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에서 쓰는 거친 목재를 다듬어 보석 같은 가구를 만드는 이종원 작가. 투박한 소재를 집요하게 깎아낸 그가 마주한 것은, 사물 속에 숨어 있던 저마다의 기억이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암석의 단면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켜켜이 쌓인 나무의 결이다. 이종원의 가구는 얼핏 자연이 오랜 시간 빚어낸 광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동시대적인 조형 감각과 강박에 가까울 만큼 치밀한 공예적 태도가 흐른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거쳐 베니스 호모 파베르까지, 글로벌 디자인 신이 매료된 이종원의 조형 언어는 독특한 형태 이전에 재료를 다루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그의 시그니처가 된 소재는 ‘패럴램(PSL)’이다. 공사 철거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이 공학 목재는 본래 건축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거친 구조재다. 부서진 나뭇조각들을 압축시켜 만들어낸 패럴램의 와일드한 패턴은 원목 작업 시 발생하는 갈라짐과 접목 라인에 고민하던 작가에겐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재료는 거친 물성인 반면, 이를 다루는 작가의 손길은 극도로 섬세하다는 사실이다. 패럴램의 무작위적인 패턴은 작은 오차도 쉽게 감춰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불균형까지 정직하게 드러낸다. 그가 형태만큼이나 마감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다. “저는 촉각에 굉장히 예민해요. 곡면작업할 때 눈에 밟히는 미세한 결점들이 스트레스였죠. 평평한 면이 결합된 폴리고널 Polygonal 구조를 선택한 건, 면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표 연작인 ‘원시적 구조들(Primitive Structures)’은 이러한 강박적 정교함에서 탄생했다. 작가는 둥근 조약돌보다 정제되지 않은 각진 원석이 오히려 자연의 원초적인 모습에 가깝다고 보았다. 다각형 구조를 기반으로 묵직한 덩어리감을 뿜어내는 그의 가구들은 거대한 바위나 고인돌처럼 공간 안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가구가 차가운 구조물에 머물지 않고 낯설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건 형태 속에 숨은 ‘기억’ 덕분이다. 버섯, 공룡, 달팽이를 닮은 추상적인 실루엣은 모두 그의 유년 시절 풍경에서 걸어 나왔다. 예컨대 그의 시그니처인 버섯 테이블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운영하던 표고버섯 농장의 기억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최근 작품인 ‘발굴된 형태들(Unearthed Form)’ 시리즈는 이 서사를 사물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중고 시장에서 수집한 바둑판을 깎아 만든 ‘터틀 Turtle’ 테이블이나 오래된 코끼리 조각상을 재해석한 ‘엘리펀트 Elephant’ 커피 테이블이 그렇다. 형태를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물과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실루엣을 깎아내며 발굴하는 방식이다. 작가의 탐구는 이제 마감과 색채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전 작업이 패럴램의 역동적인 패턴을 전면에 드러냈다면, 최근에는 레진으로 표면을 감싸 시각적 밀도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정제된 표현을 실험하고 있다. “제 작업을 좋아하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인 것 같아요. 패럴램의 와일드한 물성을 좋아하는 분들과 정제된 보석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이요. 저는 작가로서 그 두 지점 사이를 계속 오가는 것 같아요.” 이종원 작가는 가장 거친 산업 재료를 다루지만, 그의 관심은 언제나 가장 섬세한 지점에 머문다. 면 하나의 균형과 손끝에 닿는 촉감, 색이 표면 위에 머무는 방식까지. 그가 선보이는 아트 퍼니처의 특별함은 단지 낯선 소재에 있지 않다. 거친 물성 안에서 정교함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요함에 가깝다. 투박한 재료에서 아름다움을 발굴해나가는 그의 탐구는 이제 막 새로운 색을 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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