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 Scenes of Fashion Living

Highlight Scenes of Fashion Living

Highlight Scenes of Fashion Living

패션 하우스의 리빙 컬렉션이 하나의 전시로, 또 감각적인 무대로 진화했다. 건축과 조형, 장인정신과
아카이브를 오가며 ‘삶의 공간’을 새롭게 정의한 패션 하우스. 2025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14개 장면을 소개한다.

바닥을 비추는 은은한 빛무리와 다채로운 유리 오브제가 조화로웠던 에르메스 뉴 컬렉션 전시장.

까시나가 리리코 조르지오 가베르 극장에서 선보인 몰입형 전시.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샬롯 페리앙의 가구로 채운 무대 위에서 극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1928년 설계되어 1965년 본격적으로 생산된 LC4 셰즈 롱 Chaise Longue 라운지 체어.

세 개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 무대 한쪽에 책 읽는 리더가 자리해 생생함을 더했다.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샬롯 페리앙이 디자인한 가구를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인 무대 전경.

가구 컬러가 돋보이도록 베이지 톤으로 구성한 퍼포머의 의상은 질 샌더.

CASSINA × JIL SANDER
이번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전시는 까시나 Cassina의 <Staging Modernity>였다. 최근 복원된 역사적 공간인 리리코 조르지오 가베르 극장에서 열린 전시인데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피에르 잔느레 Pierre Jeanneret, 샬롯 페리앙 Charlotte Perriand과의 협업 60주년을 기념하며, 거장들의 전설적인 가구 컬렉션과 그 유산이 현대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되새겼다. 전시 <Staging Modernity>는 가구 전시를 넘어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되었다. 포르마판타즈마 Formafantasma가 예술적 설치를 하고, 파비오 케르스티 Fabio Cherstich가 몰입형 극장 경험을 연출했으며, 퍼포머들은 관객 사이에서 등장해 무대 전체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공연은 모더니즘의 이념과 오늘날의 생태적 감수성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며, 동시대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질 샌더 Jil Sander는 무대의상을 제작했다. 유연한 움직임을 허용하면서도 공간과 가구 오브제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조형미가 돋보였다. 이는 질 샌더가 1984년에 함부르크 발레단의 ‘모차르트 338’을 위해 제작한 이후, 브랜드가 두 번째로 참여한 무대 예술 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디자인 유산을 재해석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이번 기획은, 밀라노의 중심에서 경험한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화려한 팔라초 천장 아래 우아하게 자리 잡은 패트릭 주앙의 소파. 쿠션과 블랭킷 등 텍스타일 컬렉션은 샬롯 페리앙.

아르헨티나 출신의 크리스티안 모하데드 Cristián Mohaded가 디자인한 소파.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스튜디오 캄파나의 가죽 소재 토템 바이닐.

LOUIS VUITTON
팔라초 세르벨로니의 화려한 프레스코화 천장 아래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조용히, 그러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펼쳐졌다. 올해 루이 비통은 패트릭 주앙 Patrick Jouin, 인디아 마다비 India Mahdavi,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 등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들과 협업하며 홈 컬렉션의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갔다. 그 중심에는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있었고, 스튜디오 캄파나와 함께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 고유의 모험적 미학이 한층 강화됐다. 공간 깊숙한 곳, 은은한 조명을 받은 채 빛나던 ‘칼레이도스코프 캐비닛’은 이름처럼 다채로운 면모를 품고 있었다. 거대한 꽃잎을 연상시키는 턴테이블 오브제 ‘토템 바이닐’은 사운드와 조형미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보여줬다.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 가죽을 정제된 조형물로 풀어낸 크리스티안 모하데드 Cristián Mohaded의 아벤투라 소파와 페가세 체어는 장인의 기술과 감각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선보인 곡선의 트레이, 하이메 아욘의 가죽과 세라믹을 결합한 오브제 등은 루이 비통이 말하는 ‘삶의 예술 Art of Living’을 또렷하게 시각화한다. 감각적 컬러, 그래픽적 형태, 유려한 곡선 속에서 루이 비통의 리빙 컬렉션은 공간 장식을 넘어 감각의 경험으로 완성되었다.

조민석 작품.

데이비드 치퍼필드 David Chipperfield 작품.

댄 매카시 Dan Mccarthy 작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작품.

타카유키 사키야마 Takayuki Sakiyama 작품.

LOEWE
로에베는 차를 따르는 행위를 하나의 의식으로 바라보았다. 팔라초 치테리오의 정제된 공간 안에 세계적인 아티스트 25명과 디자이너, 건축가들이 만든 티팟 컬렉션이 고요히 놓였다.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티팟’이라는 오브제를 해석했고, 그 결과는 감각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다도 문화에 뿌리를 둔 깊은 전통부터 각기 다른 재료에 대한 탐구, 형태의 재해석까지 공예라는 언어를 빌려 세대와 문화를 잇는 로에베만의 방식이었다. 손잡이와 주둥이, 즉 티팟의 가장 상징적인 디테일은 과감히 비틀어지고 변주되었고, 낯익은 형태는 낯선 비례로 다시 태어났다. 유약의 질감과 마감 또한 놀랍도록 다양했으며, 이는 물성을 실험하는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비롯된 감각이다. 로즈 와일리, 데이비드 치퍼필드,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조민석, 그리고 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인 도예가 이인진 등 예상 밖의 조합은 오히려 이 프로젝트의 진정성을 말해준다. 티팟이란 하나의 주제로, 로에베는 다시 한 번 자사의 철학을 되짚는다. 공예에 대한 존중, 창작자들과의 깊은 교류, 그리고 익숙한 것들에 대한 새로움의 시선. 2025년 살로네 델 모빌레의 시작을 조용하지만 인상적으로 알린 전시였다.

치콜로 필로지코 밀라네제에서 3일간 열린 미우미우의 두 번째 문학 클럽.

MIU MIU
미우미우는 올해 밀라노에서 다시 한 번 ‘문학 클럽’을 열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의 주제는 ‘여성의 교육’이다. 미우치아 프라다 Miuccia Prada의 연출 아래, 일본 쇼와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엔치 후미코와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의 상징 시몬 드 보부아르의 텍스트가 중심에 놓였다.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소녀성과 사랑, 성교육이라는 민감하고도 섬세한 주제를 다시 읽게 된다. 세라 망구소, 로렌 엘킨, 베로니카 라이모 등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각자의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오랫동안 여성에게 당연하게 주입되어온 규범에 대한 진실성과 필요성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여성의 정체성과 삶을 규정해왔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라이브 음악, 산문과 시의 낭송이 어우러진 시간은 단지 문학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분야를 넘나드는 감수성과 통찰을 지닌 이들이 모여서 과거의 지성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 공유하는 진정한 ‘클럽’의 장이었다. 미우미우는 그렇게 또 한 번, 패션을 넘어 사유와 문화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파티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발세시아 테이블 Valsesia Table은 디모레스튜디오 디자인.

로로피아나와 디모레밀라노가 선보인 몰입형 전시 <평온한 첫날 밤> 전경. 디모레스튜디오가 로로피아나를 위해 디자인한 홈 컬렉션으로 채워 로로피아나 하우스를 구현했다.

디모레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발세시아 테이블과 바랄로 베드 Varallo Bed.

LORO PIANA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뜻밖의 서사를 만든 것은 단연 로로피아나였다. 디모레밀라노 Dimoremilano와 가진 협업을 통해 선보인 몰입형 설치 작품은 그 자체가 영화 같았다. 여러 겹의 붉은 커튼을 가르고 들어서는 순간 세상과의 연결이 차단되며 완전히 어두운 공간이 펼쳐진다. 시야는 막히고, 감각은 예민해진다. 그 정적을 깨듯 갑작스레 시작되는 폭풍우 소리, 번쩍이는 조명 아래, 로로피아나 하우스의 조각들이 찰나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평온한 첫날 밤 La Prima Notte di Quiete>이란 제목의 설치 작품은 디모레밀라노 특유의 드라마틱한 연출과 로로피아나의 정제된 미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완성됐다. 파편처럼 흩어진 유리잔, 어지럽게 놓인 의류와 접시, 다 마시지 못한 음료수 잔. 이 혼돈은 계산된 연출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공간 안에는 로로피아나의 홈 컬렉션과 아카이브 빈티지 아이템,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된 새로운 가구와 테이블웨어와 텍스타일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친밀한 일상의 장면에 영화적 긴장감을 덧입힌 설치는 그 어떤 쇼룸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며, 로로피아나라는 브랜드가 지닌 감도 높은 미학의 지평을 새롭게 확장해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무색의 구조물이 돋보인 에르메스 뉴 컬렉션 전시 전경.

토마스 알론소가 디자인한 피보 드 에르메스 Pivot d’Hermès 테이블.© Studio des Fleurs

HERMÈS
‘무엇이 하나의 오브제를 완성하는가’. 에르메스는 올해도 건축가 샬롯 마코 페렐만 Charlotte Macaux Perelman의 시노그래피를 통해 이 질문에 섬세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알렉시스 파브리와 함께 메종의 아트 디렉션을 맡고 있는 그녀는 ‘컬러’와 ‘투명성’을 올해의 중심 키워드로 삼았다. 공중에 띄워진 듯한 순백의 박스 아래, 바닥 위로 드리운 영롱한 색채의 빛 무리가 새로운 오브제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꽃병, 물병, 상자 같은 일상의 형상이 에르메스의 장인 정신을 만나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로 재탄생했다. 디자이너 토마스 알론소Tomás Alonso의 ‘피보 드 에르메스’ 코너 테이블은 다양한 컬러의 유리가 만나 구조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미학을 이루며 단연 눈길을 끌었다. 색유리를 체커보드 패턴으로 구성한 카자크 화병과 글라스 역시 이번 컬렉션의 주요 오브제로 자리했다. 에르메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가죽 또한 빠질 수 없다. 전통적인 말 담요에서 착안한 타탄 무늬를 연상시키는 패독 바스켓, 그리고 기하학 패턴이 직조된 새로운 홈 플래드와 블랭킷은 부드러운 캐시미어 위에 경쾌한 색감으로 직조되어, 기능성과 우아함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정제된 형식 안에 담긴 다채로운 감각, 에르메스는 다시 한 번 오브제가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그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33피스의 카올린 화이트 포슬린 테이블웨어 ‘에르메스 엉 콩뜨르포앙 Hermès en Contrepoint’. 아티스트 나이절 피크가 수채화로 직접 그린 기하학적 모티프의 테두리가 시각적인 리듬감을 더한다.

깊이 있는 컬러 그러데이션이 돋보이는 ‘에르메스 더블 d’Hermés Doublè’. 가죽 커프와 유리의 투명함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반복적인 원형 도트 무늬가 특징인 ‘타피스 H 닷 오시에 Tapis H Dots Osier’.

자카드 위로 겹쳐지는 컬러 조화가 돋보이는 플래드 ‘스트라이프 다이 Striped Dye’. © Studio des Fleurs

색유리를 냉각 커팅해 체커보드 패턴으로 완성한 ‘카자크 Casaque’ 화병.

1967년 주한 프랑스 일본대사관저를 위해 디자인한 소파.

원형 테이블 ‘테이블 밀푀유’(1963)는 작은 모형으로만 있던 것을 처음 실물 크기로 생산했다.

물결 무늬의 구조물이 웅장함을 자아낸 생로랑 전시장. 인도차이나 게스트 암체어 ‘Le Fauteuil Visiteur Indochine’는 샬롯 페리앙이 베트남에 머물던 시절 직접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한 것. 오른쪽의 선반 리우데자네이루 도서관 ‘La Bibliothèque Rio de Janeiro’은 단단한 로즈우드 소재와 케인 마감이 돋보인다.

SAINT LAURENT
생로랑과 안토니 바카렐로는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모던 디자인의 선구자 샬롯 페리앙 Charlotte Perriand과의 특별한 협업을 선보였다. 전시 <Saint Laurent: Charlotte Perriand>은 1943~67년 페리앙이 디자인한 가구 네 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일부는 지금껏 스케치 혹은 소형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하는 작품이다. 바카렐로의 큐레이션 아래 생로랑이 이를 처음 실물로 제작했고,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정교하게 복원해 공개한 것이다. 세 점은 페리앙이 세계 곳곳의 자택과 파리 외교관 저택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그녀의 사적인 취향과 실용주의적 미감이 담겨 있다. 특히 ‘테이블 밀푀유 Table Mille-Feuilles’는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모형으로만 전해지던 작품인데,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실물 크기로 구현되었다. 이는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디자인 유산을 복원하고 재조명하려는 생로랑의 진심 어린 행보이자, 샬롯 페리앙의 모더니티에 매료된 이브 생로랑의 시선을 이어가는 프로젝트다. 생로랑은 생전 그녀의 가구를 직접 수집했고, 피에르 베르제 Pierre Bergé는 글로벌 회고전을 적극 지원한 바 있다. 숨겨져 있던 디자인 아카이브를 밀라노의 중심에서 다시 불러낸 이번 전시는, 시대를 초월한 조우이자 생로랑식 모더니티의 정의로 남는다.

커다란 트렁크에 에트로의 문화적 영감을 담은 다양한 오브제를 선보인 ‘여정’ 섹션.

아르니카의 무한한 다양성을 만화경 디자인으로 풀어낸 ‘아이콘’ 섹션.

ETRO
독창적인 패턴과 깊이 있는 유산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에트로는 이번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도 텍스타일에 대한 브랜드의 철학과 장인정신을 유려하게 풀어냈다. 브레라 중심부, 비아 폰타치오에 자리한 에트로 홈 부티크에서 열린 아르니카 40주년 기념 전시 <5 Threads, 40 Years>는 브랜드의 대표적인 자카드 패브릭 ‘아르니카’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아르니카는 에트로의 상징적인 페이즐리 패턴을 담은 직물로서, 다섯 가지 컬러로 직조되며 고유의 유기적인 질감과 생동감 있는 시각미를 지닌다. 다양한 공정을 거친 탄탄한 자카드 원단에 레진 코팅을 더해 기능성과 내구성까지 갖춘 원단은 오랜 시간 밀라노 하우스를 대표하는 텍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전시는 ‘창조’, ‘아이콘’, ‘여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 아르니카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에트로의 여행 같은 디자인 여정을 되짚는다. 특히 마지막 공간에 놓인 커다란 트렁크는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수십 년간 에트로가 수집한 문화적 영감과 세계 각지의 탐험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에트로의 텍스타일 철학을 가장 순도 높게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꼭두각시 인형을 만드는 금속공예가 알프레도 마우체리 Alfredo Mauceri. © Photo by Lorenzo Bringheli

핸드페인팅 플레이트를 선보이는 ‘코스탄자 파라비치니 & 메디치가의 딸들 Costanza Paravicini & Medici Daughters’. © Photo by Lorenzo Bringheli

섬세한 가죽 마감과 바닥의 러버 페블이 돋보이는 토즈의 고미노 로퍼. © Photo by Lorenzo Bringheli

TOD’S
토즈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우수성과 전통적인 장인정신을 기리기 위한 책 ≪이탈리안 핸즈: 이탈리아 장인들의 이야기 ITALIAN HANDS: ARTISANAL STORIES FROM ITALY≫을 출간했다. 이 책은 브랜드의 상징적인 고미노 Gommino 로퍼를 기념하며, 이탈리아 장인들이 빚어낸 예술적 걸작을 조명한다. 1970년대 말 탄생한 고미노 로퍼는 150년 전 드라이빙 슈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으며, 그 바닥에 세팅된 133개의 러버 페블이 대표적인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고미노의 제작 과정은 토즈 팩토리 장인들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레더 생산부터 레더 커팅, 세밀한 바느질까지 모든 단계가 정성스레 이루어지며, 이는 장인정신을 통해 생명력 있는 고미노를 탄생시킨다. ≪이탈리안 핸즈≫는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도 전통을 이어가는 현대의 장인을 함께 소개한다. 유리 공예를 다루는 무라노 장인부터 도자기, 황동, 청동 등 다양한 분야의 장인을 포함하며, 그들이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장인정신을 계승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장인정신이 미래에도 여전히 필수적이고 가치 있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청키한 스트라이프 패턴과 다채로운 컬러가 어우러진 마리메꼬 전시장.

홈웨어부터 침구, 쿠션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인 마리메꼬 × 라일라 고하르 컬렉션.

커다란 침대에 누워 마리메꼬 홈 컬렉션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MARIMEKKO
마리메꼬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라일라 고하르 Laila Gohar와 유쾌한 협업을 선보였다. 이번 협업의 중심은 마리메꼬의 아카이브에서 뽑아낸 마이야 아이솔라 Maija Isola의 대담한 스트라이프 패턴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테아트로 리타의 공간에 드리운 사랑스러운 핑크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침대에 푹신한 패브릭으로 둘러싸여 누워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관객이 실제로 침대에 누워 패브릭의 감촉을 경험하며, 컬렉션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은 라일라고하르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다림질만 되어 있으면 외출복이 될 수 있다”는 그녀의 아이디어는 곧 침실과 외출 모두에서 착용 가능한 파자마 세트를 디자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마리메꼬는 침실 테마의 아이템들을 선보이며, 아카이브 속 스트라이프 패턴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캡슐 컬렉션에는 시원한 하늘색, 시트러스 옐로, 풍부한 플럼, 베리 레드 등 경쾌한 색상으로 완성된 면 소재 파자마 세트와 수면 안대, 침구류, 세라믹 제품 등이 포함되어, 일상 속에서 마리메꼬의 디자인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돌체앤가바나가 최초로 선보인 아웃도어 컬렉션 쌩 장.

지중해 숲의 생명력을 떠올리게 하는 베르데 마욜리카 컬렉션.

DOLCE & GABBANA
돌체앤가바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하고 대담한 패턴의 새로운 카사 컬렉션을 선보였다. 베르데 마욜리카 Verde Maiolica, 리넨 침구 컬렉션, 고담 Gotham 가구 시리즈, 쌩 장 Saint Jean 아웃도어 컬렉션 등이 포함된 다채로운 라인은 저마다의 개성과 특성을 뽐내며 관람객을 반겼다. 특히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아웃도어 가구 라인 쌩 장은 럭셔리 리빙 그룹과 협력한 제품으로, 그중에서도 과감한 레오파드 프린트 소파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실상부하게 드러냈다. 화이트 베이스 위에 짙은 그린 컬러가 조화를 이룬 베르데 마욜리카 시리즈도 인상적이었다. 지중해 숲의 생명력을 떠올리게 하는 섬세한 패턴은 남부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세라믹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다. 1920~30년대의 아르데코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고담 라인은 앞선 두 라인과 대비되는 정제되고 차분한 색감을 보였다. 독특한 컬러감과 풍부한 질감, 장인의 정교한 마감 처리는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세련미를 선사하며 다채로운 컬렉션을 완성했다.

‘삶의 예술’을 주제로 컬렉션을 선보인 베르사체의 캠페인 포토.

곡선의 교차를 모티프로 한 스테이지와 고전적인 기둥에서 영감받은 아크로폴리스 테이블.

VERSACE
‘베르사체를 경험하는 것은 하나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지속적으로 얘기해온 베르사체. 베르사체 홈 또한 브랜드의 절제된 품격과 화려함을 기반으로 그것을 입고, 먹으며, 그 위에 앉고, 그 안에서 잠드는 삶을 제안해왔다. ‘삶의 예술’을 주제로 펼친 이번 살로네 델 모빌레 전시에서는 네오클래식 디자인에 대한 존중과 재해석에 대한 갈망을 바탕으로 이어진 자긍심 어린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30여 년에 걸친 브랜드의 역사적인 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2010년 처음 선보인 베르사체 홈의 대표 아이템, 하렘 Harem 암체어는 리에디션을 거쳐 등받이에 베르사체의 상징인 금색 메두사 디테일을 추가했으며, 아고라 Agora 소파는 광활한 볼륨과 깊은 좌석감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곡선 형태의 좌석과 대비되는 날카로운 각도의 다리를 가진 드롭 Drop 소파 또한 이번 컬렉션의 핵심 중 하나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연출하며 편안함은 물론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브랜드의 문화적 유산을 담은 특유의 대담하고 다채로운 미학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가구, 장식 아이템, 홈웨어 등을 선보이며 계속되는 새로운 변화를 선보인 시간이었다.

숲 이미지를 배경으로 전개된 퍼리 애니멀 컬렉션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부첼라티만의 은세공 기법으로 고요하고 깊은 바다의 생명체를 정교하게 만들어냈다.

BUCCELLATI
부첼라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기 위한 메종의 헌신을 보여주는 <나투랄리아 Naturalia> 전시를 개최했다. 이 전시에서는 시대를 초월한 장인정신과 탁월함을 향한 부첼라티의 확고한 헌신을 보여줬다. 메종의 실버 네이처 Silver Nature와 퍼리 애니멀 Furry Animals 컬렉션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실버 소재를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부첼라티 금세공인의 탁월한 예술성을 담았다. 특히 실버 소재의 퍼리 애니멀 컬렉션에서는 실버 필라멘트의 정교함이 모피와 깃털에 생생한 질감을 부여하며 정교하고도 실제적인 창작물로 탄생했다. 전시회 각각의 공간에는 나뭇잎, 동물, 조개같이 엄선된 실버 오브제를 배치해, 부첼라티의 세밀한 디테일을 살린 예술적인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감상할 수 있다. 실버 오브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분더카머 Wunderkammer 공간으로 기획된 본 전시의 제작은 몰입형 전시로 유명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 Balich Wonder Studio, 베를린의 식물 디자인 스튜디오 메리 레녹스 스튜디오 Studio Mary Lennox가 함께했다.

‘인 트랜짓’이라는 주제에 맞춰 아를레키노 열차에서 열린 프라다 프레임즈.

앨리스 로스톤 Alice Rawsthorn 디자인 평론가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PRADA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프라다 프레임즈 Prada Frames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와 병행해 열리는 연례 심포지엄으로서, 지적 탐구와 학제 간 대화가 사회적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매년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이슈를 디자인, 문화, 사회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조명하며, 제품보다 아이디어에 집중해왔다. 2025년 주제는 ‘인 트랜짓 In Transit’으로 사람, 상품, 데이터, 권력의 흐름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제한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인 물적 자원에 관한 토론이 오갔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심포지엄이 주제에 맞춰 실제로 ‘이동하는’ 두 곳의 공간에서 열렸다는 것이다. 첫 번째 장소가 1950년대의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오 폰티 Gio Ponti와 줄리오 미놀레티 Giulio Minoletti가 디자인한 아를레키노 Arlecchino 열차라면, 두 번째 장소는 밀라노 중앙역에 위치한 파디글리오네 레알레 Padiglione Reale다. 파디글리오네 레알레는 한때 이탈리아 왕족과 외국 국빈이 머물던 공간인데, 과거의 권위와 현재의 공공성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에서 프라다 프레임즈의 주제와 잘 맞닿아 있다.

CREDIT

에디터

,

TAGS
감각을 깨우는 호텔

감각을 깨우는 호텔

감각을 깨우는 호텔

파리 중심부, 튈르리 공원과 방돔 광장 사이에 바리에르 그룹의
새로운 호텔 메종 바리에르 방돔이 문을 열었다.

섬세한 벽 장식이 돋보이는 카스틸리오네 스위트.

호텔에서 가장 넓은 룸인 그랜드 스위트 조르주 상드. 대담한 여성 작가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문학 살롱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텔 안뜰에 위치한 레스토랑 ‘프리다 Frida’.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대담한 색채가 돋보인다.

파리는 유럽에서 호텔 수가 가장 많은 도시인데, 약 1600개가 공식 등록되어 있다. 이 호텔들은 프랑스 관광청이 정한 공식 분류 기준에 따라 등급이 나뉘며, 특히 5성 호텔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일반 객실 면적(24m² 이상), 24시간 리셉션 운영, 레스토랑 3개 이상 운영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현재 파리에는 116개의 5성 호텔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이 중 오랜 전통과 최고급 서비스를 갖춘 12곳은 최고급 호텔 ‘팔라스 Palace’로 지정되어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약 2400만 명이 파리의 호텔에 머문 것으로 발표되었고,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는 리모델링 중이거나 새롭게 문을 여는 호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파리는 호텔 간 총성 없는 전쟁터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프랑스 럭셔리 호텔 브랜드 바리에르 그룹이 파리에 새로운 호텔 메종 바리에르 방돔 Maison Barrière Vendôme을 열며 호기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리에르 그룹의 가장 럭셔리한 호텔 르 푸케츠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호텔인 만큼 파리를 방문하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 본사로 쓰이던 건물인데, 바리에르 그룹이 인수한 뒤 파리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어우르는 호텔로 재탄생했다. 튈르리 공원과 방돔 광장 사이라는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한 이 호텔은 총 26개 객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리와 인연이 깊은 여성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각 객실이 꾸며졌다. 사라 베르나르,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등의 예술가에게서 영감을 받은 섬세한 감성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9개의 스위트룸 또한 카미유 클로델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퍼케일 Percale 소재가 사용되었다. 호텔 안뜰의 파빌리온에서는 프리다 칼로를 기리는 레스토랑이 자리하며, 멕시코 출신 셰프의 대담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 호텔 디자인을 총괄한 다니엘 지베르는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었지만, 새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파리에서 우리가 꿈꾸는 바로 그만큼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메종 바리에르 방돔은 일반적인 호텔이 아닌, 머무는 이의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 그 자체가 되기 바라며 문을 활짝 열고 파리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ADD 17 Rue du Mont Thabor, 75001 Paris, France WEB hotelsbarriere.com

CREDIT

에디터

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TAGS
Analog Lightscape

Analog Lightscape

Analog Lightscape

오디오테크니카는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신제품 턴테이블 ‘호타루 Hotaru’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일본어로 ‘반딧불이’를 뜻하는 이름처럼, 음악 감상의 순간적 아름다움을 빛으로 시각화한 제품으로서 브랜드 캠페인 ‘아날로그~ 내추럴리 Analog ~ Naturally’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제작되었다. 자성을 이용한 플로팅 구조는 기기의 몸체를 공중에 띄워 외부의 모든 진동으로부터 분리시키며, 마치 무중력 상태의 사물처럼 시간마저 유예된 듯한 정적을 연출한다. 음악에 반응하는 조명 시스템은 시각 효과뿐 아니라 리듬과 감정선을 따라 변화하는 색의 파장으로 감상자를 몰입하게 한다. 빛은 음악이 머무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되고, 공간은 ‘듣는’ 경험에서 ‘느끼는’ 차원으로 이동한다. 회전하는 디스크 위로 은은하게 퍼지는 빛의 움직임은 음의 결과 조우하며, 감각의 층위를 확장해줄 것이다. WEB audio-technica.co.jp

 

CREDIT

에디터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