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최근에 본 <페인 앤 글로리>는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최근에 본 <페인 앤 글로리>는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다. 등장인물들이 입은 옷과 공간적인 배경을 보느라 대사를 놓치곤 했을 정도니까. 스페인 영화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려진 이 영화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으로, 그는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의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말로 감독이 자신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주었던 네 명을 한 명씩 만나고 회상하는 줄거리인데, 말로 감독의 집이 정말 멋지게 나온다. 하늘색 타일과 빨간색 가구를 매치한 주방도 파격적이고 피트 헤인 에이크의 테이블, 스메그의 돌체앤가바나 토스터, 까시나의 637 위트레흐트 암체어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어려운 디자인 가구가 집 안에 가득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공간이 실제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집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는 가구나 조명, 작품에도 관심이 많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말로의 집 외에도 말로의 어린 시절 엄마가 꾸며준 동굴 집의 인테리어나 기차역, 미팅 장소 하나까지도 굉장히 공 들여 배경을 매만졌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영화다. 배경에 취하게 되지만 영화의 내용도 좋았다. 많은 찬사를 받은 영화인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영화를 보고 나면 제대로 잘 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마음에 남아 있던 것과 화해하고 인정을 하게 된 말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