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의 미학

가죽의 미학

가죽의 미학

나이테를 닮아 얼핏 보면 나무인가 싶지만 얇게 자른 가죽을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가죽공예품이다. 현재 작품을 전시 중인 에이치픽스 도산점에서 공예가 김준수를 만났다.

 

둥글게 말린 볼 형태와 달리 끝 부분을 자유롭게 마감한 월 피스는 가죽의 질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김준수작가의 레더 볼 시리즈 전시는 에이치픽스 도산점에서 8월 3일까지 진행된다. 의자와 테이블은 텍타 제품.

 

본래의 삶을 다한 가죽의 끈을 쌓아 올려 형태를 구축하고 표면에 옻칠을 입혀 단단함과 기능을 더한다. 김준수 작가가 ‘레더 볼 Leather Bowl’ 시리즈를 만드는 방식이다. 공예가 김준수는 현재 작업하고 있는 가죽과는 정반대의 물성을 지닌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대학생 시절, 가죽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가죽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금속의 차갑고 단단한 물성과달리쉽게잘리고,쉽게조립할수있으며 부드러운 촉각적 성질이 마음에 들었죠.” 그는 가죽에 대해 더욱 심도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작은 도시 산미니아토에서 진행된 가죽 워크숍에 다녀온 적이 있다. 식물성 가죽을 생산하는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일주일간 가죽의 품질을 테스트하는 실험실을 견학하고, 가죽의 생산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지켜보며 가죽을 공급 받아 작품을 제작해보는 워크숍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가죽의 물성을 보다 잘 보여주고, 특성이 강조된 작업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백색의 옻칠을 입혀 옅은 베이지 색상을 띠는 이 작품에는 유리 화기를 넣어 화분으로 연출했다.

 

 

“현재 전시하고 있는 레더 볼 시리즈는 나무의 결을 만들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가죽의 특성 중 하나가 문질렀을 때 광택이 나고 매끈해지는 것인데, 그런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 가죽의 단면을 모아 하나의 큰 면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레더 볼의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선 가죽을 잘라 끈 단위로 만든 다음 작은 점에서부터 시작해 접착제로 붙여가면서 그 형태를 만드는데, 기본적인 크기나 대략적인 셰이프 정도만 구상한 채 가죽의 텐션과 손의 강약을 이용해 형태를 잡아나간다. “한번에 완성되는 작업도 있는 반면 어느 정도 중간 단계에서 시간을 갖기도 해요. 잠시 시간을 두고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 생각하는 거죠.” 이처럼 가죽을 쌓아 올리는 방식을 코일링 테크닉이라 부르는데, 쌓아 올리고 표면을 다듬어 매끈해진 상태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성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받아온 김준수 작가는 어떻게 하면 미학적인 아름다움은 가지고 가면서도 기능과 실용성을 갖출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답은 바로 옻칠에 있었다. 가죽에 최대한 화학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적인 마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옻칠이었던 것. 옻칠은 방수와 방염 효과가 탁월해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구멍을 만들어 독특한 형태를 완성했다.

 

하지만 단점도 뒤따랐다. “색상이 단조로워진다는 단점도 있었어요. 갈색이 아닌 가죽도 옻칠을 하는 순간 색상이 균일하게 바뀌거든요. 제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가죽이 지닌 특유의 물성인데 너무 기능적으로만 치우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옻칠을 덜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8월 3일까지 이어지는 에이치픽스 도산점에서의 전시 이후 그는 9월 즈음 가죽으로 만든 파티션 작업을 KCDF 윈도우 갤러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동갑내기 작가들과 함께 욕실과 파우더룸을 주제로 한 기획전과 영국과 파리에서의 페어와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더 다양한 곳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과일이나 소품을 담을 수 있는 트레이로도 사용 가능한 크기별 레더 볼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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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원지은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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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WARE NEW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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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담는 식기를 넘어 마치 오브제 같은 테이블웨어 뉴 컬렉션.

 

 

로얄코펜하겐, 메가 로즈 리미티드 컬렉션 덴마크 왕실 도자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이 블루 메가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한 메가 로즈컬렉션을 선보인다.한정수량으로 출시하는 메가 로즈는 볼온폿, 티팟, 머그, 접시, 오발 디쉬, 화병의 9종으로 구성되며, 기존 메가 제품 중에서도 브러쉬와 스프레이 기법으로 핸드 페인팅했을 때 보다 독특한 표현이 가능한 제품으로 엄선했다.

tel 02-749-2002

 

 

베르나르도, 칼더 아티스트 컬렉션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헤리티지 브랜드 베르나르도가 미국 출신의 유명 아티스트 알렉산더 칼더와 특별한 컬렉션을 준비했다. 그는 모빌을 발명한 것을 비롯해 볼트로 된 철판으로 거대한 규모의 야외 조각을 만든 주인공으로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번 아티스트 컬렉션은 블랙과 레드 컬러의 모빌 컬렉션을 베르나르도의 접시에 새겨 특별함을 더했다.

tel 02-3448-5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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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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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모호함

반짝이는 모호함

반짝이는 모호함

불투명의 시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미술.

 

부르스 광장과 물의 거울.

 

투명하게 반사하는 표면이 세련된 이미지를 갖게 된 건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벌어진 경쟁적인 항공우주 산업 덕분이다. 연일 미디어를 장식하는 우주선과 우주인의 모습은 차가운 공업 기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어놓기 충분했다. 앤디 워홀은 우주인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을 뿐 아니라 반짝거리는 실버 소재의 헬륨 풍선을 갤러리에 띄어 공중을 부유하는 작품을 전시했다. 반짝거리고 반사하는 소재는 날이 갈수록 인기다. 제프 쿤스의 ‘토끼’, 시카고 도심의 마천루를 비추는 아니쉬 카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 수보드 굽타의 켜켜이 쌓인 스테인리스 그릇,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야요이 쿠사마의 거울의 방, 관객의 위치에 따라 흑백의 구분이 섞여버리는 올라푸 엘리아슨의 투명 유리구슬, 우주선 같은 이불의 작품, MIT 공대 연구원들과 협업한 토마스 사라세노의 공기 주입식 설치 작품 등 거리에서 만나는 건물, 공공 조각, 유명한 미술 작품은 하나같이 얼핏 보면 같은 작가의 것이 아닌가 착각될 정도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우유니 사막은 이들 작품의 영감의 원천이다. 착시효과로 얻어지는 초현실적인 경험,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공학에서 영감을 받은 미디어 아트라는 점이다. 첨단의 과학기술과 비현실적인 상상력이 실은 종이의 앞뒤 면처럼 나란히 붙어 있는 셈이다.

 

토마스 사라세노의 ‘궤도 속으로’.

 

앤디 워홀의 ‘은빛 구름’.

 

화가가 아니라 과학자나 의사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가 미소 덕분에 유명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눈꼬리 끝과 입꼬리 끝을 안개처럼 흐려버리는 스푸마토 기법은 인체를 해부하며 근육을 연구한 덕분에 나온 결과물이다. 작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가보지 않고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편집된 세계와 실재의 간극은 항상 존재한다. 박제된 동물에 유리구슬을 붙인 코헤이 나와의 작품은 바로 이 지점을 찌른다. 멀리 있는 것도, 아주 작은 것도 볼 수 있는 렌즈 덕분에 동물의 미세한 털까지 섬세하게 드러나지만 수백 개의 구슬은 전체적으로 그 사물을 가려버리고, 형태는 희미해진다. 동물 박제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보지 않고 주문하는 시스템은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한 컨셉트 중 하나다. 제목에는 그래픽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 픽셀이 붙는다. 예술이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반짝거리는 것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일련의 현대미술이 드러내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은 과학 이면에 가리워진 모호함의 세계다. 팬데믹 상황으로 전 세계가 마비되었지만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모일 수도 없고 모이지 않을 수도 없기에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바쁜데, 그들이 보는 세계는 알고 보면 편집된 이미지일 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면, 이 시대는 정답을 요구하고 흑백을 구분하려는 성향을 잠시 버리고, 모호함을 견디는 연습을 하게 만들고 있다. 작품을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현대미술 작품처럼 말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된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

CREDIT

에디터

신진수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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