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이 되는 동무를 의미하는 ‘반려’. 집은 물론이고 사무실, 매장 등으로 주인과 함께 출퇴근을 하다 보면 반려 동물은 공간을 공유하는 존재에서 삶을 공유하는 존재로 확장된다. 품종도 성격도 다른 반려 동물을 주인이 일하고 있는 공간에서 만났다.
닮은꼴 삼 형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혈기왕성한 닥스훈트종 칠복, 물개, 삐용이는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닮은꼴이다. 홍보대행사 그루의 김선경 대표 부부가 운영하는 가로수길 카페 화원은 이들 삼 형제의 놀이터. 손님들에게 애교 필살기는 물론, 테이블 위에 있는 꽃병의 향기를 즐기는 낭만견의 모습과 초록 식물을 뜯어 먹는 미식견의 모습까지 두루 보여주는 덕에 보는 이들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김선경 대표는 삼 형제의 할머니 격인 하남이부터 시작해 닥스훈트 3대에 걸쳐 인연을 맺고 있는데 지금은 무려 다섯 마리의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 “삼 형제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이름을 지었어요. 어릴 때 유독 펜스 탈출이 많았던 삐용이, 목욕을 너무 좋아해서 물개. 중성화 수술의 트라우마로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 개에게는 복을 많이 받으라는 뜻에서 칠복이라 지었어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애절한 표정으로 음식을 달라고 조르는 여느 개들과 달리 오로지 엄마 껌딱지인 삼 형제를 안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긴 허리와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돌아다니는 귀여운 모습은 카페를 다시 찾게 만든다.
즐거움 셋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프렌치 불독 다커, 이름처럼 몽실몽실한 구름 같은 구름이, 애교가 넘치는 장모치와와 레오가 거의 매일 발도장을 찍는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 이노홈을 찾았다. 다섯 살에 접어든 동갑내기 세 마리 강아지들은 사무실 안에서 돌아다니며 누군가의 곁에 앉아 있기도 하고 주인인 김계연 대표와 함께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무실을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이름을 부르고 만져주며 예뻐하는 직원들의 환대가 따뜻했다. “세 마리 모두 함께 키우게 된 사연이 있어요. 구름이는 원래 키우고 있었고 레오는 아들을 위해 미국에 데리고 갔다가 저만 쫓아다녀서 결국 데리고 왔어요. 아들은 그 후에 키우고 싶어했던 프렌치 불독 다커를 입양해서 지금의 식구가 되었죠. 집에 두고 출근하고 싶지 않아서 사무실에 데려오게 됐는데 강아지가 있으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져요. 강아지를 화두로 얘기를 꺼내기도 하고 웃을 일이 더 많다고 할까요? 직원들이 강아지를 꺼려하지 않아서 고맙기도 하죠.” 김계연 대표는 반려견 입양을 희망한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제대로 된 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공방은 우리의 집
성북구 삼선동에 자리한 가죽 공방 블로꼬. 김지혜, 이헌우 두 사람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공방은 스코티쉬 폴드 고양이 두 마리의 집이기도 하다. 김지혜 씨가 6살 난 봉남이를 데려온 건 2년 전, 공방을 열고 얼마 안 되었을 때다. 밤늦게까지 작업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보니 데려다놓는 게 마음이 편했다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만 물건을 어지르지도 않고 사람도 잘 따르는 성격이어서 공방에서 지내도 좋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퇴근하고서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안타까워 뽀미를 데려왔죠.” 사실 봉남이에게는 부인 봉순이가 있었는데 봉순이가 병으로 죽자 우울증을 겪었다. 그런 봉남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봉순이와 똑같이 생긴 뽀미를 입양하기로 했고 둘의 공방 동거는 이제 1년째다. “봉순이가 늘 뽀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수줍음이 많고 얌전한 뽀미는 엄청 귀찮아해요. 둘이 노는 모습을 보면 절로 흐뭇하죠.” 봉남이와 뽀미는 수강생들에게도 인기다. 숨어서 4시간씩 자거나 캣타워 꼭대기에 있는 집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뽀미와 달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봉남이. 만져보고 싶어 가까이 다가가지만 정작 손을 대면 거부하는 도도한 매력에 빠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사랑스러운 두 마리 고양이가 있어 공방은 잔잔하고 따뜻함이 넘친다.에디터 박명주 · 신진수 · 최고은 | 포토그래퍼 박상국 · 신국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