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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서교의 내부.

꼬박 1년 만이다. 지난 10년간 서울 한남동에서 ‘롱 라이프 디자인 Long-life Design’의 가치를 꾸준히 전해온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D&DEPARTMENT SEOUL이 서교동으로 무대를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배수열 대표는 “마음에 드는 장소를 미리 지정해두기보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고자 했다”며 “디자인, 예술, 출판, 공예 등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오랫동안 교류해온 서교동의 문화적 토양과 커뮤니티가 이곳을 선택한 계기”라고 전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스스로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리테일 매장을 넘어, 지역의 생산자 및 창작자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어떤 형태의 공간인가’ 못지 않게 ‘어떤 동네에 자리 잡을 것인가’라는 요건도 중요했다. 한남동은 서울 중심에 위치한 매력적인 곳이지만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오래도록 뿌리내리기엔 한계가 있는 반면, 서교동은 이미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창작 문화와 밀도 높은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동네다. 우연처럼 시작된 서교동으로의 제안이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 셈이다.

카페 모호가 보이는 파사드.
 디앤디 서울의 입구.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서교점은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내에 자리를 잡으면서 숙박 시설, 공유 오피스, 그리고 감각적인 이웃 브랜드들과 다채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 단순한 상업 공간을 지나 하나의 작은 타운을 이루게 된 1, 2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서교의 내부. 3 디앤디 서울의 입구. 4 카페 모호가 보이는 파사드. 5, 6 매장 내부. 6것이다. 이 타운 입구에서 손님들을 환대하는 카페 모호 MOHO는 한남동 시절부터 종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오며 서로가 매장의 단골이자 동료로 인연을 쌓아온 곳이다. 카페 모호가 기존 양재천 매장에서 보여준 특유의 자연스러운 바 구조를 살리면서도, 그레이 컬러의 코아합판 커스텀 가구와 라운드 바테이블을 새롭게 적용해 디앤디 서교점만의 고유한 정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또한 2013년부터 디앤디를 통해 국내에 꾸준히 소개해온 일본의 백자 브랜드 1616/아리타(ARITA) 매장 역시 한남동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백자의 정갈한 흰빛이 돋보일 수 있도록 붉은색과 초록색을 메인 컬러로 활용한 전용 제작 집기를 구성해 공간의 또 다른 인상을 전달한다.

 매장 내부. 
 매장 내부. 
길다란 바가 돋보이는 카페 모호. 

한남동 시절의 건물에선 동선이 3개 층을 오르내리며 이뤄지는 수직 방향이었다면 서교점은 넓은 단층 공간 안에서 패션, 가구, 책, 전시, 음식 등이 수평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약 6개월에 걸쳐 밀도 높게 동선을 다듬은 결과, 방문객들은 동네 산책하듯 공간을 탐색하며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흐름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매장 입구 또한 길가 도로변에 직접 노출하기보다는, 건물 바깥쪽의 공용 야외 공원을 거쳐 들어오도록 배치했다. 매장을 찾는 이들이 문을 열기 전 야외 공간에 잠시 앉아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의도한 공간적 장치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숍이 아닌, 편안하게 거니는 ‘작은 동네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고민이 담긴 것이다.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인 좋은 물건을 오래 쓰는 철학도 공간 곳곳에 묻어 있다. 1년여 동안 창고에 머물던 가구와 집기들을 수평적 동선에 맞게 재배치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연출했다. 기존 건물의 외관 틀은 가급적 보존하되, 단열을 위해 설치된 무거운 기존 도어를 탁 트인 강화유리문으로 교체해 안팎의 시각적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공업용 ‘스틸 쉘브 Steel Shelves’ 역시 지하 공유 오피스부터 카페, 식당까지 각 공간의 쓰임에 맞게 변주되어 숨은 관람 포인트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번 오픈에서 가장 큰 변화는 ‘d식당 서울’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서촌 효자동에서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탤리언 요리로 사랑받아온 레스토랑 두오모의 허인 셰프가 식활동 디렉터를 맡았다. 이곳은 화려함이나 유행을 좇는 맛집이기보다는, 친밀한 누군가의 주방이나 친구의 식탁에 초대받아 따뜻한 한 끼와 담소를 나누는 듯한 사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 각지의 제철 식자재를 활용하며, 이 재료들이 어디서 왔고 어떤 농부의 손을 거쳐 재배되었는지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유한다. 디앤디파트먼트는 과거에, 물론 식당의 형태는 아니었으나 김장 공부회를 열거나 제철 식재료를 주제로 한 강연, 농부 및 생산자 초청 팝업 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왔다. 음식 먹는 행위를 단순한 소비가 아닌 사람과 지역, 그리고 생산자를 잇는 문화적 매개체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d식당 서울은 이처럼 묵묵히 이어온 디앤디의 식문화 철학이 일상적인 주방 형태로 고스란히 구현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d식당 서울의 주방.

과거 디앤디파트먼트 한남이 마음먹고 찾아가는 ‘특별한 목적지’였다면, 서교점은 누구나 부담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오랜 시간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일상의 자리’를 꿈꾼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다. 서교동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해온 문화적 거점으로, 디앤디 서교는 자리를 지키며 우리 사회를 묵묵히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생산자와 창작자들이 진심 어린 격려를 받는 공간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며 사물과 식재료 뒤에 숨은 사람들의 노고를 가만히 떠올리고 지지하는 마음, 그 작은 지지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야말로 디앤디가 생각하는 ‘굿 커뮤니티’의 본질이다.

 d식당 서울의 테이블 자리.

일종의 디앤디 개관전으로 마련된 <한국 16개 지역이 길러낸 디자인>에 선정된 물건 하나하나를 살펴보자. 한국을 16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서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는 가치를 찾아 직접 발로 뛰며 수집한 사물들로 채워졌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늘 어렵지만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질문에 대해, 디앤디파트먼트가 한국에서 찾아낸 16개의 답이라 할 수도 있겠다. 오래가는 디자인과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디앤디파트먼트가 10년 넘는 시간을 해왔고, 서교동 챕터에서도 이어갈,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d16 LONG-LIFE DESIGN <한국 16개 지역이 길러낸 디자인>전

전남 두식이네 해물의 김두식김

대전, 세종 동아연필의 오피스 연필

충북 삼화금속의 가마솥

인천 광신제면의 쫄면

경남 남영플라스틱의 혼색화분

서울 세마실크의 제이든 초 크리즈드 실크 타프타 셔츠

전북 새벽네 나무공방의 발우

경북 일엽편주의 청주

부산 대경F&B의 명란

제주 한림수직의 시그니처 아란 라운드넥 카디건

대구 슬릭스틸의 안경

충남, 풀무농업기술학교

광주 삼애다원의 춘설녹차

강원 인제5대명품로컬푸드협동조합의 황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