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넘어 가구와 인테리어, 주거 공간으로 확장되는 패션 브랜드의 미학.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레지던스 네 곳을 소개한다.

불가리 리조트 & 맨션 보드룸
고대 할리카르나소스의 유산과 지중해 풍경이 공존하는 튀르키예 보드룸 Bodrum은 오랫동안 국제적인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이 찾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불가리는 이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새로운 주거 프로젝트 ‘불가리 리조트 & 맨션 보드룸’을 발표했다. 현재 공개된 주택은 전체 단지 중 일부로, 나머지 공간은 2027년 개장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설계는 안토니오 치테리오와 파트리시아 비엘이 이끄는 건축 스튜디오 ACPV 아키텍츠가 맡았다. 이들은 반도의 자연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건물은 테라스형 구조로 배치했다. 조경 계획 역시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녹지 지붕과 지역 재료 사용, 공사 과정에서 나온 암석의 재활용 등을 통해 자연 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기존보다 더 많은 식생을 조성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총 101채로 구성된 불가리 맨션 보드룸은 침실을 세 개에서 여섯 개까지 갖춘 네 가지 유형으로 기획했다.



각 주택은 넓은 정원과 대형 수영장을 포함하며, 바다를 향해 열린 구조와 180도 파노라마 전망을 갖춘다. 현재 공개된 첫 번째 맨션의 내부에는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직접 큐레이션한 막살토, B&B 이탈리아, 플렉스폼의 가구와 플로스, 폰타나아르테의 조명이 놓였다. 여기에 18세기 아나톨리아 킬림 러그와 튀르키예 현대미술 작품이 더해져 지역 문화와 이탈리아 디자인이 교차하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있다. 거주자는 향후 개장할 불가리 리조트 보드룸의 레스토랑과 스파, 비치클럽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지중해 풍경 속에서 불가리가 제안하는 환대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메종 마르지엘라 레지던스


메종 마르지엘라의 핵심 미학인 ‘해체, 착시, 변용’이라는 키워드가 패션을 넘어 공간으로 확장했다. 두바이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메종 마르지엘라 레지던스는 알타 부동산 개발사와 협력해 선보인 브랜드의 첫 주거 프로젝트다. 총 25세대로 구성된 맞춤 디자인 레지던스는 각 재료와 건축에 대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탐구에서부터 시작한다. 건축가 카를로 콜롬보 Carlo Colombo와 협업해 완성한 소파와 안락의자, 식탁, 침대, 조명에 이르는 비스포크 가구 컬렉션 또한 그중 일부다. 이에 더해 클래식한 오브제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된 트래버틴 가구와 메종의 시그니처 데코르티케 기법, 틈을 채운 옵티컬 화이트 레진 등은 공간 곳곳에서 재료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레지던스는 가구 구성원에 따라 두 침실형과 네 침실형을 비롯해, 듀플렉스와 펜트하우스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공용 시설로는 아트 갤러리와 큐레이션 도서관, 피트니스 스튜디오, 인피니티 풀, 스파, 마르지엘라 카페 등이 마련되어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할 수 있다. 곡선 형태의 벽과 계단, 조형적인 조명과 가구는 마르지엘라 특유의 낯선 균형을
만들어내며 공간을 관통하는 핵심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실험성은 높은 천장과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밝은 톤의 마감과 어우러진 덕에 난해하기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그동안 리테일 공간과 호텔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다. 메종 마르지엘라 레지던스는 그 흐름을 주거 환경으로 확장한 첫 시도로, 패션과 건축,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연결하는 새로운 장면을 보여준다.



칼 라거펠트 빌라

절제된 모노크롬과 실험주의적 구조. 칼 라거펠트를 대표하는 패션 문법이 건축적 재료로 공간 속에 재해석됐다. 스페인 마르베야에 위치한 칼 라거펠트 빌라 마르베야는 브랜드의 첫 주거 프로젝트로,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 더 원 아틀리에 The One Atelier가 건축 설계를 맡았다. 총 5채인 빌라는 러키 7 Lucky 7, 생 제르망 Saint Germain, 런웨이 Runway, 라마튀엘 Ramatuelle, 아이콘 Icon 등 칼 라거펠트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에서 이름을 따, 각기 다른 정체성과 콘셉트를 담았다. 모든 빌라는 총 4개 층에 걸쳐 수영장, 스파, 영화관, 침실, 프라이빗 가든 등 다양한 생활 공간으로 꾸며져 오롯한 사색과 휴식을 돕는다.




바닥과 벽, 천장에 이르는 모든 요소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는 캔버스로 작용한다. 고대 메소아메리카 건축에서 모티프를 얻은 직선형 기둥과 메탈릭 소재, 단정한 블랙 톤의 나무 바닥, 대리석 마블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이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파와 테이블, 책장, 콘솔, 거울 등 설치된 가구 모두 ‘변함없이 빛나는 가치(Effortless Luxury)’라는 철학 아래 맞춤 제작된 것으로, 오트 쿠튀르적 섬세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패션이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인 게 좋다.” 생전 칼 라거펠트가 남긴 이 말은 이 레지던스 속에서 실체화되어, 집이 주거 공간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돌체앤가바나 디자인 힐스 마르베야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돌체앤가바나가 ‘집’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새로운 예술의 팔레트로 삼았다. 스페인 마르베야에 문을 여는 디자인 힐스 마르베야 Design Hills Marbella가 바로 그 실험 무대다. 현지 부동산개발사 시에라 블랑카 Sierra Blanca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주거를 넘어, 일상에서 탐미적 휴식을 즐기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풍경을 그려낸다. 총 94채의 레지던스는 지중해 전망을 품은 개인 테라스를 갖추고 있으며, 계단식 설계 덕에 층고와 관계없이 개방감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확보했다. 공용 공간에는 레스토랑과 수영장, 프라이빗 소셜 클럽, 피트니스 센터, 리테일 드라이브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갖춰져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활동을 손쉽게 누릴 수 있다.



이곳에서 건축과 인테리어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돌체앤가바나의 태도를 담는 그릇으로서 기능한다. 강렬한 애니멀 프린트와 마조리카 패턴, 블랙, 실버, 레드 컬러가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대비가 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소재 선정부터 창문 배치, 조경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는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도메니코 돌체 Domenico Dolce와 스테파노 가바나 Stefano Gabbana,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손길로 섬세하게 완성됐다. 각각의 룸은 마블 종류, 컬러 팔레트, 가구 구성, 패브릭, 조명 등 일부 인테리어를 조정할 수 있어 입주자 취향에 따른 최적의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돌체앤가바나의 디자인 세계관을 공간 위에 풀어낸 이번 프로젝트는 패션과 건축, 예술과 휴식이 유기적으로 얽힌 새로운 삶의 형상을 제안한다. 공간은 2028년에 새로운 입주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