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물건이 있고 우리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목선반을 중심으로 작업을 하는 임정주 작가는 일상의 모든 사물에 관심이 많다. 사물로 분류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어릴 때는 문구점을 돌아다니며 쇠구슬을 싹쓸이했고 커서는 코카콜라 병, 피규어, 한정판 운동화 등을 수집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현재 하고 있는 목선반도 처음에는 취미로 접했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 후 관련 일을 하다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좋아서 목선반에 몰두한 것이 지금까지 이르렀다. 집에서 쓸 나무 식기를 시작으로 향로, 테이블 다리, 스툴 등으로 종류가 늘어났고 새로운 작업물을 떠올릴 때면 항상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생각한다. 나무를 주로 다루지만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풀어내기 때문에 아주 장식적이지도, 기능적이지도 않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는 제품 디자이너의 DNA로 목선반을 다루는 공예가다.

성북동에 자리한 임정주 작가의 작업실 한 켠.

작업 공간 옆에 있는 작은 쇼룸 겸 미팅룸에서는 완성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올해의 작은 바람은 작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거였어요. 그간 나무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여러 재료를 다룰 줄 알고 물건 외에도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작업을 해내고 싶었습니다.” 그가 새롭게 선택한 소재는 파이버글라스와 폴리우레탄 고무다. 수공예적인 느낌을 낼 수 있으면서도 통원목보다 가볍고 관리하기에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임정주 작가는 작년 말부터 아무런 목적도 기능성도 부여하지 않은 ‘논엘로퀀트 Noneloquent’ 시리즈를 확장해나가고 있는데 올해 여름, 신사동에 위치한 플레이스 1-3에서 파이버글라스와 폴리우레탄 고무를 적용한 새로운 논엘로퀀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사물에서 공간 전체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서 패션 브랜드 모스카 Mosca의 옷걸이와 집기도 제작하고 부산 전포동에 위치한 카페의 바닥 타일 디자인 등 공간 스타일링과 관련된 일도 진행했다. “흥미로운 일이면 분야를 막론하고 해보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히 해나가자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꾸준히 작업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사물을 생각하고 만드는 일이 그저 좋을 뿐이다.

작업실에서 건조시키고 있는 나무들.

수집한 돌을 올려두는 받침대가 필요해서 나무로 직접 만든 것. 앞에 있는 받침대 2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