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향수 회사 프라고나르의 후계자 아네스 코스타는 향수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 실크로드를 따라 우즈베키스탄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녀가 신비롭고도 은밀한 중앙아시아의 매력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이슬람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사마르칸트의 레지스탄 광장. 쌍둥이 소녀들이 17세기에 수학과 천문학을 가르쳤던 틸라 코리 Tilla Kori 학교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뒤쪽에 있는 사원의 벽은 꽃과 태양 문양을 새긴 이탈리아 도기로 꾸몄으며 둥근 지붕은 ‘황금 덮개 couverte d’or’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색상을 자랑한다.
아네스 코스타 Agnés Costa는 오래전부터 알렉산드라 다비드 닐 Alexandra David-Neel, 콜린 터브론 Colin Thubron, 엘라 마야르 Ella Maillart, 니콜라 부비에 Nicolas Bouvier와 같은 20세기 초 여행 작가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얼마 전 마음에만 품어왔던 꿈을 드디어 실현했다. 인도에서 베트남, 멕시코에서 중앙아시아까지 돌아다니며 여행기의 줄거리를 그려나갈 계획이었다. 아네스가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은 자신이 이끄는 향수 회사 프라고나르 Fragonard에서 선보일 새로운 컬렉션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였다. 전설의 실크로드가 그녀를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끌었고 그녀는 이국에서 보고 겪은 생활의 지혜를 새 향수에 담아낼 계획이다.
↑ 타슈켄트의 골동품 가게와 시장에서 모은 아이템. 구 소련 식민지 시절에 유행한 다기와 금속판으로 만든 러시아산 쟁반은 다이마가 수집한 소품이다.
갖가지 향신료, 조갯살, 모피, 세공품, 도자기, 뛰어난 직조물을 잔뜩 싣고 동쪽을 떠나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그녀는 티무르 Tamerlan 왕국의 사막 초입에서 야영을 했다. 사람들의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터키식 도자기 장식이 돋보이는 궁전, 모스크, 학교 같은 건물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어져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시이지만 관광객의 발걸음이 거의 없는 이 나라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소련의 지배 이후 70년간 이어진 독재 정권은 우즈베키스탄을 변화도 발전도 없는 나라로 만들었다. 일부 상인들이 흔하디흔한 수입품을 시장에 내놓지만 10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장인들이 만든 지역의 특산품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아네스는 이곳에서 무궁무진한 자원을 발견했다. 타슈켄트 Tashkent, 부카라 Bukhara, 사마르칸트 Samarcande 지방의 전통 자수인 수자니 Suzani를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식 색감이 돋보이는 도자기, 페르가나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섬세한 비단, 양탄자, 오두막집, 인접 국가인 키르기스스탄 유목민이 만든 펠트 인형, 아네스의 친구이자 화가 다이마 바르다니앙 Daïma Vardanian이 그녀를 위해 수집한 아라베스크 장식과 꽃, 문양이 매력적인 다기 등등 무수히 많다. 아네스는 무엇보다 우즈베키스탄의 온화한 기후와 다채롭고 역사적인 수공예품, 따뜻하게 환대하는 사람들의 인정을 좋아했다. 그녀는 시장에서 자기로 만든 도장으로 빵에 무늬를 내는 모습에 감탄했고 금니를 드러낸 채 웃으며 채소를 파는 상인의 모습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또 길 한 켠에서 체스를 두는 남정네들 쪽으로 다가가 발걸음을 멈췄다. “내가 이곳을 여행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에요.” 여전히 조금은 비밀스러운 이 나라의 이미지를 그녀는 눈과 마음속에 새겼다.
↑ 위에서 아래로 시계방향) 1 칸 khan의 궁전 벽에는 파란 배경에 섬세한 파슬리 문양으로 강렬하게 장식했다. 2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손님맞이는 매우 중요한 행사다. 다이마는 특별히 아네스를 위해 자신의 집에서 전통 축제를 방불케 하는 성대한 만찬을 준비했다. 3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화가 다이마의 작업실 겸 집. 하늘색 문과 난간 등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래 이미지 왼쪽부터) 4 18세기에 지어진 주마 Djouma 사원. 13열로 서 있는 17개의 나무 기둥에는 화려한 조각이 새겨져 있으며 이 중 일부는 10세기에 세워져 사원보다 더 오래되었다. 5 전형적인 구 소련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커다란 실내 시장. 사원의 지붕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돔 아래 건과일과 향신료, 절인 채소들이 수많은 진열대에 펼쳐져 있다.
에디터 안느 데스노스 브레 Anne Desnos-Bré | 포토그래퍼 뱅상 르루 Vincent Leroux (텅스 머신 Temps Mac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