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한 점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 구입 장소를 물색해볼 차례다. 우선 서울 시내를 지역별로 나눠 예술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를 리스트 업해볼 것.
↑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G-Seoul 아트 페어.
작품을 하나 사볼까 마음먹으면 그다음부터는 어딜 가든 작품만 보일 것이다. 집에도 잘 어울리고 아직은 저평가된 작가라 가격은 저렴하지만 나중에 가치가 높아질 작품. 그래서 보는 내내 행복하고 재테크의 효과 또한 누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은 어디서 살 수 있을까? 갤러리, 옥션, 아트 페어, 아트 컨설팅 등의 다양한 가능성 가운데 갤러리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 추천을 의뢰 받았을 때 내가 다니는 곳들이기도 하다. 요즘의 갤러리 밀집 지역은 단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주변부터 삼청동 근처다. 국제갤러리, 현대갤러리, 학고재갤러리를 비롯해 유서 깊은 갤러리들이 자리하던 곳인데 선재아트센터,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 스케이프 등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현대미술의 진원지가 됐다.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이나 북촌, 현대사옥 쪽으로 넘어가는 골목 사이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작품을 다루는 중소 갤러리도 포진해 있다. 삼청동에서 경복궁 건너편으로 서촌도 갤러리가 모여 있는 곳이다. 오래된 진화랑을 시작으로 시몬갤러리, 아트사이드에 이어 리안갤러리까지 합세하며 전문적인 갤러리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다양한 대안 공간과 대안 서점,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사무실이 많은 지역이라 지역 주민이 주축이 되어 서촌 특유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기도 하다. 자연히 상업 공간의 위세보다는 비주류를 표방하는 문화 지역으로서의 분위기가 강하다. 삼청동 쪽이 검은 리무진을 타고 오는 VIP 컬렉터가 종종 눈에 띄는 곳이라면, 통의동은 단연 에코백을 멘 젊은이들이 발길이 잦은 곳이다.
↑ 1 루마스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사진 작품 ‘Andre Wagner, Birenwald 6’, 100×150cm. 2013. 2 한국에도 문을 연 루마스갤러리. 10만원대 미만부터 1백만원대의 보급용 사진 작품을 판매한다.
↑ 윤진초의 작품 ‘DOGU I DOGU II’. 31.5×40.5cm. 2012.
컬렉터 층을 확보하기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강남은 의외로 갤러리가 많지 않다. 5~6년 전만 해도 청담사거리를 기점으로 다수의 갤러리가 있었지만 미술 시장의 불경기와 임대료 상승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진 편이다.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가로수길의 예화랑, 도산공원 대로변에 자리 잡은 313갤러리 등이 파인 아트 갤러리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들이 늘고 있다. 갤러리 보고재나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처럼 도자기나 식기류를 판매하는 공방 형태의 아트숍, 디아섹으로 처리된 사진 작품을 판매하는 루마스갤러리, 포스터 액자를 판매하는 가구점, 카페나 레스토랑에 작품을 전시하고 원하는 구매자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카페형 갤러리 등이 그 예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침 없이 아트 존을 형성하고 있는 곳은 평창동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지역도 2006~7년의 미술 시장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축소된 편이다. 리움의 개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한남동도 패션이나 요식업, 브랜드숍이 더욱 발전했고 갤러리는 별로 많지 않다. 국내외 신진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아트숍 개념의 엘스토어 정도다.
지방 쪽을 보자면 부산은 달맞이고개를 중심으로 조현갤러리를 비롯한 다수의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고 대구는 작가도 많고 컬렉터도 많은 지역으로 신라, 분도 등 유서 깊은 갤러리가 많으며 리안갤러리는 서울(서촌)에 분점을 낼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이 모든 갤러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트 페어의 장점이다. 4월에는 서울에서 G-Seoul 아트 페어와 화랑미술제가 열리고 6월에는 부산 아트쇼, 9월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가 열릴 예정으로 거의 두세 달에 한 번은 아트 페어가 열린다. 알고 보면 작품 하나 구입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옷 한 벌 사는 것도 어디 쉽던가? 평소 갤러리를 자주 다니며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술사를 공부해 시대적인 판단력을 기르고 미술관도 자주 방문하고 전문가의 칼럼도 읽으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명한 갤러리 외에 골목 안에 숨겨진 곳도 많으므로 김달진미술연구소 www.daljin.com, 뮤움 www.mu-um.com 등의 온라인 전시 정보 사이트를 참고하여 전시장을 직접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라면 연락처를 남겨 정기적으로 전시 소식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조금씩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높아져 있는 탁월한 안목과 작가의 이름을 술술 읊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글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 에디터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