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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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예술계의 살아 있는 전설인 카를라 소차니. 그녀가 건축, 예술, 디자인, 패션을 품은 수장고이자 창작자에게 영감의 샘터가 되어줄 폰다치오네 소차니의 문을 열었다.

카를라 소차니의 개인 오피스.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서적과 자료들이 질서 없이 놓여 있지만, 이 모습마저 멋지다. ©️Martina Giammaria

멈추지 않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끊임없이 아름다움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 카를라 소차니. ©️Martina Giammaria

패션 잡지 편집장 출신인 카를라 소차니 Carla Sozzani는 밀라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10 Corso Como를 창립한 인물이다. 최근 그녀는 이 대단한 업적을 뒤로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을 선포했다. 바로 2016년 설립된 문화재단 폰다치오네 소차니 Fondazione Sozzani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이를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오랜 시간 단장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폰다치오네 소차니. 재단 오픈 소식과 함께 인터뷰한 그녀의 답변에선 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느껴졌다.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힘은 계속해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변으로부터 호기심을 품는 데서 나온다는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예술 세계에 새 지평을 열 폰다치오네 소차니를 소개한다.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는 서적들. ©️Martina Giammaria

아프리칸 부족의 전통 물건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오브제는 모두 크리스 루스가 만든 것이다. ©️Martina Giammaria

©️Martina Giammaria

©️Martina Giammaria

폰다치오네 소차니 재단은 다양한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 소차니의 개인 오피스를 비롯해 아트 워크 작업, 갤러리, 레스토랑, 팝업 공간 등으로 이루어진 이곳에 대해 소개해달라. 새로움을 탐구하기 위한 근본은 먼저 지역을 선택하고, 그 다음으로 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다. 보비사 Bovisa는 밀라노 도심 북쪽에 위치한 산업 지역으로 깊은 문화적, 사회적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이 산업 지역은 철저한 변화의 시기를 겪었으며, 현재 밀라노 공과대학의 존재 덕분에 디자인과 예술의 ‘용광로’로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건축가 렌초 피아노 Renzo Piano에 의해 버려진 이 산업 지역은 학생들을 위한 대규모 과학 공원, 혁신 허브로 변화하고 있다. 폰다치오네 소차니는 1960년대 지어진 건물로 수십 년 동안 포장공장과 차고로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공간 규모가 매우 크고 다양하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우리의 다양한 프로젝트 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할 수 있다. 패션과 사진, 그리고 도서관 등 재단의 대형 아카이브도 호스팅할 것이다.

이곳은 어떠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나? 폰다치오네 소차니는 2016년 카를라 소차니, 크리스 루스 그리고 사라 소차니 마이노 Sara Sozzani Maino에 의해 설립되었다. 사진, 패션, 순수미술, 응용미술을 통한 문화 진흥에 헌신하고 있다. 이 재단은 갤러리아 카를라 소차니의 후원을 맡아 1990년부터 갤러리가 지원해온 모든 관련 공공 역할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폰다치오네의 목표는 전시, 출판, 컨퍼런스 등의 만남을 통한 현대 문화적, 예술적 활동을 장려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책임을 부여받은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교육 및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현하여 차세대 창작자들에게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를라 소차니의 파트너이자 미국 화가 크리스 루스 Kris Ruhs의 역할이 크다고 들었다. 크리스 루스는 30년 넘게 우리와 함께한 많은 프로젝트, 특히 10 꼬르소 꼬모의 이미지 창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초기부터 그는 폰다치오네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으며 그의 재능과 무한한 상상력, 창의력은 독특한 상징을 갖고 있다.

카를라 소차니의 젊은 시절 모습. ©️Martina Giammaria

그녀의 업적을 정리한 아카이빙 자료들. ©️Martina Giammaria

이곳의 모든 오브제와 아트 작품들은 크리스 루스의 손길로 완성된다. 이토록 장인정신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 궁극적인 목표는 오직 장인정신만이 달성할 수 있는 완전한 건축의 개념이다. 화가이자 조각가, 디자이너인 크리스 루스는 건물의 복합적인 특성을 커다란 하나의 개체와 작은 개별 부분으로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의 아틀리에와 작업장은 이 공간의 일부이며, 그는 장인정신의 중요성을 차세대 창작자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우수성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크리스는 장인과 예술가 사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A×A(Art for Artisans, Artisans for Art) 운동을 창설했다.

고유한 스타일을 창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나? 재료, 색상, 실루엣 혹은 다른 어떠한 것이 있나? 창의성은 하나의 관점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무언가를 만들거나 편집할 때 모든 선택은 하나의 시선을 가져야만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시점에서 비로소 재료, 색상, 형태는 모두 자연스럽게 하나의 비전으로 합쳐진다.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여행, 문화, 자연 등이 영향을 미치나? 주변의 모든 것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창의성의 뿌리이며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다. 예를 들어 자연만큼 창의적인 것은 없다. 창작 과정은 꿈과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디자인 산업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발견하고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도전이 있다면? 오늘날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개성 있는 목소리를 유지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믿으며, 진정성과 헌신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을 따르지 말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보비사 지역에 위치한 폰다치오네 소차니의 건물 외관 모습. ©️Ilvio Gallo

갤러리 및 전시 쇼케이스로 운영될 공간. ©️Martina Giammaria

©️FONDAZIONE SOZZ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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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다치오네 소차니의 오픈을 기념해 크리에이티브 푸드 스튜디오 ‘위 아 오나 We Are Ona’와 협업한 스페셜 다이닝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루카 프론차토 Luca Pronzato가 이끄는 위 아 오나는 요리뿐 아니라 환경과 예술적 접근을 통해 독특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스튜디오다. 위대한 사진작가 마크 보스윅 Mark Borthwick이 그의 영상, 시, 음악을 담은 설치 작업을 통해 마법 같은 경험을 선물했다.

유행을 좇지 않고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요즘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있나? ‘트렌드’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은 평화를 가져다 주며 궁극적인 자유를 가져다 준다. 즉, 트렌드보다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자인 산업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 자신만의 감각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것.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수차례 실수를 겪어야 하지만, 한 번 찾으면 멋진 해방감을 준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항상 삶에 대한 다음 단계에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내 미래는 사랑하는 많은 일로 가득 차 있어 싫어하는 일을 저절로 잊게 만든다.

폰다치오네 소차니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이며 어떠한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겠나? 주로 패션과 사진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에 매우 열중하고 있으며, 책임감과 인식을 높이는 순환 패션을 장려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재능 있는 인재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대한 사진 및 패션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는 것 또한 큰 행운이다.

밀란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푸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위 아 오나와 협업해 특별한 다이닝 이벤트를 열었다. ©️FONDAZIONE SOZZ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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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motive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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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하우스가 리빙 산업에 미친 영향력이 이제 확고해졌다면, 자동차 리빙이라는 신흥강자에 주목해야 할 때다. 오랜 관습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며 디자인과 기술력이 집약된 전시를 선보인 5개 자동차 브랜드.

포르셰의 오리지널 페피타 패턴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 임스 플라스틱 사이드 체어.

 

PORSCHE

개막일에 열린 무용수들의 공연.

페피타 패턴으로 제작된 세 가지 아이코닉한 비트라 체어를 전시한 내부 전시 공간.

포르셰가 마련한 전시 <더 아트 오브 드림 The Art of Dreams>이 팔라초 클레리치 Palazzo Clerici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2021년 10월 파리에서 시작되어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여는 전시다.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를 맞이해 열린 전시 주제는 포르셰의 상징적인 페피타 Pepita 패턴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하학, 대칭, 리듬, 반복’을 이야기한다. 팔라초 한가운데에 마치 아이들이 노는 정글짐에 있을 법한 구조물이 들어섰는데, 이는 예술 집단 누멘/포 유스 Nuemn/For Use의 조각 <라인 오브 플라이트 Line of Flight>다. 관람객이 직접 내부에 들어가 탐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경량 구조물로 개막일에는 임레 Imre와 마르네 반 옵스탈 Marne van Opstal의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만남도 이어졌다. 스위스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비트라가 포르셰의 오리지널 페피타 패브릭을 활용해 세 가지 아이코닉한 의자를 제작한 것. 임스 플라스틱 사이드 체어, ID 트림 L ID Trim L, 프티 리포스 Petit Repos 체어가 페피타 패브릭을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이는 한정 수량 제작되어 판매될 예정. 포르셰는 이번 전시를 통해 페피타 패턴의 디자인 유산을 다시금 되살리며 디자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KIA

인간과 디지털 세계 간의 관계를 주제로 기아가 준비한 몰입형 전시. © Agnese Bedini

© Agnese Bedini

지난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첫 단독 전시를 연 기아가 올해 제로 Zero와 협력해 ‘오퍼짓 유나이티드 Opposites United’의 두 번째 에디션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 문화의 복잡성에 대해 탐구한 것으로 다양한 설치물과 공연,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개별적, 집단적, 인간과 디지털의 관계에 대해 조명했다. 주요 아티스트로는 안나 갈타로사 Anna Galtarossa, 리카르도 베나시 Riccardo Benassi, 시슬 툴라스 Sissel Toolas, 레드풀스 LedPulse 등 현대 예술가들이 여럿 참여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로는 밀라노의 유명한 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La Scala의 타악기 연주자들, 마야 선펠드 Maya Shenfeld 등이 공연을 펼쳤다. 또한 철학자, 예술 큐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토론을 이끌었다. 기아의 두 번째 전시는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경험해보고, 현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 수 있는 시간이었다.

 

BENTLY HOME

모듈형으로 제작된 로프트어스 Loftus 소파.

윌튼 Wilton 책상과 볼링톤 Bollington 오피스 체어는 올해 새롭게 공개된 홈 오피스 컬렉션이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만든 가구는 어떤 모습일까. 벤틀리가 이번 디자인 위크를 통해 첫 번째 홈 오피스 가구로의 진출을 알렸다. 사실 벤틀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홈 컬렉션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해 쏠리기에 이 소식을 모르는 이들도 많았을 터. 벤틀리 홈의 디자이너 카를로 콜롬보 Carlo Colombo는 페데리코 페리 Federico Peri, 프란세스코 포르셀리니 Francesco Forcellini와 협업해 지속 가능한 소재와 무한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갖춘 책상을 선보였다. 기존 거실, 주방, 침실을 위한 가구를 넘어서 오피스로까지 영역을 넓힌 것. 팔라초 키에사 Palazzo Chiesa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남부 이탈리아 살렌토에서 영감을 받은 멀티센서리 설치물이 함께 공개되었다. 새로운 컬렉션은 재료의 다양성과 형태의 가벼움을 강조하며 현대적인 럭셔리 가구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줬다.

가죽 버전의 로프트어스 소파와 칠톤 Chilton 암체어.

LEXUS

2m 높이로 제작된 조각은 히데키 요시모토의 <비욘드 더 호리즌>.

일본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가 밀라노의 토르토나 지역에 위치한 전시장 수퍼스투디오 피우 Superstudio Più에서 ‘시간’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었다. 렉서스의 차세대 배터리 전기차 LF-ZC의 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두 가지 설치 작품을 선보인 것. 일본 디자이너 히데키 요시모토 Hideki Yoshimoto는 차량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미래의 모빌리티를 탐구한 <비욘드 더 호리즌 Beyong the Horizon>을 공개했다. 이는 2m 높이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조각은 독특한 조명 효과를 발산해 다양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 배경에는 일본 전통 장인 기술과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거대한 4m 높이와 30m 너비의 프로젝션 스크린을 특징으로 한다. 이 스크린은 일본 혼슈 주부 지방의 도시 에치젠 Echizen 시의 전통 집에 주로 사용되던 종이 ‘와시’와 대나무 섬유를 사용해 지속 가능한 재료를 강조하기도 했다. 두 번째 설치물인 마르잔 반 오벨 Marjan van Aubel의 <8분 20초>는 에너지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탄소 중립과 럭셔리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며 기획됐다. 8분 20초는 태양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홀로그램 나무와 좌석 공간, 상호작용하는 태양을 배경으로 한다. 관람객은 대나무 천으로 만든 센서를 만지며 개인 맞춤형 일출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간과 경험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고자 기획된 렉서스의 전시는 기술이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보여줬다.

 

BUGATTI HOME

반짝이는 소재가 특징인 부가티 홈 컬렉션의 소파.

곡선이 돋보이는 다이닝룸 컬렉션.

부가티를 상징하는 C라인 자동차.

부가티 홈은 1909년 설립된 부가티의 역사와 유산을 강조하는 전시를 열었다. 벤틀리 홈과 동일한 전시 공간인 팔라초 키에사의 정원에 부가티를 상징하는 C라인이 존재감 있게 등장하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부가티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최첨단 장인 기술, 단순한 우아함, 세심한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 부가티 홈 컬렉션의 신규 라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유럽산 오픈 포어 오크, 유리, 금속, 래커 같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 시간을 초월한 정교함을 담아냈다. 주요 제품으로는 C라인을 모티브로 한 모듈 소파, 유리와 크롬 알루미늄 다리로 구성된 다이닝 테이블,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의자 등이 있었다. 특히 독특하게 구부러진 알루미늄 다리, 곡선형 유리, 가죽 좌방석, 재료와 디테일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드러낸 모습 등에서 부가티의 장인정신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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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함의 미학

투명함의 미학

투명함의 미학

스페이스 에이지 시대의 신비로움과 브루탈리즘의 거칠고 투박한 미학이 공존하는 예술 작품 같은 가구. 이탈리아 예술계를 들썩이고 있는 듀오 디자인 그룹 드라가&아우렐을 인터뷰했다.

닐루파 갤러리에서 선보인 ‘투명성의 문제’ 컬렉션.

디자인 파트너이자 부부인 드라가 오브라도빅(오른쪽)과 아우렐 K. 베이스도(왼쪽).

최근 이탈리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를 꼽는다면 드라가&아우렐 Draga&Aurel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디자인의 성지로 불리는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와 닐루파 갤러리에서 조명받으면서 그 위상을 톡톡히 증명해냈다. 시대를 초월한 독특한 다자인 세계관과, 낯설지만 기분 좋은 신비로움으로 예술 작품 같은 가구 및 아트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들. 잊지 못할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는 드라가&아우렐의 작품 세계관에 대해 들어봤다.

각각 패션과 음악 분야에 몸담아온 두 사람이 뭉쳐 디자인 스튜디오를 결성했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의 교육 배경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했고, 오랜 시간 동안 드라가 오브라도빅 Draga Obradovic은 텍스타일 디자이너, 아우렐 K. 베이스도 Aurel K. Basedow는 음악 교사로 일했다. 어느 순간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느꼈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것이 세르비아(드라가)와 독일(아우렐)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오게 된 이유다.

빈티지 가구를 재구성한 ‘데샤빌 Déshabillé’과 ‘헤리티지 컬렉션’이 드라가&아우렐 스튜디오의 첫 시작이었다. 현재 작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인데,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업사이클링에 대한 열정은 ‘사라져가는 것’처럼 여겨지는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이는 현지 상점과 중고 시장에서 수집한 독특하고 독창적인 조각들에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제품의 본질과 그 ‘영혼’을 해치지 않으면서 전체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디자인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자극제 중 하나이며, 스타일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습의 과정이자 다양한 재료와 제작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다.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에 연출한 다이닝 공간.

금속 프레임이 특징인 글린트 캐비닛은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컬렉션인 ‘투명성의 문제 Transparency Matters’의 주요 컨셉트는 무엇인가? 트랜스패런시 매터스는 우리 작업의 본질을 표현한다. 이 컬렉션은 꼬모 Como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 작품이며, 디자인과 예술에서 투명성의 역할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탄생했다. 미니멀리즘의 볼륨, 스페이스 에이지의 레트로 퓨처리즘에 관한 실험, 브루탈리즘의 형태와 재료, 옵티컬 아트(기하학적 형태와 미묘한 색채의 관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로 에폭시 레진, 시멘트, 금속 같은 재료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연구한다.

투명한 소재에 매료된 이유와 투명성이 주는 디자인적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투명성은 빛과 굴절의 끝없는 놀이를 제공하여 물체가 놓인 밝기와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표면을 통해 들여다보고 무한한 뉘앙스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투명하고 정직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좋아한다.

색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색상 팔레트를 사용한다. 상상력을 더해 우리만의 ‘레시피’로 색조를 혼합하고 만든다. 최근에는 주로 평온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파란색과 하늘색 톤을 사용했다. 반면, 아우렐의 최근 작품에는 순수와 열정을 나타내는 빨간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우렐의 아트 워크.

메탈릭한 소재와 형태가 우주를 떠올리게 한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페이스 에이지의 레트로 퓨처리즘이 우리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다. 가구를 장식하고 강한 밝기의 요소를 결합하기 위해 레진과 대조되는 금속을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예를 들어,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의 독점 제품인 글린트 Glint 캐비닛은 주변 환경을 반사하고 빛을 증폭시키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는 금속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뿐 아니라 캔버스 작업인 아트 워크도 선보이고 있다. 이 또한 가구 컬렉션의 연장선인가? 아우렐의 작품은 가구 컬렉션과 별도의 경로를 따르지만, 두 세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종종 그림에 깊이를 부여하기 위해 가구 컬렉션과 동일한 레진을 사용한다. 우리 전시와 프로젝트에 함께 등장하며 예술과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처럼 보이도록 디스플레이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주요 초점은 품질에 있으며, 우리의 목표와 일치하는 다양한 기업 및 갤러리와 협업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변치 않는 포부는 ‘일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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