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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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게임은 일상에 도사린 모든 사물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상상한다. 단순하지만 실용적인 그들의 작품은 이에 대한 바람직한 산물이다.

 

왼쪽부터 엘릭 프티, 그레구아르 장모노, 오귀스트 스코 드 마르탱비유.

 

2005년 4월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살로네 사텔리테 전시장 한 켠에서 젊은 영감으로 무장한 신진 작가들의 태동이 들려왔다.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빅게임 Big-game의 시작점도 바로 그곳이었다. 빅게임은 스위스 로젠예술대학 출신의 세 명의 디자이너 오귀스트 스코 드 마르탱비유, 그레구아르 장모노, 엘릭 프티가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당시 그들은 박제된 동물을 모티프로 한 조립식 트로피를 선보였고, 이로부터 영감을 받아 커다란 사냥감을 뜻하는 빅게임 Big Game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함께 공부하면서 다져진 팀워크와 사물을 바라보는 신념마저 같았던 그들은 어렵지 않게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다질 수 있었다. 반드시 실용적일 것. 그들은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와 제품만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거라 믿었다. 동시에 개성 없이 단조롭기만 한 제품을 경계했다. 이런 정체성 덕분에 생활 밀착형 다자인을 지향하면서도 특징적인 색채와 그래픽 요소를 가미해 개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빅게임은 스위스 디자인상, iF 디자인상, 굿 디자인상 등 다수의 상을 거머쥐며 그들의 선택과 집중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특히 바우하우스 시대의 클래식 가구에서 영향을 받아 만든 볼드 체어는 빅게임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구부러진 금속 관을 폴리우레탄 폼으로 감싼 특이한 외관은 프랑스의 가구 회사 무스타슈 Moustache의 목록 1호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달리게 해주는 기폭제가 되었다.

 

살로네 사텔리테에서 선보인 조립식 트로피.

 

폴리우레탄 폼으로 감싼 볼드 체어

 

빅게임은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교류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헤이와 함께 선보인 가정용 커틀러리 ‘에브리데이 앤 선데이’와 ‘런드리 바스켓’, 필기구 회사 까렌다쉬의 색연필에서 영감을 받아 책상이나 필통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고안한 펜 형태의 USB 메모리,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의자인 마지스의 ‘리틀 빅’, 일본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와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캐스터 컬렉션 등 종류와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본래의 목적에 맞는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제품을 발표했다. 또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조명 브랜드 아고와의 협업으로 프로보 컬렉션을 제작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올해 7월에는 빅게임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2019년 스위스 로젠의 현대미술박물관에서 열린 회고전 도록을 우리말로 번역한 <빅게임 : 매일의 사물들>이 출간됐다. 국내에서도 빅게임의 작품 세계를 쉽게 감상할 수 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 매일의 삶을 기민한 감각으로 살피는 태도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시도가 이뤄낸 그들의 제품은 좋은 디자인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되어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가정용 커틀러리로 제작된 에브리데이 앤 선데이.

 

마지스의 리틀 빅 체어.

 

국내조명 브랜드 아고와 협업한 프로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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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ED BY ACN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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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롬에 위치한 아크네 스튜디오 신사옥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한정판 매거진이 출시됐다.

 

 

<플로라가탄 13 큐레이티드 바이 아크네 스튜디오>는 실제 주소지인 플로라가탄 13으로도 알려져 있는 아크네 스튜디오의 신사옥을 디테일하게 담은 책이다. 아크네 신사옥은 얀 보칸이 설계하고 1972년 완공된 체코 대사관 건물을 패션 아틀리에 겸 사무실로 탈바꿈시킨 곳. 책은 프랑스 사진가 필리프 샹셀의 비주얼 에세이 형태로 고안됐으며 웹사이트에서 바로 주문 가능하다.

web amagazinecuratedb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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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에 취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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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최근에 본 <페인 앤 글로리>는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최근에 본 <페인 앤 글로리>는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다. 등장인물들이 입은 옷과 공간적인 배경을 보느라 대사를 놓치곤 했을 정도니까. 스페인 영화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려진 이 영화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으로, 그는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의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말로 감독이 자신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주었던 네 명을 한 명씩 만나고 회상하는 줄거리인데, 말로 감독의 집이 정말 멋지게 나온다. 하늘색 타일과 빨간색 가구를 매치한 주방도 파격적이고 피트 헤인 에이크의 테이블, 스메그의 돌체앤가바나 토스터, 까시나의 637 위트레흐트 암체어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어려운 디자인 가구가 집 안에 가득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공간이 실제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집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는 가구나 조명, 작품에도 관심이 많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말로의 집 외에도 말로의 어린 시절 엄마가 꾸며준 동굴 집의 인테리어나 기차역, 미팅 장소 하나까지도 굉장히 공 들여 배경을 매만졌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영화다. 배경에 취하게 되지만 영화의 내용도 좋았다. 많은 찬사를 받은 영화인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영화를 보고 나면 제대로 잘 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마음에 남아 있던 것과 화해하고 인정을 하게 된 말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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