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시간

예술 작품으로 보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소중함

예술 작품으로 보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소중함

팬데믹을 겪으며 그 소중함을 더욱 알게 된 가족이란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둘러봤다.

모리스 드니의 ‘Breakfast(1901)’ ©Staedelmuseum

 

‘White Maternity(1943)’. ©Wikimedia

장기간의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건 가족이 아니었을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리 애틋하지 않았던 가족끼리의 만남조차 법적으로 제한되는 경우를 맞자 가족의 모습을 그린 화가들의 그림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마스에 흔히 보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작품도 외국에서 태어난 손자의 얼굴을 돌이 되도록 보지도 못했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문득 뭉클한 작품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사람들이 어울려 춤을 추고 노는 르누아르의 그림도 늘 익숙했던 것이지만, 테이블에 두 명 이상 마주 앉지 못하는 시대가 되자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모리스 드니 Maurice Denis(1870~43)의 작품을 재발견한 것은 큰 기쁨이다. 알고 있던 작가였지만 그리 중요한 작가는 아니라고 오판했던 인상주의 시대의 프랑스 화가다. 일상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그린 그의 작품은 더없이 매력적이고 ‘인스타그래머블’하여 유독 눈이 간다. 드니는 피아노를 잘 치던 아름다운 아내를 스무 살에 만나 3년간의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했고, 이후 가족은 작품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아내가 음악을 연주하고, 일곱 아이들을 돌보고 기르는 모습을 그림으로 옮겼을 뿐 아니라 시와 기록으로 남겨 <우리의 영혼, 느린 움직임>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삶을 사랑하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드니의 부지런한 삶이 어떠했을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장식미술에 대한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러시아의 부호 이반 모로조프의 집에 벽화를 그려준 사례비로 신혼을 보냈던 브루타뉴에 별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갔지만 드니가 49세가 되던 해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자신도 73세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에 대한 평가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앙리 마티스의 ‘The Family of the Artist(1911)’.

 

오스틴 리의 ‘Family(2019)’.

동시대에 활동했던 마티스나 고갱의 작품과 비슷한데 그들만 못한 ‘비주류’ 작가라는 평가 속에 드니는 뚜렷이 기억되는 작가로 남지는 않았다. 그러나 재주 많은 드니가 요즘에 태어났더라면? 장르의 위계를 뛰어넘어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가 되어 더 큰 명성을 얻었을지 모른다. 바로 그런 현상을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러스트 베이스의 매력적인 이미지로 수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작가들이 이제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으로 진입하고 있다. 오스틴 리 Austin Lee(1983~)는 그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디지털 스케치를 3D 렌더링 조각으로 바꾸고, 스프레이로 칠해 마감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오큘로스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의 공간에 그림을 그린 후 이를 그림이나 조각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실재 조각을 보고 있는 것인지, 가상의 이미지를 AR 기술로 보고 있는 것인지 착각하게 만들 만큼 오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초현대적 기법을 사용하지만 작품에는 일상적인 사람, 식물, 동물 등이 등장하는데 우리 주변을 둘러싼 가장 흔한 데이터에서 주제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가족’도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좁은 좌대 위에 옹기종기 발을 모으고 서 있는 다섯 인물로 구성된 ‘가족’은 어린이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가족 같다. 전통적인 개념의 아빠, 엄마, 첫째, 둘째, 셋째의 모습이 아니지만, 서로를 보듬으며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고, 힘든 시간을 보낸 당신이 머물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는 바로 가족임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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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비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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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OLLECTION

올해가 가기 전에 주목해야 할 가구 브랜드의 신규 컬렉션

올해가 가기 전에 주목해야 할 가구 브랜드의 신규 컬렉션

올 연말이 가기 전에 주목해야 할 가구 브랜드 신규 컬렉션.

1 프리츠한센, 옥스퍼드 체어&플러라리스 테이블

야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옥스퍼드 체어는 미니멀한 디자인에 각진 팔걸이와 고급스러운 가죽의 조합이 특징으로 홈 오피스나 다이닝룸, 회의실 등 모든 공간에 잘 어우러진다. 세련된 다이닝 테이블부터 넉넉한 업무 테이블로 사용하기 이상적인 플러라리스 테이블은 전원 공급 옵션과 케이블을 관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web fritzhansen.com

 

2 보컨셉, 베르가모 소파&피오렌티나 다이닝 테이블

베르가모 소파는 퍼스널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강화된 것이 특징으로 다양한 원단과 오픈엔드형 모듈을 이용해 클래식하거나 모던한 느낌을 모두 연출할 수 있다. 피오렌티나 다이닝 테이블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모르텐 게오르그센의 작품으로 마치 조각품 같은 조형미로 새로운 인테리어 경험을 선사한다.
tel 02-545-4580

 

3 드 세데 신규 컬렉션

장인의 손길을 통해 완성된 탄탄한 스티치와 패치워크 패턴 그리고 차별화된 가죽의 결이 특징인 스위스 브랜드 드 세데. 스포츠카처럼 매우 낮은 시트와 뒤로 젖혀진 쿠션이 특징인 DS-57 암체어를 비롯해 긴 치마를 입은 듯한 형태의 DS-615/91B 커피 테이블,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둘러져 있는 원형 테이블 DS-5020/62 등을 선보였으며, 이는 에이치픽스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tel 02-4656-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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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XPECTED SCENE OF PARIS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파리의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호텔 바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파리의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호텔 바벨

히브리어로 ‘신의 문’을 뜻하는 바벨 Babel. 호텔 바벨의 문을 열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파리의 새로운 모습과 낯선 풍경으로 특별한 즐거움을 발견할 것이다.

©BenoitLinero

 

©BenoitLinero

<자기 앞의 생>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해 두 번째 공쿠르상을 받은 소설이다. 열네 살 모모의 눈으로 바라본 파리 하층민의 처절한 삶이 주된 내용이지만, 소설 속에서 모모는 사람은 사람 없이 살 수 없고,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 파리의 벨빌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파리에서 아랍, 중국 등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개발이 가장 덜된 지역이기도 하다. 파리의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낮아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지금은 파리에서 가장 핫한 스트리트 아트와 젊은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되는 지역이지만, 정부에서 적극 개입함으로써 과거의 실수를 줄이고자 하는 실험적인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220만 명이 사는 도시에 한 해 약 4,500만 명이 밀려드는 만큼 파리는 모든 지역이 관광지라 해도 무방하지만, 벨빌 지역은 여행객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참신하고 젊은 다양한 파리의 문화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 파리를 방문했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호텔 바벨을 추천한다. 호텔에 들어서면 바벨만을 위해 제작된 레몬, 카르다몸, 삼나무가 섞인 향이 느껴지고, 벨빌의 다양한 문화를 대변하듯 호텔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문화적 요소가 모두 느껴진다. 객실은 따스한 톤과 빈티지풍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레스토랑은 이주민 2세 셰프와 시리아 난민 출신이지만 티에리 막스 밑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가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다. 중동과 프랑스 요리가 조화롭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이국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바벨은 ‘와글와글, 왁자지껄’이라는 뜻도 있지만, 히브리어로 신의 문을 뜻하기도 한다. 호텔 바벨에 머무는 이들은 호텔의 문을 열고 길을 나서면 모든 인간이 조화롭게 살기를 원한 신과 로맹 가리가 말하는 것처럼 노천 시장, 할랄 정육점과 예술가의 스튜디오, 유대교 회당, 아시안 슈퍼마켓의 소리가 뒤섞인 왁자지껄한 파리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add 3 Rue Lemon, 75020 Paris
web www.babel-hotels.com/en
instagram @babel.belleville

 

31개의 객실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오브제와 테라코타 등 자연 소재의 아이템으로 연출되어 있다. 호텔 자체의 라디오로 팟캐스트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1층 레스토랑에서는 이국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BenoitLin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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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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