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러 간 백화점

먹으러 간 백화점

먹으러 간 백화점

오늘도 백화점에 간다. 새로 입고된 신상 카디건 때문이 아니다.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 입점한 일본 오사카의 유명 롤케이크를 맛보기 위해서다. 사러 가는 곳에서 먹으러 가는 곳으로 달라진, 요즘 백화점의 푸드코트를 소개한다.

↑ 서울에 흩어져 있는 맛집을 모아 부티크 컨셉트로 꾸민 고메이 494.

백화점의 들르기 전, 늘 치르는 통과의례가 있었다. 공복엔 구매 욕구가 무한 상승되기 마련이니 미리 배를 두둑이 채운 다음에야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하는 것. 인근 유명 맛집을 들르거나 그럴 여유도 없을 땐 백화점 지하 식품관 푸드코트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기름이 좔좔 흐르고 때깔 좋은 모형 음식과 달리 늘 기대치 이하의 요리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 백화점 식품관의 푸드코트가 달라졌다. 신사동 가로수길, 한남동, 이태원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에 가지 않아도 맛볼 수 있는 유명 맛집을 입점시키고 있는 것. 이러한 추세는 서울을 기점으로 경기권과 지방의 백화점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도대체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서라도 유명 맛집을 백화점으로 들이는 이유는 뭘까?

↑ 새롭게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고메 스트리트. 모던한 분위기에 오피스족과 싱글족을 위해 고안한 푸드바가 이색적이다.

그 시작은 백화점 내 맛집을 대거 도입한 선구자 격의 갤러리아 고메이 494이다. 2년 전, 식품관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업계 최초로 맛집으로 통용되는 매장만을 입점시켰다. “진정성을 갖춘 맛집을 모으기 위해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배제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으로만 입점했습니다. 그리고 향후에도 끊임없이 변하는 외식 트렌드에 맞춰 츄러스, 브런치 등의 신규 맛집으로 교체했습니다.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유명 브랜드를 팝업 스토어로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고메이 494 F&B 전략팀의 안진아 매니저의 말이다.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업 시간 내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고메이 494. 식사 시간에는 어떤 매장을 찾든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푸드코트를 이용하는 동안의 편의를 고려한 특별 서비스도 한몫했다. 매장 어느 자리에 앉아 있어도 주문한 음식을 갖다주는 위치 추적 서비스가 그것. 그리고 매달 가장 인기있는 매장을 공개해 고메이 494 자체만의 맛집 차트도 만들었다.

이러한 푸드코트의 변화는 백화점 전체 매출에 영향의 끼쳤고 타 백화점 역시 영향을 받아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하며 이 대열에 동참했다. 그중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인절미 전문점 ‘고물’, 프렌치 디저트숍 ‘메종 드 조에’, 유럽식 베이커리 ‘르알래스카’ 등의 디저트와 베이커리 매장에 집중했다.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 본점에 초코파이로 유명한 전주의 풍년제과 PNB가 입점했으며 프랑스 고급 디저트 브랜드인 피에르 에르메 파리의 한국 첫 매장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들였다. 이어서 백화점의 맛집 입점 러시에 화룡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8월 말에 새 단장을 마치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고메 스트리트. 1929년 미치코시 경성 지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이었던 신세계백화점의 본점 역시 지금까지의 행보와 다른 대대적인 리뉴얼로 새로운 식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유럽이나 뉴욕, 일본 백화점의 선진 푸드코트과 같이 퀄리티 높은 음식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식음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바르다 김선생’, ‘공차’, ‘딘앤델루카’ 등 검증된 맛집만을 엄선했고 자유로운 동선의 룸투룸 방식과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오픈 키친 형태의 푸드바를 기획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 F&B팀 한희정의 말이다.

1 고메이 494의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2 서울에 흩어져 있는 맛집을 모아 부티크 컨셉트로 꾸민 고메이 494.

이태원의 유명 디저트숍의 A대표는 백화점 내 맛집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한 끝에 입찰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월세, 보증금, 권리금 없이 판매 금액에 따른 수익률이 책정됩니다. 안 팔리면 적게 내고 잘 팔리면 많이 내는 구조죠. 요즘 패션 브랜드와 같이 외식 업계에서도 한 브랜드 안에 컨셉트를 달리한 세컨드 브랜드의 론칭이 화두인데요. 예를 들면 갤러리아 고메이 494의 오세요 by 벽제갈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누들바 by 호무랑 등이 있죠. 외식 업계에선 영세한 맛집의 백화점 내 입점은 브랜드 확장이자 세컨드 브랜드의 론칭으로도 여겨지고 있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만으로 대국민 맛집으로 인식되는 경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렇듯 백화점과 맛집 간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발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유명 맛집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으니 눈과 입이 즐거운 현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치열한 유치 경쟁에 특정 장소를 가야지만 먹을 수 있었던 맛집의 고유성과 희소성이 사라지는 건 아쉬운 점. 백화점 간에 도에 넘는 베끼기 또한 아쉬울 따름이다. 앞으로의 다채롭고 풍성한 식문화를 위해 분별력과 특색을 갖추고 진화된 푸드코트를 기대해본다.

에디터 이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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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러 간 백화점

선선한 바람이 불면

선선한 바람이 불면

불볕더위가 사라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초입. 마음 흘러가는 대로 가고 싶은 새로운 맛집 리스트.

마법의 수프
뉴질랜드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따뜻한 수프의 매력에 빠진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와 차린 아이 러브 수프 I Luv Soup. 애피타이저 정도로만 여기는 수프에 대한 인식에 안타까움을 느껴 끼니로도 손색이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종류의 수프를 판매한다. 양지머리를 반나절 끓여서 깊은 맛을 낸 토마토 베이스의 ‘헝가리안 스타일 비프 스튜’와 조개와 다양한 야채가 들어간 크림 베이스의 ‘뉴 잉글랜드 클램 차우더 수프’ 등 특별한 레시피의 수프를 구비하고 있으며, 주먹밥, 나초, 엔젤헤어 파스타 등의 토핑을 선택해 곁들일 수 있다. 수프를 면이랑 먹으면 국수처럼, 주먹밥이랑 먹으면 카레나 덮밥처럼 즐길 수 있다.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라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외국 생활을 오래한 이들이나 싱글족도 많이 찾는다고.
ADD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4번지 오로라빌 101-1호
TEL 070-7802-0820

봉주르 파리
프랑스식 고급 베이커리를 표방하는 곤트란 쉐리에 Gontran Cherrier.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파티셰 집안에서 태어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고 요즘 프랑스에서 스타 셰프로 인기를 몰고 있는 26세의 청년, 곤트란 쉐리에의 국내에서의 첫 부티크다. 프랑스 정부 인증을 받은 최고급 밀가루, 노르망디산 최고급 황금빛 버터, 건포도와 현미를 발아시킨 천연 효모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최고급 재료로 만든 프랑스식 크루아상과 바게트 외에 타르트와 샌드위치도 판매하는데 프랑스식 정통 베이커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ADD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96-5 1층
TEL 02-599-0225

에너제틱 주스
갓 만든 주스만을 판매하는 주스 전문점, 트라이바 Tribar. 믹솔로지스트 군단이 수개월간 개발한 총 17가지의 주스를 선보인다. 한 잔의 칵테일을 만들 듯이 재료의 궁합, 향과 색, 질감을 고려했다. 가벼운 질감의 착즙 주스로는 사과, 멜론, 포도를 섞은 ‘그린 라이트’, 부드러운 질감의 블렌디드 주스로는 아보카도, 사과, 레몬을 섞은 ‘닥터 아보’ 등이 있다. 이 밖에 모든 주스에 럼 또는 보드카 샷을 추가해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다. 매일 아침 구운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도 있어 주스 한잔으로 끼니를 달래기에도 좋다.
ADD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4 리플레이스 B동 1층
TEL 02-749-2648
에디터 송정림 · 이경현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안종환 | 어시스턴트 권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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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러 간 백화점

꽃과 음식

꽃과 음식

테이블을 보다 화사롭고 싱그럽게 꾸밀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은 바로 꽃. 하지만 오만 가지 꽃 중에 무얼 사서 어떻게 꽂을지 망설여진다. 테이블의 성격에 맞춘 네 가지 꽃꽂이를 제안한다.

한가로운 오후의 티테이블
재료 카타리나 로즈, 다이안타, 분홍색 수국, 미니 장미, 조, 페니쿰, 아이스베리
티포트, 잔과 소서, 찻잎이 담긴 철제 틴트는 모두 웨지우드.

향긋한 티테이블을 더욱 로맨틱하게 꾸며줄 센터피스로 파스텔 색상의 하늘하늘한 꽃을 선택한다. 병아리색 카타리나 로즈, 핑크색의 다이안타와 수국을 꽂고 빈 자리에는 역시 파스텔 색상의 미니 장미로 채운다. 여기에 축 늘어뜨리는 멋이 좋은 소재를 곁들인다. 강아지풀을 닮은 조, 가는 줄기에 민들레 꽃씨를 닮은 페니쿰 등이 있다. 흰색 열매의 아이스베리를 더해 싱그러움과 풍성함을 더해도 좋다. 이때 티포트를 자주 옮기는 동선을 고려해 높은 용기에 담아 장식한다.
한 줄 정리 로맨틱한 분위기를 꾸며줄 파스텔 색상의 꽃

포트럭 파티를 위한 테이블
재료 폴리유칼리 잎, 이키시아시드, 아이스베리, 애정목
철제 케이크 스탠드,집 모양의 캔들 홀더, 유리컵 모두 솝.

여럿이 나눠 먹을 푸짐한 양의 갖은 메뉴가 놓이는 포트럭 파티 테이블.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까지의 다양한 색의 요리를 해치지 않도록 색색의 꽃보다는 초록색 잎 소재로 꾸민 센터피스를 테이블 곳곳에 배치한다. 사각형 오아시스에 기본 형태를 잡아줄 빳빳한 폴리유칼리 잎을 꽂는다. 그 사이사이에 아이스베리, 이키시아시드, 애정목 등의 열매식물로 채운다. 단순하지만 풍성한 어레인지먼트로 파티 테이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한 줄 정리 다양한 음식을 해치지 않도록 초록으로만 꾸민 센터피스

정갈한 한식 테이블
재료 아스파라거스, 자주색 팔레놉시스, 호엽, 후체라 잎, 시계초, 연두색 수국
면기, 컵, 공기는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

단정한 한식 테이블을 위해 직선의 단조로운 꽂꽂이를 곁들인다. 직사각형의 오아시스를 아스파라거스로 감싸 기본 틀을 만든다. 그다음 초록색의 후체라 잎, 연두색 수국, 호엽 등을 꽂아 빈 곳을 메운다. 여기에 동양적인 자주색 팔레놉시스로 포인트를 준다. 그리고 원형 유리 용기에 덩굴 느낌의 시계초를 감아 넣고 센터피스와 동일한 팔레놉시스를 띄운 수반을 곁들인다.
한 줄 정리 곡선 느낌의 꽃꽂이와 동양적인 꽃을 담은 수반

화려한 양식 테이블
재료 스카비오사, 클레마티스, 핑크 장미, 유칼리 잎, 프렌치 라벤더
흰색 양식기, 커트러리, 양념통, 와인잔 모두 무겐인터내셔널.

두루 활용할 수 있어 주로 흰색으로 구비하는 양식기. 흰색 식기로 심심할 수 있는 양식 테이블은 화려하게 꾸며줄 꽃꽂이가 필요하다. 이때 파스텔 혹은 단색의 꽃으로 색감을 통일하고 크고 작은 꽃을 고루 섞은 다채로운 센터피스를 준비한다. 그리고 우아한 분위기를 완성할 캔들 리스를 곁들인다. 유리병 안에 양식기와 같은 흰색 양초를 넣고 캔들 리스로 장식한다. 캔들 리스는 둥글게 만 와이어에 유칼리 잎을 말고 센터피스에 들어간 작은 꽃, 프렌치 라벤더로 군데군데 포인트를 준다.
한 줄 정리 화려한 양식 테이블을 위한 다채로운 꽃꽂이와 캔들 리스

에디터 이경현 | 포토그래퍼 김잔듸 | 스타일링 함미주·장효희(베르에블랑) | 어시스턴트 권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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