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파리를 들썩이게 한 디자인 위크와 메종&오브제 펄스 하이라이트. 그곳에서 발견한 주목할 만한 디자인 신을 한데 묶었다.



가을 디자인 축제 Paris Design Week

지난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 파리 디자인 위크가 또다시 도시 전역을 디자인 축제로 들썩이게 했다. 화제를 모은 전시 중 하나인 한지마니아 Hanjimania 전시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한지를 활용한 작품들로 오텔 드 라 마린 Hôtel de la Marine의 공간을 빛냈다. 카트린 뤼로 Catherine Lurault와 아트 매니지먼트이자 전시 감독인 안강은 An Kang Eun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프랑스 디자이너 및 스튜디오와 한국 작가들이 참여해 한지의 폭넓은 활용과 매력을 가구와 조명, 오브제 등을 통해 널리 알렸다. 다양한 설치 작품도 파리 시내 곳곳을 장식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우크로니아 Uchronia는 그랑팔레에 내부에 있는 팔레 당탕 Palais d’Antin의 로통드 Rotonde에서 거대한 꽃 오브제인 르 그랑 부케 Le Grand Bouquet를 피워냈다. 주변의 몰딩과 패턴이 어우러져 마치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난 꽃처럼 공간에 스며들었다. 아티스틱 디렉터인 앙투안 토벨 Antoine Tauvel은 자동차를 하나의 오브제이자 작품처럼 해석한 투명한 자동차 아스트르 모빌 Astre Mobile을 오텔 드 라 마린에 전시해 부품 하나까지도 공예 흔적이 담긴 아트 카 Art Car를 소개했다. 파리의 디자이너 안토니 게레 Anthony Guerrée는 부루델 뮤지엄 Musée Bourdelle에서 부루델의 조각과 회화와 마주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스테인리스 글라스와 목재로 만든 스크린, 조각 스튜디오와 어우러지는 세라믹 오브제들, 부루델 조각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데이베드 등을 전시해 클래식한 공간에 현대 디자인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가구 제작의 거장인 조셉 월시 Joseph Walsh의 조각 설치 또한 놓칠 수 없는 핫스폿이었다. 기하학적이고 규칙적인 오텔 드 쉴리 Hôtel de Sully의 건축물과 대비되는 유기적 형태의 물푸레나무 조각 설치를 선보인 것. 유려하게 흐르고 정교하게 휘어진 나무 형태는 오텔 드 쉴리의 오랑주리 정원에서 자유로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루이 비통은 프랑스 아르데코 시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다방면의 예술가 피에르 르그랭을 오마주한 큐빅 Kubic 암체어를 공개했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기하학적인 구조와 노마드 가죽으로 마감한 팔걸이가 특징인 큐빅 암체어는 아르데코와 큐비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가구 제작에 대한 루이비통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오텔 드 라 마린에서 열린 한지마니아 전시. 프랑스와 한국의 작가들이 참여해 한지의 가능성을 알리는 기회였다. © Grégoire Sevaz

2026 M&O NEWS

9월에 열리는 메종 & 오브제는 앞으로 메종 & 오브제 펄스 Maison & Objet Pulse로 이름을 개편했다. 새로운 이름으로 만난 이번 하반기 주제는 ‘펄스 인 모션 Pulse in Motion’. 이름에서 느껴지듯 고여 있지 않고 움직이는 디자인과 집단적인 에너지, 사람들을 모으는 디자인의 힘에 집중했다. 총 7개의 달라진 섹터에서 신제품을 비롯해 신진 디자이너 소개와 장인정신이 깃든 공예품, 몰입형 공간, 푸드, 기프트 등을 소개했다. 신예 디자인과 브랜드를 응원하는 디자인 디스트릭트 Design District와 퓨처 온 스테이지 Future on Stage, 라이징 탤런트 어워드 남아프리카 Rising Talent Awards South Africa 등의 주요 프로그램도 자리를 지켰다. 하반기 메종 & 오브제 펄스와 파리 디자인 위크의 홍보대사에는 스페인 발렌시아 기반의 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 Studio Masquespacio가 선정됐다. 이들 듀오 디자이너는 메종 & 오브제 펄스의 포스터 등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개발하고, 파리 시내 곳곳에 전시 작품을 설치해 자신들만의 언어로 표현한 내일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지난 1월에 열린 메종&오브제가 한 해의 트렌드를 살펴보는 자리였다면, 9월의 메종 & 오브제 펄스는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교류의 장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어느 때보다도 아방가르드한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지속되는 불경기와 비슷비슷해진 디자인 박람회 속에서 메종 & 오브제 펄스만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현재 트렌드에 대해 다양한 제품과 자재들을 통해 직관적으로 알아보고, 소비자와 접점이 가까운 디자인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메종 & 오브제 펄스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메종 & 오브제 펄스의 앰버서더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

아나 밀레나 에르난데스 Ana Milena Hernandez와 크리스토페 페나세 Christophe Penasse가 설립한 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와 가구 브랜드 마스 크레아티온스 Mas Créations에서 공간과 가구를 통해 강렬하고 밝은 에너지를 지닌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이들은 1980년대의 미학과 멤피스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대담한 스타일을 추구해왔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다수 수상한 경력을 바탕으로 메종 & 오브제 펄스의 ‘펄스 인 모션’이라는 주제를 대표하는 앰버서더로 선정됐다. 마스케스파시오는 이번 페어의 포스터 제작과 함께 ‘필 더 시프트 Feel The Shift’ 라는 공간을 전시장 내에 설치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들 특유의 감성과 스타일로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전시장 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집처럼 아늑하게 연출한 필 더 시프트는 실크나 벨벳 등을 활용해 따뜻하지만 초현실적이기도 하다. 테라코타, 세라믹 등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해 실험적인 디자인의 조명과 유기적인 가구로 공간을 채웠으며, 거대한 조명과 패브릭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몽환적이었다. 필 더 시프트 공간은 감상하는 이들로 하여금 기분과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몰입형 공간이다. 움직임에 주목한 메종&오브제 펄스의 정체성을 단번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전시장의 하이라이트였다.

내일의 미식

메종 & 오브제 펄스의 전시장 섹터 중 하나인 쿡 & 셰어 Cook & Share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트렌드를 유지하고 있는 식문화에 주목했다. 특히 이번 쿡&셰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식사 자리에 대한 달라진 관점을 엿볼 수 있었다. 식사 외에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 식탁에 주목한 것. 쿡 &셰어 섹터의 앰버서더이자 브랜드 우브르 상시블 Œuvres Sensibles을 이끌고 있는 사라 에스푀트 Sarah Espeute가 선보인 8m 길이의 대형 자수 테이블보를 펼친 식탁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식문화 트렌드를 감성적인 연출을 통해 전달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능만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 성격의 식탁을 위한 실용적인 테이블 웨어와 쿡 웨어 역시 눈길을 끌었다.

태초의 소재

시적인 연출로 언제나 방문객들의 기대를 모으는 엘리자베스 르리슈 Elizabeth Leriche는 인 마테리아 In Materia에서 소재와 색채, 지각의 관계를 장인들이 제작한 희귀한 작품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표현했다. 특히 원형으로 구성한 시노그래피 덕분에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 르리슈는 맥박처럼 남아 있는 소재 본연의 특성을 존중하고, 제작 과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오브제들을 활용해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이어져온 장인정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사했다.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작품 내면의 역동성이 느껴진 전시다.
선물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선물 형태를 띤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기프트 앤 플레이 Gift & Play 섹터에서는 ‘키덜트 Kidult’와 ‘펫 스퀘어 Pet Square’ 테마가 추가됐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놀잇감을 찾는 이들과 가족 구성원에서 이제 빼놓을 수 없는 반려동물을 위한 코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요즘 선물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 키덜트 존에서는 위트 있는 오브제들로 새로운 놀이 방식을 소개했고, 펫 스퀘어 존에서는 반려동물 분야 전문가인 요안 라투슈 Yoann Latouche 가 엄선한 반려동물 시장의 최신 라이징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어 선물이 지닌 가능성을 폭넓게 제안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무대


홀 하우스 Hall Haus 컬렉티브가 총괄하는 디자인 디스트릭트 Design District는 미래의 디자인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와 브랜드를 선보이는 혁신적인 무대다. 올해 라이징 탈렌트 어워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진 디자이너들과 스튜디오 7곳을 조명했다. ‘자신들이 지닌 문화 유산과 전통 공예를 실험적인 현대 디자인과 절묘하게 결합해, 지역 헤리티지를 보전하면서 글로벌 디자인으로도 손색없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주목할 만한 젊은 브랜드 세 곳을 엄선해서 소개하는 퓨처 온 스테이지 Future on Stage에서는 올해의 주인공으로 바게트 스튜디오 Baguette Studio와 리제트 Risette, 그리고 라이트매스 LightMass를 선정했다. 지속적인 가능성과 첨단 기술, 디자인 감각 등을 골고루 갖춘 3곳의 브랜드는 차세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선사했으며, 이 시대 디자인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다.
온실에서 만난 새로운 숨결

‘What’s New? In Retail’ 공간의 중심에는 폴린 글렌잘 Pauline Glaizal이 큐레이팅한 ‘누보 수플레 Nouveau Souffle’가 마련됐다. 메종&오브제 펄스에 참가한 브랜드 중에서 발굴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마치 온실처럼 꾸며져 방문하는 재미를 더한 누보 수플레는 새싹처럼 자라나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둘러보며 디스플레이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실제 매장에 적용할 수 있는 ‘숍 더 룩 Shop the Look’ 큐레이션을 제공해 브랜드와 바이어가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었고, 감각적인 보태니컬 연출과 전시장을 감싸는 향기, 손목에 남기는 입장 스탬프 등 방문객은 몰입형 전시의 일부가 되기에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