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활력을 만드는 계단

과학적인 설계와 미학적인 요소를 모두 가진 계단

과학적인 설계와 미학적인 요소를 모두 가진 계단

필요성만 따진다면 감춰도 무방한 요소는 계단일 것이다. 하지만 계단은 과거의 건축에서도 알 수 있듯 과학적인 설계와 미학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홍콩 타이쿤의 JC Contemporary는 헤르조그 드 뫼롱이 건축했다 ©유운상, 쿨애스펙트, 홍콩관광청

‘기능’과 ‘형태’가 일치해야 하는 모던 건축에서 계단은 점점 그 모습을 감추었다.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기 때문이다. 비상계단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 사무 건물에서 계단을 볼 일은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계단은 돌연 건물 속에 럭셔리를 부여하는 존재로 재탄생하게 된다. 유용하지 않은, 게다가 일정 공간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계단을 둔다는 것은 그곳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여유로운 곳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계단을 만든다는 건 상당한 공학적 설계와 미적인 조형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에 역사적으로도 대단한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바로 미켈란젤로다. 조각가이자 화가이며 또한 건축 설계사로도 활동한 그가 위대한 이유는 특히 계단에서 드러난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을 위해 만든 계단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힌다. 공간을 세 폭으로 나누어 중앙의 난간이 있는 계단은 바닥을 둥글게 마무리하고, 좌우로 난간이 없는 직각의 계단을 덧붙여 평범한 계단을 마치 음악처럼 변주를 준 것이 특징이다. 또한 로마 카피톨리노 언덕 광장과 계단도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다. 계단 경사를 완만하게 한 것은 말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또한 계단 폭을 평행으로 만들지 않고 아랫부분이 윗부분보다 넓은 역마름모꼴로 디자인했는데, 그렇게 만들어야 계단 아래에서 보았을 때 윗부분이 갈수록 좁아 보이지 않고 평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원근법을 계단 설계에 적용한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 코르도나타 계단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 ©wikimedia

 

인도의 찬드 바오리 계단. ©wikimedia

 

현대의 건축가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계단을 미적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헤르조그 드 뫼롱이 건축하고 최근 문을 연 송은 미술관에서도 로비에 들어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계단이다. 계단은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이자, 거대한 스크린을 관람할 수 있는 극장 혹은 공연 무대의 관객석 역할을 하며, 야외로 이어진 가든에서도 건물 내부를 바라보았을 때 심심하지 않은 하나의 풍경을 제공한다. 수직과 수평선의 구조를 깨뜨리며 사선과 곡선으로 공간 속에 역동적 리듬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이다. 테이트모던 미술관 뒤편의 신관도 2018년 홍콩 타이쿤 복합문화센터에 새로 문을 연 미술관도 모두 헤르조그 드 뫼롱의 작품인데 한결같은 공통점은 미술관 내부의 둥근 유선형 계단을 활용해 공간에 우아한 아름다움을 부여한 것이다. 아예 계단만으로 만들어진 건축물도 있다. 토마스 헤더윅이 뉴욕 허드슨 야드에 설계한 베슬 Vessel이다. 2500개의 계단과 80개의 계단참으로 이루어진 벌집 모양의 구조는 아래는 좁고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공학과 미학이 결합된 첨단의 결과물이다. 작품의 모티프는 인도의 계단식 우물이다. 오랜 건기를 버텨야 하는 인도에서 수없이 많은 계단참을 내려가야만 만날 수 있는 넓고 깊은 우물은 소유자의 높은 신분을 상징한다. 인도식 우물이 거대한 건축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유다. 인도의 계단식 우물은 대부분 폐허가 되고, 재개발로 파괴되었다. 인류의 지혜와 이상, 의지를 담은 계단으로만 만들어진 전무후무한 토마스 헤더윅의 건물도 더 이상 볼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약 2200억 원이 투입되었지만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바람에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은 헤르조그 드 뫼롱가 건축했다. ©정지현, courtesy 송은문화재단

 

인도의 라니키바브 계단.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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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비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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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패브릭

포근하면서도 차분한 패브릭 인테리어 아이템 리스트

포근하면서도 차분한 패브릭 인테리어 아이템 리스트

코끝이 시린 계절, 집 안에 온기를 더할 포근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의 패브릭 아이템을 소개한다.

다양한 텍스처의 리위 아르폼브라 러그는 간 제품으로 유앤어스에서 판매. 1백43만원.

순수한 자연의 숲을 추상적으로 담은 예레스 쿠션은 미쏘니홈 제품으로 매치스패션에서 판매. 27만원대.

모던한 느낌의 페커 티슈 케이스는 르위켄에서 판매. 2만5천원.

인도의 장인이 루프 자수 기술로 제작한 쿠션 커버는 더콘란샵에서 판매. 9만5천원.

가리비를 모티프로 한 부드러운 캐시미어 쿠션은 세이브드 NY 제품으로 매치스패션에서 판매. 64만원대.

우아하면서 독특한 등선 라인이 돋보이는 피아 소파는 크리스토프 델코트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인피니에서 판매. 가격 문의.

블랙과 베이지색 울, 캐시미어, 실크 원사로 GG 패턴을 완성한 프린지 스로 블랭킷은 구찌에서 판매. 1백28만원

순면으로 제작돼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쿠션감의 테리 거실화는 더콘란샵에 판매. 2만9천원.

팔걸이가 있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메누 체어는 이노메싸에서 판매. 1백68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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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문화의 오마주

뉴욕 브루클린에 아티스틱한 모습으로 등장한 에이스 호텔

뉴욕 브루클린에 아티스틱한 모습으로 등장한 에이스 호텔

에이스 호텔이 뉴욕 브루클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변화와 개성이 가득한 이곳의 문화를 입은 호텔은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처럼 아티스틱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에이스 호텔은 시애틀에 첫 문을 연 후 로컬 문화의 허브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적인 호텔 체인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맨해튼에 이어 브루클린에 새로운 에이스 호텔이 자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호텔답게 한 도시에 하나의 호텔만 오픈했던 전례를 깨고 뉴욕에는 두 곳의 지점을 오픈한 것. 저마다 개성을 발휘하는 브루클린의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가 한데 모여 구현한 예술 정신이 에이스 호텔의 궁극적인 지향점과 크게 맞닿아 있기 때문. 에이스 호텔이 선택한 곳은 브루클린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동네이자 가장 변화가 활발한 보럼 힐 Boerum Hill. 건물의 설계는 에이스 호텔과 세 번째 협업을 한 뉴욕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로만&윌리엄스 Roman&Williams가 맡았다. 호텔 외관은 메탈과 유리 그리고 콘크리트를 사용해 자재를 고스란히 노출해 거친 건축의 미학을 보여주는 브루탈리즘 양식을 적용했다. 인테리어는 피카소 등 유럽 예술가들이 사용한 아트 스튜디오의 디자인을 참고하되 미송과 가죽 등의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세련된 무드를 완성했다. 또한 지역 예술가들의 재능을 적극 담는 것이 목표인 만큼 에이스 브루클린은 전체 287개의 객실, 로비와 공동 장소 그리고 건물의 정면 등 모든 곳이 전시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객실과 라운지 부대시설까지 브루클린의 예술 정신을 반영한 이곳은 단지 호텔이 아닌 문화 공간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 만큼 이곳에 들어서면 호텔과 아티스틱한 아틀리에의 경계에 있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특히 호텔에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을 마련해 그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묘미다. 호텔을 들어서면 마주하는 조각가 스탠 비터스 Stan Bitters의 세라믹 작품과 타라 기어의 드로잉 작품은 예술적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킨다. 객실 또한 예외는 아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생의 마지막에 기거했던 남프랑스의 르 카바농의 작은 오두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기 때문 객실에 있는 턴테이블과 레코드판은 브루클린의 유명한 레코드인 러프 트레이드 Rough Trade에서 선별해 특별함을 더했다. 수년간의 호텔 공사를 거치면서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지만, 브루클린의 독창성만큼은 호텔에 온전히 담고 싶었다는 에이스 호텔의 회장 브래드 윌슨의 말처럼 이곳은 오랫동안 브루클린의 핵심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줄 듯하다.

add 252 Schermerhorn St, Brooklyn, NY 11217
web www.acehotel.com/brooklyn/
tel 718 313 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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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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