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하는 딕시 고속도로 주변에는 골동품상과 상점이 늘어서 있다. 1950년대 모습을 간직한 이 멋진 곳을 자동차로 달리면서 즐겨보자.
↑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멋스러운 신호등. 마이애미에서 출발해 미국 북부로 가려면 이 딕시(Dixie) 고속도로를 타고 웨스트 팜비치까지 직진하면 된다.
미국 남부, 정확히 말하자면 마이애미와 웨스트 팜비치를 연결하는 딕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지역은 1950년대에 여러 구역으로 분할되었다. 100여 킬로미터에 걸친 고속도로를 따라 많은 골동품상이 들어섰는데 한 집 걸러 골동품상이 있을 정도로 많았다. 멋스러운 골동품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창고에 싸구려 상품과 눈에 띄는 귀한 물건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특별한 목적과 동기를 갖고 이곳으로 온 상인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이후 10년간 빠른 속도로 생활의 터전을 바꾸어 나갔다.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사회적, 도덕적 성장도 함께 이루어진 것이다. 더불어 당당한 발언권을 지니게 된 주부의 요구에 따라 당시의 모든 디자이너와 실내 장식가는 램프, 책장, 소파와 그 밖의 편리한 생활 가구 등 여성을 편리하게 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가구의 알루미늄 다리, 석유화학 내장재, 인조가죽, 멜라닌 식기류 등 많은 가재도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시기다.
↑ 딕시 고속도로 근방에 있는 한 레스토랑. 와인 컬러의 인조가죽으로 만든 의자와 철제 돔형 천장 등 전형적인 1950년대 스타일이 남아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산업디자이너 러셀 라이트(Russel Wright)가 처음 제시한 현대 가정의 보편적인 생활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았으며 미국은 물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러셀 라이트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폴 에반스(Paul Evans)와 필리프 로이드 파월(Philipp Loyd Powell)이 디자인한 가구도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1950~60년대에 플로리다 주는 미국 대륙을 여행하는 이들을 유치할 목적으로 장식미술가들을 불러모아 도시를 재정비했다. 중고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딕시 고속도로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모텔과 네온 불빛 아래서의 저녁 식사 그리고 고풍스런 커피숍 등이 가득한 축제의 도시로 연결해주는 길이었다. 당시의 캐딜락을 타고 천국과 같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탈 여행은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다. 또 12월 초에 이곳을 방문하면 현대미술 전시회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를 구경할 수도 있다. 이 지역의 골동품 상점의 창고는 화려한 전시실을 방불케 하며, 미술 시장의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 1960년대 디자인한 캠핑카 ‘에어스트림(Airstream)’을 개조한 레스토랑. 번쩍이는 표면이 마이애미의 거리를 반사하며 더욱 멋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1 마이애미 해변에 있는 미국 성조기 문양을 한 해상구조 초소.
2 워싱턴 대로 11번가에 위치한 레스토랑 ‘디너’의 내부. 붉은색 인조가죽 의자가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한다.
3 1959년형 캐딜락 젭시 레이디는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애마 역할을 해주었다.
1 해변가에 자리한 스탠더드(Standard) 호텔의 로비. 다채로운 컬러로 장식한 유리창이 아름답다.
2 자동차 박물관인 디저 컬렉션 뮤지엄(Dezer Collection Museum)에 장난감처럼 늘어서 있는 클래식한 자동차들.
3 딕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는 아이스크림 매장 ‘카벨(Carvel)’은 커다란 아이스크림 콘 모양 덕분에 쉽게 눈에 띈다.
↑ 웨스트 팜 비치의 한 골동품 가게. 디자이너 폴 에반스와 필리프 로이드 파월이 만든 멋진 나무 책장과 금속으로 제작한 각종 공예품이 있다.
기획 다니엘 로젠츠로크(Daniel Rozensztroch)│글 앙-세실 산체스(Anne-Cécile Sanchez)│사진 제롬 갈랑드(Jérôme Gal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