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서정화는 2014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돌과 알루미늄을 조합한 선반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소재와 작품 철학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그에게 돌아온 당연한 결과였다.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어떠했나? 홍익대 목조형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DAE의 석사과정을 밟았다. IM이란 학부를 다녔는데 ‘Conceptual Design in Context’가 이 학부의 부제다.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내용을 공부하는 학부로 소재에 따라 학부가 나뉘는 한국과는 좀 다르다. 귀국해서 바로 작품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학교에 머물면서 준비를 했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특별히 소재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작업의 주제를 소재로 정했던 이유 중 하나는 소재의 폭을 넓히면 이후 작업을 하는 데 다양한 상상력을 전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메터리얼 컨테이너 시리즈에서 반응이 좋았던 돌이나 금속 소재를 바탕으로 형태, 구조, 공간에 집중한 작업을 하고 있다.
↑ 매테리얼 시리즈의 스툴.
매터리얼 컨테이너 시리즈 Material Container Series의 첫 작품인 스툴은 어떻게 구상했나? 우연히 내가 만든 놋그릇 위에 제주도에서 가져온 작은 현무암 조각을 올려두었는데 두 소재의 어우러진 느낌이 좋았다. 현무암도 건축에서는 흔하게 사용하는 소재인데 이를 바탕으로 건축적인 디자인의 스툴을 구상하게 됐고 그중에서도 현무암과 황동 소재를 조합한 스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첨단 소재도 많은데 돌과 금속 등 기본적인 소재에 매력을 느끼는가? 가장 먼저 다른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를 원했다. 대리석만 해도 최근 많은 작가들이 애용하고 있으며 실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소재 역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또 다른 소재와의 만남으로 새롭게 보일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시각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다.
스툴에 사용한 장미목, 왕골 방석 등은 수공예적인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스툴의 몸통 부분이 장미목인 경우 공이 많이 든다. 강화도의 왕골 공예 장인에게 제작을 의뢰했고 장미목 역시 원하는 형태로 깎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겼다. 소재 못지않게 가공 방식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작년에 처음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선보인 선반장은 매터리얼 컨테이너 시리즈의 연장선인가? 스툴처럼 비례적인 것과 조형적인 면을 많이 생각한 작품이다. 소재는 돌과 알루미늄으로 단순하지만 블록처럼 어떻게 쌓고 매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용도 또한 벤치부터 벤치와 사이드 테이블, 선반장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형태, 기능, 소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디자인은 형태, 기능, 소재가 상황과 목적에 따라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하므로 그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작품을 만드는 작가 입장에서는 한 가지 요소에 집중해서 극대화하는 것이 주제를 전달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소재는 무엇인가? 왕골 공예를 활용했던 것처럼 다른 전통 공예 기업도 다뤄보고 싶고 첨단 기계를 이용한 가공 기법을 적용한 결과물도 생각 중이다. 다음 작품으는 투명한 크리스털, 유리 등의 소재를 활용해보고 싶다.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가? 개인으로 활동하는 작가에게는 작품성에 더 집중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상업 수단이다. 하고 싶은 작업을 계속한다면 내 작품을 상업적으로 바라보는 수요도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현무암을 활용해 제주도 관광 상품을 디자인했는데 내가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젝트가 작품성이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준비하고 있는 전시가 있다면? 2월에 뮌헨 크리에이티브 비지니스 위크에 `Tools for a Break: Korean Crafts & Design`이라는 전시에 참여한다. 5월에는 베를린 디자인 위크에서 같은 주제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당분간은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에 집중할 계획이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신국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