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한식을 외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식을 외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식을 외치다

재미 교포 셰프 코리 리가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모던 한식 레스토랑 ‘베누’가 드디어 미슐랭 3스타를 획득했다. 개리 단코, 블루버드 등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격전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한식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코리 리 셰프를 이메일로 만났다.

↑ 베누의 조리실에서 포즈를 취한 코리 리 셰프.

2010년에 레스토랑 베누 Benu를 오픈한 지 4년 만에 미슐랭 3스타를 따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미슐랭은 유럽 레스토랑에 후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조차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것은 비현실에 가까웠다. 17살 이후로 런던과 파리 등 유럽의 유명 레스토랑에 경험을 쌓아오면서 유럽의 미슐랭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베누에게 미슐랭 3스타는 어떤 의미인가?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것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여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베누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 샌프란시스코의 문화 중심지인 소마 Soma에 위치한 베누의 모던한 외관.

당신은 베누를 오픈하기 전, 토마스 켈러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 French Laundry의 수석 셰프까지 올랐다. 거기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프렌치 런드리에서 9년 동안 일하면서 요리는 물론 조리 도구 선택법, 효율적인 주방 시설 관리법, 레스토랑 경영, 홍보 등 레스토랑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세계 어떤 레스토랑이든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배울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삼겹살과 김치, 멸치조림 등 한국인의 일상 음식이 베누에서는 색다르게 해석된다. 나의 요리는 항상 레스토랑이 위치한 지역에 근간을 둔다. 지역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싱싱한 식재료와 지역 문화가 요리에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베누의 요리 주제는 한마디로 샌프란시스코라고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한국인을 비롯해 수많은 동양인이 산다. 그래서 기본적인 파인 다이닝 요리에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하게 됐다.

↑ 베누의 인기 메뉴 중 하나. 굴을 올린 삼겹살 김치.

7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음식에 더욱 익숙할 것 같은데 김장까지 직접 담근다고 들었다. 한식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인가?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의 기본적인 맛은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하지만 김치를 만드는 법은 과학자 UC 데이비드를 통해 배웠다. 김치의 발효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준 사람이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국 식재료는 무엇인가? 요즘은 말린 멸치를 많이 사용한다. 식감과 맛의 변화가 무궁무진하다. 한식 재료는 아니지만 말린 전복에도 관심이 많다.

↑ 동양의 단아함이 느껴지는 베누의 정원.

당신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인가? 나의 모국이자 내 요리 영감의 원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와서 한국적인 정서를 본토에서 많이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한국을 더 알고 싶지만 이민자로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체력과 상식. 셰프의 실력과 문화적 이해력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요리를 만든다.

↑ 코리 리가 창의적으로 표현한 도토리묵.

한국 음식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 음식 열풍은 5년 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식 하면 갈비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세계인들이 한식의 보다 다양한 면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오랫동안 준비해온 책 <베누>가 오는 4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또한 베누의 새로운 코스 메뉴를 구성 중이다.

에디터 송정림 | 사진 제공 베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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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한식을 외치다

영혼을 깨우는 예술

영혼을 깨우는 예술

예술 작품이 사치 혹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에 취향과 시각을 대변할 수 있는 작은 그림 한 점을 걸 수 있는 예술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으니 말이다.

↑ 이안아트컨설팅 쇼룸에 걸린 장은의 작가의 싱글채널 작품.

경기도 저조하고, 미술 시장의 열기도 가라앉았지만 오히려 ‘아트 인테리어’가 인기인 것은 왜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한때 폭풍처럼 사람들을 휩쓸고 간,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힐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하는 지금 내 형편 안에서 자신에게 최대한의 호사를 허락하는 ‘작은 사치 small luxury’가 화두였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 해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 박람회인 바젤 아트페어.

예술은 내가 자신에게 허락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실용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사치이지만 효용성만을 중시하는 이 사회에서 지치고 소외된 나를 달래준다는 점에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루브르 미술관이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소장품들은 왕실 귀족들이 감상하고 고이고이 간직해온 ‘보물 상자 cabinet of curiosity’였다. 내가 나의 공간을 예술 작품으로 꾸미는 것은 나만의 뮤지엄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내가 선택한 작은 예술품 하나가 그 공간에서 나를 대신하고,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된다. ‘당신이 먹은 것이 바로 당신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섭식의 중요성을 경고한다면, 이제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우리는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이 다시 우리를 형성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덕분에 예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재산 증식의 대상으로서의 예술 작품이 아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거나 걸어놓는 이발소 그림도 아니다. 내 주변의 작은 소품부터 하나씩 내 취향으로 선택한 예술 작품으로 바꿔 나가려는 움직임, 그리고 틈나는 대로 갤러리와 미술관을 방문하고 미술사를 공부하며 삶 속에 창조적 정신이 스며들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나가려는 예술 사랑의 열풍이다.

↑ 다양한 프린트 그림을 판매하는 이케아.

그 방증은 인테리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SPA 브랜드가 앞다퉈 홈 컬렉션을 론칭했고, 이케아 상륙에 맞서 우리 브랜드도 컬렉션을 강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림 액자가 다양해진 점이다. 전문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경제적인 가격대의 그림 액자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도 늘고 있다. 아트 퍼니처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차피 있어야 할 가구라면 실용성과 심미성을 갖춘, 게다가 작가가 만든 독창적인 작품에 조금 더 비용을 내고서라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최근에는 나홀로족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작은 크기의 원룸이라도 책꽂이에는 예술 관련 서적을 꽂아두고, 종이로 된 모빌을 늘어뜨려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도록 꾸미는 것이 유행이다. 비록 진품이 아니라 프린트라 할지라도 유명 작가가 아니라 신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드로잉이라 해도 내 공간에 나만을 위한 그림 하나를 걸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신의 공간에 예술 작품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소중한 당신의 영혼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 에디터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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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한식을 외치다

그리스인 조르바식 만찬

그리스인 조르바식 만찬

그리스 크레타의 결혼식을 찾았다. 상다리가 휘는 잔칫상 음식부터 크레타 해안가에서 맛본 지중해식 만찬까지. 소설 속 그리스인 조르바가 부럽지 않았던, 그리스로의 음식 기행을 소개한다.

해가 중천에 이르자 크레타의 산골 마을 아노기아의 한 가정집 앞엔 검은색 예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테이블을 나르는 분주한 행렬이 도로를 가로막는다. “돌아서들 가겠죠. 뭐.” 한 남자가 당연한 일 아니냐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점심때가 되자 하얀 치즈 가루 외엔 다른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순백의 파스타가 나온다. “결혼식 땐 늘 이걸 먹습니다. 신부의 순결을 상징하죠.” 아노기아에서의 결혼식은 최소한 2000명의 하객이 모여드는 대형 이벤트다. 이날을 위해 신랑 가족은 사흘 전부터 방송차를 동원해 인근 마을을 돌며 오늘의 잔치에 와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그 간곡한 홍보는 이제 곧 결실을 맺을 참이다. 신랑 집 앞에는 아침부터 대형 트레일러 두 대가 서 있다. 신랑의 형이 자랑스레 트레일러의 문을 열어젖힌다. “트레일러마다 양고기가 200마리 분량씩 들어있어요. 한쪽은 익힌 것, 다른 쪽은 익히지 않은 것. 이 정도는 준비해두어야 안심이죠.” 크레타 사람들과 양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제주도 면적의 4.5배를 차지하는 커다란 섬의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험준한 산악 지대. 여기에서 키울 수 있는 가축으론 양이 제격이다. 꼬치에 꿰어 야채와 함께 익히는 ‘수불라키’, 레몬즙과 오레가노를 뿌려 구운 양갈비인 ‘파이다키아’ 등 다양한 양고기 요리법이 있지만 바쁜 결혼식장에선 뭐니 뭐니 해도 통째로 구운 양 바비큐가 최고다.

잔칫상이 어느 정도 준비되자 멀리서부터 요란한 경적 소리가 들려온다. 신부 일행이 고급 승용차 10대에 나눠 타고 도착한 것이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신랑과 온 마을 사람들은 함께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성당으로 향한다. 그리스 정교회의 복잡한 예법에 따라 리본으로 연결된 은관 두 개를 나눠 쓰는 의식이 치러지고 이들은 부부가 된다. 하지만 진정으로 신부가 시댁의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순간은 신랑의 형제들이 단검으로 만든 문을 통과해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인생의 장애물을 뜻하는 올리브나무 가지를 뛰어넘고 다산을 상징하는 수박을 바닥에 던져 깨뜨리는 것으로 오후 내내 계속된 결혼 의식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제부턴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춤추고,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이 남았다. “저 달이 완전히 저물기 전엔 집에 안 가요.”
약간은 몽환적인 12박자의 춤곡, ‘벤도잘리’에 맞춰 빙빙 도는 춤을 추던 한 남자가 외친다. 태양의 신 아폴론과 대비되는 어둠과 광기의 신 디오니소스. 술잔 앞에 양보 없고 광기의 불길이 자신의 몸을 태우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레타 사람들은 디오니소스교의 열렬한 신도들이다. 그리고 그런 성격을 상징하는 인물은 뭐니 뭐니 해도 조르바일 것이다. 크레타 출신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등장하는 이 거친 바람둥이 사내는 그를 고용한 풋내기 광산업자 ‘나’처럼 이런저런 틀에 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겐 늘 동경의 대상이다. 그는 전 재산과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리고 망연자실해있던 ‘나’에게 함께 춤출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봐요, 사람이라면 약간의 광기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묶은 로프를 잘라내 자유로워질 엄두를 내지 못하거든.”
크레타 사람들이 자신을 묶은 로프를 잘라낼 때 가장 애용하는 술은 바로 ‘치쿠디아’다. 그리스 본토에선 ‘치푸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술은 태곳적부터 크레타 사람들의 옆을 지켜왔다. 저급한 와인을 증류해 전혀 새로운 술로 탄생된 치쿠디아는 마시는 사람을 격정의 불꽃 속으로 몰아간다. 한다. 유로 2004 준결승전에서 연장전에 터진 한 방의 결승골로 체코를 물리치고 그리스 축구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할 때였다. 미칠 듯한 기쁨의 광기가 마을을 집어삼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잖게 생긴 은발의 노신사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접시를 내동댕이치고, 아이들은 물잔을 던져 깨뜨리고, 청년들은 1단 기어를 넣은 차를 시속 60km로 운전하며 엄청난 굉음을 만들어냈다. 마을은 밤새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희미한 빛을 던지기 시작한 이후에야 사람들은 좀 진정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밤새 다프네스 마을을 휩쓸고 간 불길의 연료는 치쿠디아 이외엔 생각하기 힘들다.

소박하지만 만족스런 지중해 만찬
거칠고 강렬하면서도 과실 증류주 특유의 달큰함을 지닌 치쿠디아는 올리브유, 토마토, 해산물이 어우러진 지중해식 요리와 잘 어울린다. 크레타에서 지중해식 음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좀 더 지중해에 가까이 갈 필요가 있다. 크레타의 북부 해안은 이라클리온, 하니아 등의 큰 항구가 집중된 번화 지역이다. 아무래도 그리스 본토에서 출발하는 배가 좀 더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예전부터 발전의 정도가 앞섰다. 그에 비해 크레타 남부의 프랑코 카스텔로 같은 곳은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다. 이곳에서 어부 니키타스 씨를 만났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온 듯한 외모의 니키타스 씨는 막 고기잡이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하지만 그의 그물을 채우고 있는 것은 몇 마리의 잡어와 그나마 맛이 없어 먹지도 못하는 ‘게르마노스’라는 물고기가 전부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먹고살아요. 나보다 못사는 사람도 많고.” 술집 아주머니에게 어망째 헐값으로 넘기고 나서 니키타스 씨는 집으로 향했다. 20년 전부터 돈이 생길 때마다 야금야금 짓고 있다는 그의 집은 허름하고 군데군데 마무리가 덜되어 있긴 했지만 넓고 쾌적했다. 이곳에서 그는 아들 삼형제와 14살이나 어린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원래는 딸도 셋 있었는데, 하도 집 안을 어질러서 바다에 내다버렸지.”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그의 조르바식 입담이 정겹게 느껴졌다.
볕이 잘 드는 뜰에 앉아 그리스식 아이스커피인 프라페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그의 부인은 점심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각종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있는 뒤뜰과 부엌을 부지런히 오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빨강과 초록이 싱그러운 대비를 이루는 지중해풍 정찬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올리브유에 튀긴 싱싱한 생선은 물론이고 다진 고기를 포도 잎에 싸서 찐 ‘돌마데스’, 토마토 혹은 가지에 쌀과 허브를 채워 구운 ‘게미스타’, 그리고 콩과 셀러리, 토마토로 만드는 그리스의 국민 수프 ‘파솔라다’가 우리의 눈과 혀를 즐겁게 했다. 지중해식 식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올리브유다. 정제와 가공을 거치는 다른 식용 기름과 달리 올리브유는 열매에서 짜낸 즙 그대로다. 성분이 기름일 뿐이지 주스라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당연히 다른 기름에 비해 몸이 느끼는 부담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꾸준히 섭취하면 혈액의 균형을 잡아준다. 이 지역 사람들이 육류와 생선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성인병에 잘 걸리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니키타스 씨에겐 식사를 마치고 자기 집 뜰에서 마시는 한 잔의 우조(아니스 열매로 맛을 낸 그리스의 전통주)가 만병을 예방하는 명약인 듯했다. 그리고 삶의 방식을 자기 의지로 선택하는 그의 조르바 성(性)은 그의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해주는 최고의 백신이 아니었을까. “관광객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하루하루 관광객이 더 오나 덜 오나 걱정 근심이 많아요. 물고기 잡는 일은 어쨌거나 먹고살 정도는 되니까. 걱정할 거 없는 내 삶이 훨씬 나아요.” 얼음에 닿아 뿌옇게 색이 변한 우조를 들이켜고 나서 니키타스 씨가 덤덤하게 말했다. ‘노래하고 춤출 때, 나 자신의 주인은 나’라고 이야기하던 조르바가 거기 앉아 있었다.

탁재형(다큐멘터리 PD) | 에디터 이경현 | 일러스트레이터 김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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