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나 각종 조리 도구를 오래 쓴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주방에서 버려야 할 것.
식재료
냉장고는 전체 공간의 70% 정도만 채우는 것이 냉장 효율에 가장 좋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비워 공간을 확보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메이는 자투리 채소의 경우 한 달에 한두 번 종류에 상관 없이 모두 냄비에 담아 다시마를 넣고 끓여 채소 육수를 낸다고 한다. 영양소가 많은 파 뿌리 등의 채소 꼬투리도 버리지 않고 밀폐용기에 모아두었다가 이때 한꺼번에 활용한다. 또는 자투리 채소와 간장을 오랜 시간 한데 끓여 맛간장을 만들어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냉동실도 영원히 안전한 곳은 아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윤혜는 냉동실에 보관한 식재료 중 마르거나 습기를 머금고 서리가 끼어 있는 것은 상했다는 뜻이므로 과감히 정리하라고 말한다. 쇠고기는 최대 3개월, 닭고기는 6개월, 등 푸른 생선은 1달 정도 보관할 수 있지만, 가능한 한 빨리 먹거나 처분하는 것이 낫다. 냉동실은 꽉 채워도 기능에는 무리가 없지만 넣어두고 잊어버려 묵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한다.
통조림과 각종 양념
통조림과 각종 양념은 평소 구입 일자를 적어 라벨을 붙여 순차적으로 사용하면 내용물이 상해 버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통조림의 경우 찌그러지거나 녹이 슨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틈새로 산소가 들어가 내용물이 상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념류는 개봉하면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아도 상하거나 변할 염려가 있다. 향신료의 경우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도 향이 날아가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메이는 이럴 때는 달군 팬에 향신료를 볶아 향이 집 안 가득 퍼지도록 만들어 집 안의 군냄새를 제거하는 용도로 활용한다고 조언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은은 유통기간이 지나 향이 날아간 찻잎의 경우 살짝 적셔 냉장고 속에 넣어 잡냄새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하길 권한다. 또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산패한 오일은 모아두었다가 비누로 만들어도 좋다.
조리 도구
코팅 제품의 평균 수명은 2~3년. 하지만 앞서 코팅이 벗겨지면 유해물질이 나오므로 재빨리 버리도록 한다. 단지 묵은 때가 꼈다면 베이킹파우더, 밀가루, 식초, 흑설탕 등을 이용해 깨끗하게 세척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은 잘 닦아서 쓰면 새것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 많이 탄 경우에는 철 수세미로 닦아야 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상영은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의 탄 자국을 효과적으로 닦으려면 베이킹소다를 탄 부분에 뿌려놓고 뜨거운 물을 부어 불린 다음 부드럽게 세척하길 권한다. 냄새가 배었다면 끓는 물에 식초를 넣고 팔팔 끓이면 된다. 요즘 주부들이 많이 사용하는 주물 냄비는 10년 이상의 수명을 지니고 있지만, 일단 흠이 생기면 복원되지 않아 수명이 줄어들므로 평소 잘 살펴본다. 녹이 난 경우에는 철 수세미로 최대한 닦고 나서 열로 달궈 기름칠을 하고, 150℃ 정도의 오븐에서 최소 1시간이나 최대 2시간가량 구우면 주물이 달궈지면서 코팅막이 다시 생겨 새것같이 쓸 수 있다. 뒤집개, 국자 등의 조리 도구 역시 꼼꼼히 살펴야 한다. 거품 국자나 고운 망 등 깨끗하게 세척하기 힘든 조리 도구는 베이킹소다를 넣고 삶았는데도 깨끗하지 않다면 수명이 다한 것이다. 마모된 나무 도마는 목재소에 맡기면 깎아서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틀어지거나 곰팡이가 생겼다면 위생을 위해 버리는 것이 낫다.
그릇과 커트러리
그릇은 반드시 세트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짝이 맞지 않는 이유로 버리지 않아도 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윤혜는 도자 그릇의 경우 햇빛에 비추어 실금이 가 있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는지 살펴보길 권한다. 모르고 사용하다 손을 다칠 수 있으며, 이물질이 끼어 잘 닦이지 않아 미생물이 번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처분해야 한다. 멜라민 소재의 식기는 끝이 물렀거나 손상된 경우에 버리며, 나무 식기는 틈새 사이로 얼룩이 진하게 올라오면 오염됐다는 신호이므로 버리는 것이 낫다. 또 오래된 그릇은 종종 화분으로 재활용하기도 하는데, 구멍이 없는 식기는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의 화분으로 사용하면 된다. 부피가 큰 접시는 작은 용품들을 모아두는 주방 정리함 용도로 활용해도 좋다. 커트러리는 잘만 닦아주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주방 용품. 나무 소재의 커트터리는 끝이 닳거나 변색이 심하면 버린다.
주방 청소 용품
수세미나 행주 등의 청소 용품은 오염 정도를 육안으로 살피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사용 기간을 기준으로 삼도록 한다. 최소한 한 달 간격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에디터 송정림
출처 〈MAISON〉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