장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물성은 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철은 자연 물성을 인공적으로 정제시킨 소재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무로 만들어진 오브제는 완전 반듯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투박하지도 않죠. 철은 그러한 나무의 특성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고요.

수집하는 아프리카 작품이나 오브제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찾나요? 사전에 많은 조사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판매하는 물건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직접 가지고 오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딜러를 통해 수급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가 직접 보고 좋다고 느낀 걸 소개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지난해 10월과 12월, 그리고 최근 4월에도 케이프 타운과 요하네스버그의 플리마켓 등에 가서 직접 상인들을 만나고, 지역 부족과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닿는 사물들을 수집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길 것 같습니다. 우연히 맺은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분들도 있어요. 한 상인에게는 다음 방문 때 강원도의 제기를 선물해주기도 했고, 세네갈 출신 상인을 통해 경험한 ‘아타야’라는 티 문화도 기억에 남습니다. 두세 시간 정도 둘러앉아 차를 오래 끓여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예요. 처음에는 진하게, 그 다음에는 조금 연하게, 마지막에는 설탕을 넣어 달게 마시는데 그 여유로운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나온 문화와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요.



튠드를 시작하며 가장 처음 들인 물건이나, 애착이 가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에티오피아에서 사용되던 목재 베개가 있어요. 1950~60년대 물건인데, 가축이나 재산을 지켜야 하다 보니 새벽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일부러 높고 불편하게 만든 제품이죠. 코뿔새를 형상화한 코트디부아르 세누포 부족의 조각상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조각상의 길게 뻗은 부리는 남성성을 은유하며, 지혜와 통찰, 그리고 공동체를 이끄는 권위를 상징한다면, 불룩하게 강조된 배는 임신과 번성을 뜻하며, 공동체의 지속을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죠. 한 몸 안에 남성과 여성의 상징을 함께 담아, 질서와 번영의 의미를 내포한 작품이에요.
공간은 성수동 골목의 부대찌개 집과 정육점 사이 있죠. 위치를 이쪽으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성수동을 찾을 때마다 이곳이 참 한국적인 동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1960년대 중공업 지대가 형성되면서 공장들이 들어섰고, 산업화의 흔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지역이죠. 최근에는 F&B 브랜드나 다양한 문화 공간이 들어오면서, 오래된 공장 지대의 분위기와 새로운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특히 지금 튠드가 자리한 골목은 완전히 번잡한 상업 공간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정감이 갔습니다. 주변에 오래된 식당과 정육점, 회사들이 함께 있어 성수동 특유의 생활감이 살아 있고. 그런 분위기는 튠드가 지향하는 조화로움과도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어요.
구본창, 신상호 작가의 책을 곳곳에 배치한 점도 눈에 띕니다. 이런 큐레이션에도 특별한 의도가 있는 건가요? 튠드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이곳은 조화를 가장 중시해요. 매장 가운데 위치한 구본창 작가의 책은 1980년대 한국을 담은 책이에요. 과거의 노스탤지어와 함께, 산업화된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성수동 매장과 닮아 있고, 제가 공간 안에 배치하는 물건들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서 함께 놓아보았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지방을 돌며 우리나라 골동품을 수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벽면에 걸린 해태 그림 옆 팡족의 가면도 의도를 두고 배치한 건데, 두 작품 모두 시대적,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사회 질서 집행’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전혀 다른 요소들에서 공통점을 찾아서 배치하는 재미가 있죠.



갤러리 도슨트처럼 직접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보네요. 사실 이 벽에도 튠드의 의도가 담겨 있는데, 이건 아직 어디에도 설명하지 않은 정보예요. 처음 벽을 공사할 때 조선시대 도자기 표면을 장식하던 귀얄 기법에서 영감을 받았거든요. 귀얄 기법은 넓고 거친 붓에 백토를 묻혀 표면에 바르면서 붓의 결과 질감이 자연스럽게 남는 방식인데, 조선시대의 오랜 기법과 현대의 미장 기술을 함께 대비시켜 보여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직접 시공해봤습니다.
오는 8월에는 이곳에서 전시도 예정되어 있다고요. 8월 8일부터 18일까지 아트퍼니처 작가 박지선과 회화 작가 이기찬의 2인전이 열려요. 두 작가의 작품을 튠드 상품과 함께 선보이며, 사물이 맺는 관계와 이동의 경로를 따라 생성되는 다양한 쓰임을 조명할 예정입니다.

기획 중인 전시를 포함해, 남아공 프로듀서 ISooks와의 파티 등 여러 방식으로 튠드의 지평을 확장해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곳을 통해 펼치고자 하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나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비단 아프리카 오브제가 아니라 한국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예요. 최근 통영에 내려갔을 때는 누비 장인을 직접 만나고 왔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묵묵히 작업을 이어오신 장인 분들과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매장을 통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결국 튠드가 하고 싶은 일은 조금은 낯설지만 재미있는 문화와 물건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듣다보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진 작가들 외에 묵묵히 공예 작업을 해오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영주 부석사에 갔을 때, 절 옆에 자리한 도자기 공방을 우연히 들른 적이 있어요. 50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자연스레 좋은 물건 만드는 분들이 더 잘 알려지고, 소비자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아프리카 오브제를 소개하는 일도 같은 맥락이에요. 아프리카 문화가 무조건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덜 알려진 그곳의 문화권과 사물이 정말 많아요. 또한 마찬가지로 쉽게 지나쳐온 사물 속,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조형성과 쓰임, 그리고 오래된 생활의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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