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하는 자연 숨결

생동하는 자연 숨결

생동하는 자연 숨결

역동적인 자연의 형태와 본질을 표현하는 주연수 작가. 그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애정으로 만든 숲이다.

자연 소재와 유연한 곡선형의 거울, 벤치 등을 선보이는 주연수 작가의 작업실.

둥근 물웅덩이에 얼굴을 비춰보는 기분이 이런 걸까. 유려한 곡선형의 거울을 보고 한눈에 매료되었다. 가구 편집숍 에이치픽스에서 만난 수주 스튜디오 SooJoo Studio 주연수 작가의 거울은 자연의 잎사귀를 닮았다. 미국 교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너른 들판에서 반딧불을 잡고 놀던 그녀는 언제나 자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서울과 뉴욕, 보스턴을 오가며 자연과의 단절이 더욱 크게 느껴졌어요. 단순하고 직선적인 구조로 가득한 공간에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형태를 표현하기 시작했죠.” 회색 도시에 염증을 느끼며 자연 친화적인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다.

작업실 벽면에는 초창기 드로잉 작품들을 걸어두었다.

 

작업실 벽면에는 초창기 드로잉 작품들을 걸어두었다.

우주가 지닌 형태를 구현하고, 재료 본연의 소재에 집중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추상적 형태를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형화된 규칙으로 그리는 디자인이 아니다 보니 주연수 작가는 마음에 드는 선이 나올 때까지 스케치부터 한다. 수십 장의 라인 드로잉을 이리저리 살피며 가장 자연스러운 선을 찾는다. 오랜 고심 끝에 찾은 선은 점토와 나무를 만나 입체적인 가구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자연의 색을 담은 수채화로 표현된다. 특히 곡선의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작은 모형을 만들어 여러 각도에서 보는데, 부드러운 점토를 보존하기 위해 청동으로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작업실 선반을 가득 채우는 작은 모형들은 그간의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을 형상화한 ‘사하라-퍼시픽’ 조각과 도자기를 쌓아 만든 ‘스택 베슬’.

“재료를 다루는 데 겁이 없는 편이에요. 가구 형태는 수채화와 판화 작업에서 영감을 얻고, 입체적인 가구로 구현할 때는 목공을, 오브제는 도자기를 주로 사용해요. 공간에 따라 어울리는 재료가 다르니 제가 표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자재를 선택하죠.” 수작업으로 다듬으며 나무 결을 살린 ‘다이내믹 미러 Dynamic Mirror’, 형태가 다른 도자기를 쌓아 만든 ‘스택 베슬 Stack Vessel’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 계기다. 각기 다른 재료는 서로 보완하며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 과정은 다양한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의 모습을 닮았다. 자신만의 숲을 만들어가는 주연수 작가는 2024년 밀라노 디자인 페어와 뉴욕 가구 박람회를 준비 중이다. 일상 공간 가까이서 자연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가구 제작 전에 점토로 만든 작은 모형들.

“어디 먼 미술관에만 존재하거나 가끔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일상에서 수시로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작품이죠. 실용적이면서도 자연에 대한 애정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SPECIAL GIFT

주연수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 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킨 후 피부 길을 열어서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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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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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쉼터에 누워

겨울 쉼터에 누워

겨울 쉼터에 누워

지난 한 해 동안 쌓인 피로감으로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복잡하게 뒤엉킨 머릿속과 함께 몸 건강도 재정비가 필요한 때.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 건축적 놀라움을 안기는 전 세계 웰니스 센터를 소개한다.

신비로운 중의학의 세계, 중국

옛날 중국 한약방을 연상케 하는 아쿠아 헬스 클리닉의 내부 인테리어. © Waterfrom Design / Kuomin Lee

기다란 유리 케이스 안에 다양한 이끼 장식이 구름처럼 떠다닌다. 따스한 회색빛을 머금은 독특한 구조와 예사롭지 않은 장식들, 미술관 매표소를 연상케하는 입구까지.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인테리어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곳은 중국 베이징의 싼리툰 지역에 위치한 아쿠아 헬스 클리닉이다.

중의학 클리닉 존으로 가는 길목. © Waterfrom Design / Kuomin Lee

‘물’이라는 공통된 이름을 공유하고 있는 대만 기반의 스튜디오 워터프롬 디자인 Waterfrom Design이 설계를 맡았다. 중국 전통 약장을 배경으로 현대 스파 기술력이 결합되어 전통 중의학의 옛 인상을 비틀고자 한 것. 아쿠아 헬스 클리닉은 맥박을 진단한 후 이에 맞는 약초와 침술, 마사지 등을 제안해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피로감을 해소시킨다.

연구소를 연상케 하는 헤어 케어 존. © Waterfrom Design / Kuomin Lee

또한 각각의 구역으로 나뉜 공간이 만들어낸 독특한 몰입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페이셜 케어 존 벽면에는 한약재 표본이 유리관 안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현대인에게 익숙한 작약과 당귀를 포함한 100여 종의 전통 한의학 식물과 광물 표본을 전시해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예술적 긴장감을 안긴다. 또 사방을 유리 벽으로 두른 헤어 케어 존 천장에는 무작위로 흩어진 나뭇잎이 조명 필름에 반사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외에도 전통적인 중의학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클리닉 존, 차를 마시며 명상할 수 있는 티 브레이크 존 등이 있다. 공간이 주는 영원한 고요함에 빠져들며 오롯이 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려보기 바란다.

케어를 마친 뒤 차를 마시며 명상할 수 있는 티 바. © Waterfrom Design / Kuomin Lee

명상의 동굴, 대만

동굴 속에 들어온 듯 몰입감이 느껴지는 대만의 명상센터. 원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낸다. © Yi-Hsien Lee(YHLAA)

도망간 집중력과 요동치는 마음의 불안을 붙들기 위한 명상 시간에는 시각적 거슬림이 없는 공간이 필요하다. 오로지 짙은 회색과 검은색만으로 동굴 같은 공간을 연출한 이곳은 대만의 한 명상센터. 주거용 건물 2층에 위치해 주민들의 마음 챙김과 명상, 요가 등의 활동을 책임지고 있다.

동굴 속에 들어온 듯 몰입감이 느껴지는 대만의 명상센터. 원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낸다. © Yi-Hsien Lee(YHLAA)

공간 인테리어를 맡은 로컬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X4는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표면을 만들기 위해 겹겹으로 쌓은 합판 널빤지로 내부를 설계했다. 또 한쪽 벽면 전체를 거울로 마감해 실제보다 두 배로 더 커 보이는 듯한 효과를 줬다. 이러한 선택은 명상에서 얻은 균형감을 상징하기 위함이었다. 이 외에도 벽과 천장의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을 부드럽게 보완하기 위해 은은한 광택감을 주어 마감했다. 천장 중앙 150cm 직경의 원형 창은 요가 강사를 집중 조명하며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이 명상센터는 깊숙이 잠들어 있던 인식을 깨우고 마음 수행을 위한 완벽한 은신처가 되어준다.

아치 형태의 구조가 멋스럽다. © Yi-Hsien Lee(YHLAA)

지구를 생각한 웰니스 센터, 영국

은은한 향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더하는 인센스.

유난히 돋보이는 주황색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영국 런던 기반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니나+코 Nina+Co가 지속 가능한 자재를 활용해 완성한 뷰티 브랜드 빅 Big의 웰니스 센터다. 해초로 염색해 은은한 노을 빛을 머금은 블라인드를 달아 공간 전체에 따스한 분위기를 더했으며, 천연 색소의 석회 페인트로 코팅한 벽지와 천장으로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들었다. 또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마련한 세면대와 욕실은 코르크 타일로 마감해 독특한 질감과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가구 역시 친환경 자재를 활용한 점에서 니나+코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전시용 테이블의 상판과 다리는 버섯 균사체를 부드럽게 건조해 제작한 것으로서, 쓰임을 다한 가구가 버려지는 순간까지 고민한 흔적이다. 매장 중앙에 커다랗게 자리한 대형 석회 테이블 위에는 빅의 스킨 케어와 헤어 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안쪽 트리트먼트 룸에서는 프라이빗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건강함이 흐르는 듯한 빅의 웰니스 센터에서 몸과 정신의 활력을 찾아보기 바란다.

매장 중심에 자리 잡은 석회 테이블.

스파를 통해 만끽하는 사색의 순간, 그리스

타원형과 기하학적 구조로 얽힌 지하 풀장. 푸른색과 노란빛이 대조를 이뤄 시선을 압도한다. © Margarita Nikitaki

중세시대 비잔틴 제국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그리스 도시 미스트라스 Mystras에는 이 지역의 지난 역사만큼이나 신비로운 스파가 존재한다. 3000㎡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유포리아 스파 Euphoria Spa가 그 주인공.

회색 대리석으로 마감한 마사지 공간. © Margarita Nikitaki

그리스 아테네의 건축회사 DECA 아키텍처와 건축가 나탈리아 에프라이모글로우 Natalia Efraimoglou의 협업으로 탄생한 곳으로 모두 4개 층으로 구성되어 독특한 건축적 산책을 경험케 한다. 가장 아래층에 자리한 온수 풀장은 여러 개의 타원형과 기하학적 구조로 얽혀 있어 몰입감을 선사한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리셉션과 프라이빗한 스파 공간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나선형 계단. © Margarita Nikitaki

숲 전망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꼭대기 층에는 리트리트 클래스를 위한 컨퍼런스 공간이 자리한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공간을 엿본 듯 영적 기운이 가득한 유포리아 스파. 빛, 소리, 온도, 습도, 질감, 재료, 향기까지 오감을 일깨우며 휴식과 사색의 순간에 빠져들고 싶다.

공간이 주는 몰입감에 빠져들며 스파를 즐길 수 있다. © Margarita Nikitaki

도심 속 고요한 휴식처, 방콕

건축 스튜디오 스페이스 파퓰러 Space Popular는 ‘도심 속 섬’ 컨셉트로 방콕 수빗쿰 지역에 위치한 인피니티 웰빙 Infinity Wellbeing의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녹색과 흰색 중심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리셉션은 마치 고풍스러운 가든 파티에 초대된 듯한 특별한 첫인상을 안긴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구리색 철골이 조명과 선반장이 있는 아래까지 쭉 이어진 모습이 특징이다.

차분한 색조로 꾸민 스파 리셉션은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Wison Tungthunya

또한 민트 색상의 볼드한 디자인을 입은 가구는 스페이스 파퓰러가 자체 제작한 더 세컨드 컬렉션인데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공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긴 복도를 지나면 새하얀 방에 녹색 세면대로 포인트를 준 트리트먼트룸이 자리하며, 정원을 품은 마사지룸은 어두운 청록색 패널로 마감해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대조를 이룬다.

스파 입구를 둘러싼 정원을 바라보며 대기할 수 있는 공간. © Wison Tungthunya

반면 스위트룸은 옅은 핑크색을 사용해 완전히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청록색 마사지룸과는 또 다른 세계임을 표현한 것이다. 원뿔 모양으로 엇갈리게 솟아오른 계단식 천장도 포인트. 인피니티 웰빙에서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힐링 스파와 건강한 손톱 관리를 위한 네일 케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지는 정원을 바라보며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 Wison Tungthu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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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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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의 조각 속으로

고대 문명의 조각 속으로

고대 문명의 조각 속으로

내면의 싸움 속에 ‘머물게 된’ 거대한 브론즈 동상. 신화와 고대 문명에서 영감을 얻은 조각가 크리스토프 샤르보넬은 인간 영혼을 탐구해 긴장감과 역경, 터무니없는 희망을 밝히려 한다.

근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테세우스와 아마존 Thésée et l’Amazone>. 이끼가 붉은 철 합성물로 만든 조각에 자연스러운 고색을 더한다.

오래된 농장 마당의 등나무 아래에서 이끼로 덮인 테세우스와 아마존이 지켜보고 있다. 그 가운데 뛰어오를 준비가 된 근육질의 다윗은 골리앗에게 도전하고 있다. 골리앗은 이제까지 패한 적이 없지만 그의 시선은 절박하게 흔들리는 마음과 근심을 드러낸다.

카비네 드 큐리오지테 Cabinet de Curiosités 분위기. 크리스토프 샤르보넬이 말한다. “제 작업실은 세상과 동떨어진 사적인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제 아내 고들렌도 들어오기 전에 노크합니다!”

조각가 크리스토프 샤르보넬 Christophe Charbonnel이 말한다. “그리스와 스칸디나비아 신화, 그리고 사슴 뿔이 난 켈트족 신들은 저에게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신화의 강인한 인물들이 지닌 개인적인 이야기와 보편적인 조건들이 우리를 연결시키며 각자 나름대로 신화를 받아들일 수 있죠. 우리 모두에게는 스스로 이끌어야 할 싸움이 필요하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하나의 이상을 ‘믿을’ 필요가 있습니다.”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경험과 조각가 필립 시네의 학생으로 지낸 경험을 통해 그는 움직임과 자세, 그리고 그가 묘사하듯, 조각에 ‘내러티브한’ 성격을 부여하는 힘있는 선을 구사하는 기술을 배웠다. 또한 그의 스승 중 한 명인 장 밥티스트 카르포의 계보를 잇는 내적 긴장감을 터득했다. 시선에서 부드러운 불안이 느껴지는 고행자 같은 이 조각가는 슈브뢰즈 계곡에 자리한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모델 없이, 그렇지만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여기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데생이, 저기에는 코드롱의 인체도와 달의 여신 셀레네의 말 머리가 있다-인간과 동물의 작동 원리를 끈질기게 포착하며 조각한다.

그는 “몽클레어를 위해 디자인한 상상의 산골 영웅 <오로스 Oros> 같은 거대한 작품부터 주얼리 디자이너 알릭스 드 라 투르 도베르뉴를 위한 아주 작은 조각까지 자신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모험”이라고 말한다. 전문 기술과 시를 결합하는 그의 작품에서 자연은 귀중한 역할을 한다. 마르세이유의 수중박물관 앙즈 데 카탈랑에 잠긴 그의 거대한 조각 <포세이돈 Poseidon> 같은 작품은 잠수 마스크와 호흡용 튜브를 갖추고 물속에 뛰어들어야 볼 수 있다. 높이 3m의 <율리시스 Ulysse>는 2024년 여름 사블 돌론의 바다에 설치할 것이다. “숲 속에서 조각을 보며 걷는 코스도 꿈꾸고 있어요.”

은혜로운 상태. 거대한 페르세우스의 머리. “자연이 시적인 무게를 가져다 주죠.”

자신의 소망에 진심인 크리스토프 샤르보넬이 웃으며 말한다. “한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나를 능가하는 작품을 조각하는 것입니다.”

재창조된 신화. “우리는 고대 예술을 바라보며 또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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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자벨 스왕 Isabelle Soing

photographer

브누아 리네로 Benoit Lin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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